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김종철 성추행’ 구체적 피해사실과 음주여부 안 밝힌 이유는읽음

박홍두 기자

“구체적인 성추행 피해사실은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고 ‘그 정도 갖고 왜 그래’라며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한다.”

“음주는 이 사건과 상관이 없다.”

정의당이 26일 김종철 정의당 대표의 구체적인 성추행 피해 사실과 김 대표의 음주여부 등을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으로서 이번 사건을 직접 조사한 배복주 부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원들의 질문에 답변 형식의 글을 올려 사건의 진상을 발표하게 된 경위를 소개했다.

정의당 젠더인권본부를 맡고 있는 배복주 부대표가 지난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건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의당 젠더인권본부를 맡고 있는 배복주 부대표가 지난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건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왜 철저히 비공개로 했나?

우선 배 부대표는 이번 사건을 철저히 비공개로 일주일 간 조사한 것에 대해 “성폭력 사건에서 늘 발생하는 2차 피해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밝혔다.

배 부대표는 “지난주 내내 사건을 접수해 조사하고 피해자와 가해자를 면담했다. 그 과정은 철저히 비공개 진행되었기에 압박감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배우는 기회이기도 했다”면서 “조사 도중에 사건의 내용이 유출됐을 때 피해자 입장이 왜곡되어 온전하게 전달되지 못하게 될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비공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최대한 피해자의 의사와 요구를 존중하고 가해자는 인정, 사과, 책임에 대해 해결방안을 제시해서, 이에 대한 이행을 약속하는 협의를 이끌어내는 소통의 과정을 안전하게 갖기 위해서 였다”고 부연했다.

실제 젠더인권본부의 최종 조사결과 보고서는 전날 아침에서야 당 최고 회의기구인 대표단 회의에 보고됐다.

■도대체 무슨 일이?

배 부대표는 김 대표의 성추행 가해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궁금증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선 “성추행입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배 부대표는 “가해자가 명백하게 인정한 것이고, 구체적 행위를 밝히지 않는 것은 행위 경중을 따지며 ‘그정도야’ ‘그정도로 뭘 그래’라며 성추행에 대한 판단을 개인이 가진 통념에 기반해서 해버린다”며 “이 또한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한다”고 밝혔다.

가해·피해 상황의 구체적인 사실이 이를 접한 제3자들에 의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논란으로 변질되게 할 수 있고, 이는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했다는 것이다.

■술에 취했나?

배 부대표는 김 대표의 당시 음주 여부에 대해 다시 한 번 “이 사건은 성추행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음주 여부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판단하는데 고려되는 요소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배 부대표는 “피해자가 술을 마셨으면 ‘왜 술자리에 갔냐’고 추궁하고 ‘술을 안 마셨으면 왜 맨정신에 당하냐’고 (질문을)한다”며 “가해자가 술을 마셨으면 ‘술김에 실수’라고 가해행위를 축소시키고 술을 안마셨으면 ‘피해자를 좋아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가해자를 옹호한다”고 반박했다.

앞서 다른 저명 인사들이 음주와 주취 상태를 이유로 자신의 성범죄 가해를 ‘실수’로 포장하는 상황을 빗대면서 이번 사건에서는 아예 음주여부를 밝히지 않음으로써 음주나 주취 상태와 상관 없이 성추행 사건의 본질을 가리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보인 것이다.

■왜 실명을 공개했나?

배 부대표는 “피해자가 자신의 일상회복을 위해 자신에게 맞는 최선의 선택을 해야한다”며 “피해자가 선택을 할때 고려할 정보를 제공했다. 피해자는 자신이 갖고 있는 가치와 주어진 정보를 고려해 선택하고 결정한다. 피해자가 결정한 의사를 존중하고 그에 따라서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에는 왜 고소하지 않나?

성범죄는 친고죄(피해자가 직접 가해자를 고소해야 수사가 진행되는 범죄)가 아니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김 대표를 형사고소해 명백히 죄를 물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배 부대표는 “피해자는 문제를 해결할 때, 자신이 원하는 해결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며 “피해자의 결정은 정의당 차원에서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고 징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동체적인 해결 방식이 당을 위해 더 유효한 방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존중하는 것이 먼저다”라고 했다. 피해자가 원한 것은 당내에서의 해결이었다는 것이다.

배 부대표는 “물론 성폭력 범죄는 비친고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경찰의 인지수사가 가능하고 제3자 고발도 가능하다”며 “하지만 피해자가 자신이 원하는 해결방식을 명확하게 밝혔다면 그 의사에 반해 수사를 하는 것이 과연 피해자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김 대표에 대한 징계는 언제쯤?

배 부대표는 김 대표 징계가 이제 시작되는 단계이고 그 절차를 진행할 중앙당기위원회가 독립적인 기구로서 활동할 것이라고 전했다.

배 부대표는 “당헌당규에 따라 대표단은 당대표를 중앙당기위원회에 제소했고 직위를 해제했다”며 “오늘(25일) 중앙당기위원회에 제소했으니 그 절차를 밟아 징계를 결정한다. 다만 징계를 결정할 때 당대표라는 점이 충분히 고려되어 양정이 결정될 것이라는 점은 생각해볼 수 있겠다”고 했다.

■개인의 일탈이 문제인가?

배 부대표는 이번 사건에 대해 “단순하게 개인의 일탈 행위로만 규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조직문화가 성차별, 성폭력을 용인하거나 묵인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고도 했다.

성평등과 성차별 및 성폭력 반대를 외쳐온 정의당이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은 사건으로 보고 당 조직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배 부대표는 “당 조직원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으로 인해 일상적으로 성차별·성폭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함께 일하고 활동하는 사람을 동료가 아닌 성적인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일상적으로 있는 공간이 얼마나 평등하고 안전한지, 조직적인 노력이나 시스템은 얼마 갖추고 있는지 등 이런 것을 점검하고 개선하는 일련의 노력과 활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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