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 기간 중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6년만에 가장 큰 충돌읽음

정유진 기자

라마단 저녁 모임에 가려던 팔레스타인인들을 이스라엘 경찰이 막아서면서 2015년 이후 가장 격렬한 시위가 발생했다. 극우 유대인 단체와 팔레스타인 간의 갈등도 고조되고 있어 5월12일까지 이어질 라마단 기간 동안 일촉즉발의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이스라엘 경찰이 22일(현지시간) 예루살렘 구시가지 다마스커스 문 에서 벌어진 격렬한 시위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 경찰이 22일(현지시간) 예루살렘 구시가지 다마스커스 문 에서 벌어진 격렬한 시위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현지 언론과 AP통신에 따르면, 전날 밤 시위는 이스라엘 경찰이 예루살렘 구시가지로 연결된 다마스커스 문 앞에 바리케이드를 쌓아 통행을 금지하면서 벌어졌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지난 13일부터 시작된 라마단 기간을 맞아 낮 동안의 금식이 끝나면 이슬람 전통에 따라 이곳에서 저녁 모임을 가져왔다.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극우 유대인 단체인 ‘레하바’ 회원 300여명은 “아랍인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다마스커스 문 주위를 행진했다.

유대인 극우단체 ‘레하바’ 회원 수백명이 라마단 금식 후 팔레스타인인들이 저녁 모임을 가지는 예루살렘 구시가지 다마스커스 문 앞에서 “아랍인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유대인 극우단체 ‘레하바’ 회원 수백명이 라마단 금식 후 팔레스타인인들이 저녁 모임을 가지는 예루살렘 구시가지 다마스커스 문 앞에서 “아랍인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흥분한 수백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돌과 유리병을 던지며 시위를 벌이자 이스라엘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 고무탄, 섬광 수류탄을 쏘며 강제 해산에 나섰다. 레하바 회원 일부도 시위대에 접근해 몸싸움을 벌였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105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부상을 입었으며 이 중 22명은 병원으로 실려갔다.

22일(현지시간) 한 팔레스타인 청년이 시위 도중 부상을 입고 들 것에 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한 팔레스타인 청년이 시위 도중 부상을 입고 들 것에 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번 충돌은 지난 몇 주동안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 사이에 일촉즉발의 긴장이 고조돼 오던 와중 벌어졌다. 계기는 틱톡에 올라온 동영상이었다. 팔레스타인 청소년들이 유대인을 손바닥으로 때리거나 발로 차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되자, 극우 유대인들도 아랍인 가족을 몽둥이로 공격하는 동영상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라마단을 맞아 더 큰 충돌이 우려됐지만 그동안은 이슬람 종교 지도자들이 자제를 촉구해 평화롭게 기도 모임이 진행돼 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스라엘 경찰이 “시위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다마스커스 문을 가로막고 라마단 모임을 방해하자 이에 분노한 팔레스타인인들이 격렬한 시위에 나선 것이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유대인 소년 3명이 살해되고 이스라엘이 보복에 나섰던 2015년 이후 가장 격렬한 충돌이었다”고 우려했다. 이어 “틱톡 영상이 계기가 됐지만, 최근 팔레스타인인들을 도발하고 있는 레하바 소속 극우 청년들에게 그것은 핑계에 불과했다. 그들은 팔레스타인을 공격할 구실을 기다려왔다”면서 “경찰도 지난 1주일 동안 라마단 축제 모임을 해산시키면서 지나친 과잉 진압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의 미국 대사관은 23일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최근 며칠 간의 충돌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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