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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죽고 나서야…정부, 입양기관의 입양아 사후관리 매뉴얼 강화

입양 후에 1년 동안 ‘가정방문 6회’

아동학대 인지 시 복지부 의무 신고

‘정인아 미안해’ 한 시민이 6일 경기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안치된 양천 아동학대 피해아동 정인양의 묘지 앞에서 참배를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정인아 미안해’ 한 시민이 6일 경기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안치된 양천 아동학대 피해아동 정인양의 묘지 앞에서 참배를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정부가 입양기관이 입양신고 후 1년 이내 입양가정을 방문해야 하는 횟수를 현 2회에서 6회로 늘리고, 아동학대 발견 시 보건복지부 아동권리보장원 보고를 의무화하는 등 입양 절차 매뉴얼을 강화한다.

양천 아동학대 사망 사건(정인이 사건)에서 피해아동의 입양 결연 단계부터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에서 입양기관의 문제점이 확인된 데 따른 것이다.

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복지부는 이러한 내용의 ‘2021 입양 실무 매뉴얼’을 조만간 발표한다. 매뉴얼은 민간 입양기관이 주도하는 입양 절차에서 아동 보호와 입양가정의 적응 관리를 위해 최소한의 규칙을 담은 것이다. 입양기관이 이를 어기면 허가취소 등 행정처분을 받는다.

복지부는 입양기관의 입양가정 사후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정인이 사건에서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는 사후조사에서 피해아동의 학대 정황을 발견하고도 방치했다(경향신문 1월6일자 11면 보도). 입양기관은 입양신고일로부터 1년 이내 입양가정을 총 4회 사후관리(가정방문, 통화, 온라인 면담)하고 이 중 2회를 가정방문해야 한다. 정부는 이 같은 매뉴얼이 아동 관리에 부족하다고 보고 사후관리 횟수를 총 6회로 늘리고 모두 가정방문해 대면상담하도록 했다. 학대가 입양 초기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해 입양기관 첫 가정방문을 입양신고일로부터 15일 이내에 하도록 했다. 입양기관이 학대 사실을 인지할 경우 현행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 신고에 더해 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에 보고할 의무도 추가했다. 입양기관의 학대가정 관리를 정부가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존 매뉴얼은 입양기관이 피해아동 가정에 재방문을 시도하거나 아동의 문제를 살피는 데 부족함이 있었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매뉴얼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민간기관이 입양 초부터 사후관리까지 모두 맡는 입양제도 자체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간에 맡겨진 ‘입양 과정’ 더 촘촘히 검증

정부, 관리체계 개편 추진

신청·결연·인도 전 과정서
입양 희망자에 실질 교육

사전 통보 없이 방문하고
주변인 통해 ‘양부모’ 조사

시민들의 공분을 일으킨 ‘정인이 사건’(양천 아동학대 사건)에서 전문가들은 입양부모의 적격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민간 입양기관의 책임도 지적했다. 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정부는 입양기관의 사후 관리를 손보는 동시에 입양 신청, 결연, 인도 전 과정에서 입양 희망자에 대한 검증 및 교육을 실질화하는 안을 추진한다.

정부는 조사기관(지방자치단체·입양기관)이 예비 양부모에 대해 객관적 검증을 할 수 있게끔 주변인 조사를 실질화하도록 만들 계획이다. 현재 매뉴얼은 조사기관이 2회 이상 입양 신청인의 가정, 직장, 이웃을 방문하고 그중 1회 이상은 사전 통보 없이 방문 조사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인 조사가 형식적으로 진행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체크리스트 등 표준화한 질문 양식을 갖추고 주변인 조사를 진행하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예비 입양부모에 대한 8시간의 의무교육 주체를 입양기관에서 아동권리보장원으로 공공화하는 입양특례법 개정 작업도 진행 중이다. 정인이 입양가정과 같은 유자녀 가정 등에 대한 심화교육은 올 4월 시행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현재 입양 결연은 민간 입양기관 내 양부모 상담자와 친생부모 상담자가 부모와 아동 간 적합성을 따져 진행한다. 복지부는 입양기관 내 소수가 결정하는 제도를 문제로 보고, 외부위원을 포함한 위원회를 만들어 결연 절차를 맡길 계획이다. 입양인 인권옹호단체 뿌리의집 대표 김도현 목사는 “결연에서 실패하지 않으면 그 이후 부정적인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며 “홀트아동복지회는 입양부모 적격성 판단에 전문성이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러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민간 주도의 입양 과정이 문제라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정인이 사건에서 입양기관인 홀트는 4개월여간 학대 정황을 알고도 3차례 가정방문과 3차례 통화 외에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홀트는 이날 사과 입장을 밝히면서도 정인이와 관련한 입양 절차를 관련 법과 규정에 따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홀트의 결연 문제는 2013년 홀트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된 남아가 양부 폭행으로 사망한 사건에서도 지적됐다.

홀트는 2012~2013년 국내 입양된 아동 92명 중 13명에 대해 ‘사후 관리 가정조사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아동 4명에 대해 전화로만 상담하고 보고서를 낸 사실이 복지부 특별감사에서 적발되기도 했다. 김 목사는 “(민간 입양기관은) 입양을 많이 하면 할수록 성과로 이어지는 사업체”라며 “아동보호를 민간에만 맡겨두지 말고 정부가 입양시스템을 책임지고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아이가 입양 대상이 되는 시점부터 결연, 사후 관리까지 공공이 하는 것은 민간 입양기관으로부터 보고를 받는 것밖에 없다”며 “입양가정에 낙인을 찍어서는 안 되지만 입양 절차가 잘못된 게 없다고 봐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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