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濠 특수부대원, 아프간서 비무장 민간인 등 39명 잔혹 살해

입력 : 2020-11-19 20:07:09 수정 : 2020-11-19 22:2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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濠 국방총장 조사서 발표·사과
전·현 장병 25명 연루 확실한 정보
“신참병에 포로 죽여 살인 입문”
앵거스 캠벨 호주 국방총장이 19일 자국군의 아프가니스탄 민간인 살해 의혹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캔버라=EPA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서방 연합군으로 참가했던 호주 정예 특수부대원들이 비무장 민간인과 전쟁포로 39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호주 ABC방송 등에 따르면 앵거스 캠벨 호주 국방총장(합참의장)은 19일 이런 내용이 담긴 국방부 감사관실(IGADF) 조사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사과했다. 4년 반 이상 조사를 거쳐 이날 나온 보고서는 2005년부터 2016년 사이 전·현직 호주 공수특전단(SAS) 장병 25명이 민간인·포로를 직접 살해했거나, 최소한 종범으로서 연루됐다는 ‘확실한 정보’가 있다고 밝혔다. IGADF는 23건의 관련 사건에 대해 연방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것을 권고하면서 형사 기소 절차와 별개로 희생자 가족에 대한 즉각적인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 범죄는 SAS 지휘자들이 신참 병사들에게 첫 인명 살상 경험을 주려는 ‘블러딩’(blooding) 관행에 따라 자행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줬다. 블러딩은 여우가 총탄에 맞아 죽는 것을 처음 본 초보 사냥꾼 얼굴에 여우 피를 바르는 입문 의식을 뜻한다. 보고서는 “순찰대장이 하급자와 포로를 어디론가 데려간 다음 하급자에게 살해를 지시하는 방식으로 불법행위가 이뤄졌다”고 했다.

 

SAS 요원들은 또 범행 후 시신 품에 수류탄이나 무전기 따위를 숨겨 적대행위자에 대한 정당한 살해인 것처럼 꾸몄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폴 브레레턴 판사 겸 육군소장은 “전투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은 단 한 건도 없다”고 개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희생자는 모두 포로로 붙잡혔거나 군 통제하에 있었던 이들로 국제법상 보호 대상”이라며 “혐의가 인정되면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군사적 역량·명성 등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카리스마와 경험을 갖춘 부대원들에 의해 강화됐으며, 이를 특수부대의 엘리트주의와 결합하려 한 것이 범죄의 배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SAS는 동료·부대에 대한 충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까닭에 진실 규명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브레레턴 소장은 “우리가 적군한테 기대할 최소한의 기준에도 맞추지 못한다면 도덕적 권위와 전투력의 요소를 우리 스스로 박탈하는 셈”이라며 “호주군 전체의 명예가 실추됐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특수부대 문화를 연구하던 사회학자가 한 대원으로부터 “그들은 피에 굶주려 있었다. 완벽한 사이코였다”는 증언을 들으면서 촉발됐다. 2017년에는 SAS 대원이 상급자에게 “내가 죽이길 원하십니까”라고 물은 뒤 민간인을 살해하는 장면이 ABC 전파를 탔다. 호주군 전범 의혹 보도로 ABC 본사가 지난해 압수수색을 당하자 주요 일간지들은 신문 1면을 검은 줄로 가리는 ‘먹칠 발행’을 통해 언론 탄압에 항의하기도 했다. IGADF는 2만건의 문서와 2만5000장의 사진을 검토하고 423명의 목격자 인터뷰를 거쳐 보고서를 내놨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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