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형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가 100년 역사를 지닌 자산운용사 이튼반스를 인수한다. 기업금융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자산운용업과 같은 안정적인 사업을 키우려는 의도다.

모건스탠리는 8일(현지시간) 액티브 펀드(여러 지수를 단순 추종하지 않고 펀드매니저가 적극 운용하는 펀드)에 강점을 지니고 있는 이튼반스를 7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온라인 증권사인 이트레이드를 110억달러에 매입 완료한 지 1주일도 되지 않아 새 인수합병(M&A)에 나선 것이다.

인수 가격은 이튼반스의 7일 종가(주당 40.94달러)보다 38% 높은 56.50달러다. 이처럼 높은 웃돈이 알려지자 이튼반스 주가는 이날 48.1% 급등한 60.65달러로 마감했다. 인수 기업인 모건스탠리 주가는 0.6% 오르는 데 그쳤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훌륭한 기업을 싸게 사려고 이리저리 재다 보면 영원히 살 수 없다”며 “우리가 매입하지 않았다면 다른 회사가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의 이튼반스 인수는 다목적 용도다. 우선 수익 안정성을 꾀할 수 있다. 자산운용사는 고객이 가입한 펀드 수익률이 떨어져도 수수료를 주기적으로 챙길 수 있다. 자기자본도 거의 필요 없다.

모건스탠리는 기존 운용 자산과 합쳐 규모의 경제도 구현할 수 있다. 1940년대부터 자산운용업을 해온 모건스탠리는 1999년 운용 자금을 세계 최대였던 4250억달러까지 불렸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기업 상장, M&A·구조조정 자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기업금융에만 치중한 탓이다. 2009년 잘나가던 운용 자회사(밴캠펜)를 15억달러에 팔아치운 뒤엔 세계 40위권에서 탈락했다. 작년 매출(414억달러) 중 운용업 비중은 10% 미만이었다.

모건스탠리가 운용 자산 5000억달러의 이튼반스를 인수하면 전체 자산이 1조2000억달러에 달하게 된다. ‘1조달러 클럽’에 가입해 종전보다 훨씬 광범위한 투자가 가능할 것이란 판단이다.

인수 절차 완료 후 톰 포스트 이튼반스 CEO는 모건스탠리 자산운용부문 회장을 맡기로 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