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에게 권하는 부동산?…빈 건물, 용도 바꿔 활용해야 [최원철의 미래집]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파리, 런던, 로마 등 유럽 주요 도시는 수백년, 때로는 수천년 전에 지어진 건축물들을 보존하면서 용도만 변경해 활용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호텔이 부족하면 궁전을 호텔로 전환하고, 백화점이 부족하면 기존의 오래된 건물을 백화점으로 리모델링해 사용하는 식입니다.
ADVERTISEMENT
올해 초 워싱턴DC에서는 오피스를 비주거 용도로 바꾸는 ‘오피스 투 애니싱 프로그램’(Office to Anything Program)을 시작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낡고 쓸모 없어진 오피스를 상업·소매·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비주거 공간으로 바꾸도록 장려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오피스를 활용도 높은 호텔이나 레스토랑 등으로 바꾸면 세금도 15년간 동결해줍니다.

그렇다면 국내는 어떤 상황일까요? 최근 서울 강서구 마곡지역에 대규모 오피스가 공급되면서 올해 1분기 수도권의 오피스 공실률이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재택근무를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 그동안 서울 주요 지역의 공실률은 안정적인 수준이었습니다.
ADVERTISEMENT
문제는 올해 경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공급 과잉으로 인한 공실이 늘었다는 점입니다. 올해 3월 말 기준 전국의 지식산업센터는 총 1545곳에 달하며, 이 중 수도권이 1190곳으로 77%를 차지했습니다. 하남, 고양 등 경기 지역에 714곳이 집중돼 있고, 서울에는 395곳, 인천에도 81곳의 지식산업센터가 있습니다.
이들 시설의 임대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매매량은 2023년 3395건으로, 거래 금액도 1조4297억원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경매 물건도 지난해 1594건까지 급증했는데, 정작 낙찰된 비율은 26.3%에 불과합니다. 한때 수익형 부동산으로 주목받았던 지식산업센터가 이제는 ‘원수에게 권하는 부동산’이라는 오명까지 얻게 된 셈입니다.

ADVERTISEMENT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건축물 용도는 여전히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인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도 미국처럼 필요에 따라 건축물의 용도를 과감하게 전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시점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