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디자인은 비어있는 상태에서 시작되는데, 최초에 콘셉트를 설계하고 전개해 가는 첫 단추는 어떻게 꿰어지나요?
김융희) 모든 고객에게는 마음 속에 품은 상상의 공간이 막연하게나마 반드시 있어요. 그 니즈를 먼저 파악하려고 노력해요. 고객이 예시하는 상상은 대부분 완전히 새롭기보다 어딘가에서 봤던 것들이기 마련이거든요. 고객의 의도와 공간의 목적, 사이트가 가진 특성을 총합한 후에 완전히 다르게 해석해보는 시간을 가져요. 그것을 꿰는 단추는 공간을 마주했을 때 받은 첫인상이 중요해요. 그렇게 도출된 콘셉트를 추려 고객과 접점을 찾아가는데, 대부분은 설득하고 리드하고 협상하는 과정이에요. ‘설득’이란 말에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전문가가 아닌 이상 눈으로 보여지지 않은 것들을 모두 상상할 수 없는 한계를 넘는 ‘확신’을 줘야 한다는 뜻이에요. 아무리 리얼리스틱하게 시뮬레이션을 해보여도 ‘서정적인 느낌’같은 것은 표현되지 않으니까. 그 느낌이 결정적으로 에리어플러스 디자인의 차별 포인트가 된다고도 생각하는데, 그러한 부분에 확신을 주는 시안을 만들기 전까지 고민을 많이 해요. 답이 찾아지는 속도는 각기 다르지만, 딱 어느 시점엔가는 “여기까지 했으면 답이 있다”고 ‘감’이 서는 순간이 와요. 그 느낌이 있어야만 ‘다음’ 과정을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있어요.
이른바 ‘에리어플러스리즘’으로 가득한 갤러리 쇼룸과 “똑같이 해달라”는 주문도 많이 받았다고요.
김융희) 점점 작업이 알려지면서 찾아오는 고객들이 늘었어요. 기존 레퍼런스에 대한 호감을 갖고 있어 여러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공감’을 이루는 부분이 쉬워졌지만, 한편으로는 “했던대로 해달라”는 주문을 한다는 맹점도 생기더라고요. 공간마다 고객의 목표에 일치하는 답을 드려야 하는 저희에게는 요즘 그것이 딜레마에요. 좋아해주셔서 감사하지만 어려운 숙제이죠.(웃음) 예를 들면 각각의 파인다이닝 셰프마다 가진 고유한 느낌이 있어요. 그들이 추구하는 바는 생각을 드러내는 말과 분위기가 반영된 외모에서도 드러나거든요. 저희는 그 사람이 가장 돋보이는 배경을 만드는 일을 하잖아요. 밍글스 바닥의 시안을 석재와 우드 플로링 두 가지로 드렸는데, 내부적으로 의견이 분분하다고 강민구 셰프가 의견을 물어왔어요. 셰프의 마음은 나무 쪽이 큰데, 운영팀에서는 석재 의견이 많다길래, “제 생각에도 셰프님에게는 나무가 더 어울려요” 라고 답했어요. 제게도 마음 속의 의견이 있지만 선택은 그 공간의 주인에게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제 의견을 물어오면 고객과 어울리는 취향의 것을 최우선으로 선택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