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공유 오피스는? ‘집 근처 사무실, 집무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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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9. 26.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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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매일 아침 서울 중심부로 향할 필요는 없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은 하루 평균 1시간 31분을 도로에서 보낸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생활시간조사 결과다. OECD 국가의 평균 출퇴근 시간인 28분보다 무려 3배나 높은 수치다. 근무시간 대비 약 20%를 허망하게 보내는 셈이다. 하지만 최근 직장인들의 출퇴근 풍경은 사뭇 달라졌다. 코로나19가 불러온 변화다.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시도한다. 만족도 또한 크다. 수치가 말해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300여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업무 효율성에 83.6%가 긍정적이라고 답변했다. 직원만족도 역시 82.9%에 달했다. 자택 근무에 보수적이던 기업들이 연일 입장 변화를 보이는 이유다.

예기치 못했던 단점을 마주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가 뛰어다녀서 일에 집중할 수가 없어요’, ‘중요한 화상 회의를 하는데 가족이 들어와요’, ‘집에서 일하자니 집중이 어렵고, 카페에서 일하자니 여러모로 불편해요’와 같은 필연적인 문제들이 발생한다. 지난 8월 정동에 문을 연 공유 오피스 ‘집무실’은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며 보다 나은 삶을 제시하고자 출발한 브랜드다. 재택근무 6년 차 기업 로켓펀치Rocket Punch와 브랜드 개발 전문 회사 엔스파이어Enspire의 합작품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업무 환경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속에서 두 회사가 만났다. 이들이 주목했던 가치는 다름 아닌 집 근처. ‘구성원들의 집 근처에 이런 곳이 생기면 참 좋겠다’라는 염원을 담아서 설계했다는 집무실 이야기를 정동 본점에서 들어보았다.

Interview

엔스파이어 김성민, 정형석 대표

서울권 내 공유 오피스는 지금도 포화 상태다. 집무실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집 근처 사무실이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공유 오피스는 강남, 여의도, 을지로, 광화문과 같은 중심 업무 지구에 분포해 있다. 집무실은 복잡한 도심지에서 벗어난다. 주거 밀집 지역에 위치한다. 출퇴근 시간 낭비를 줄여준다. 걸어서 5~10분이면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목표를 둔다. 정동 본점 같은 경우는 주거지는 아니다. 사람들이 브랜드 정체성을 엿볼 수 있는 체험관에 가깝다. 2호점부터는 관악, 분당, 송파, 목동, 파주, 은평 등에서 집무실을 선보이고자 한다. 또한 사람들의 수요가 있는 지역이 어디인지 홈페이지를 통해 데이터 수집할 예정이다.

로켓펀치와 엔스파이어의 만남은 어떠한 의미인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계라고 할 수 있다. 업무 공간을 브랜딩하는 오프라인 기반의 회사와 비즈니스 네트워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이 결합한 것이다. 로켓펀치는 집 근처 사무실이라는 콘셉트에서 나아가 비대면으로 원격 근무할 시 필요한 온라인 솔루션까지 함께 제시하고자 한다. 사실 ‘집무실’이라는 브랜드의 상표 등록은 2016년에 했다. 엔스파이어라는 디자인 에이전시의 브랜드로서 이상적인 업무 공간을 짓고자 했다. 당시 기획을 했으나 실제화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상업 공간으로서 메리트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최근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업무 환경에 대한 재고가 있었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공유 오피스를 염두에 두며 콘셉트를 다시 다듬었다. 올해 4월 박차를 가하기 시작해 8월 오픈했다. 이름 빼고 대부분의 것들이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공간의 ‘스타일링’에 초점을 맞췄던 2016년과 달리 ‘확장성’에 역점을 두었다는 것이다.

2016년과 2020년, 집무실이 뜻하는 바는 어떻게 달라졌나?

집무실은 윌리엄 모리스의 레드하우스에서 모티브를 딴 네이밍이다. 사회적 변화를 이끌었던 그의 공간처럼 고풍스러운 공유 오피스를 만들자는 게 2016년 당시의 생각이었다. (물론 2020년에도 집무실의 특정 지점은 이러한 콘셉트로 전개될 수 있다.) 다만 우리에게 친숙한 한글 이름을 짓고자 했고, 직관적으로 ‘집무실’이라 부른 것이다. 2020년에는 집무실의 태그 라인으로 ‘집 근처 사무실’을 붙인다. 로켓펀치에서 제안한 슬로건인데, 팀원들마다 상반된 반응이었다. 직관적이어서 좋다는 팀원도 있었고, 지나치게 명시성이 높아 다소 유치한 브랜딩이라고 말하는 팀원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이렇게 쉬운 언어로 심플하게 이야기할 때 전달력이 증폭된다. 확 꽂힌다. 많은 분들이 이름을 잘 지었다고 말해주신다.

다른 공유 오피스와 달리 공용 공간에 최소한의 것만 갖추고 있다. 이유는?

점진적으로 무인화 시스템을 적용하고자 한다.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관리 요소가 늘어날수록 무인화는 멀어지기 때문에 공용 공간에는 최소한의 물품만 배치했다. 여기서 무엇을 빼고 줄일 수 있을지, 관리를 하며 발생하는 변수는 무엇인지, 1호점을 운영하며 짚어보고 있는 단계다. 집무실 앱을 통해 QR코드 출입은 물론 커뮤니티 생성까지 가능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용자 이용 현황과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닌다. 현재 우리의 목표는 빠르게 확장하며 멤버십을 늘리고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이 진짜 필요로 하는 환경을 제공해드리는 것이다.

무인화 전략을 통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

거점 오피스에서 나아가 분산 오피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집무실의 잠재적 고객은 기존 공유 오피스 사용자에만 머물지 않는다. 아직도 사옥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타깃이다. 모두가 매일 아침 서울 중심부로 출근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이미 확인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실제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 연락이 왔다. 최근 근무 환경이 유연해지며, 직원들이 각자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집 근처 사무실을 찾고 있다고. ‘아직 지점이 하나밖에 없고, 연내 6개 이상으로 확장할 예정이다’라는 답변 밖에 드릴 수 없었지만, 이러한 흐름은 계속될 것이다. B2C 고객보다는 B2B 고객이 많아질 것을 예상한다.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저변을 갖추는 게 올해 우리의 목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공유 오피스는 어떻게 달라질까?

사람들이 일하면서 진짜 필요로 하는 곳은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사무실이 아닐까? 기존 공유 오피스들의 지향점은 ‘같이 일한다’라는 ‘코워킹’에 있다. 집무실은 이와 반대점에 서있다. 서로 떨어진 채 혼자 일하는 사람들이 근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시할 것이다.

Project info

기획 | 로켓펀치(대표 조민희)

공동기획 | 엔스파이어(대표 김성민, 정형석)

공간·워크 모듈 디자인 | 엔스파이어(대표 김성민, 정형석)

조경·식물 디자인 | 슬로우파마씨(대표 이구름, 정우성)

디자인 협업 | 큐브 디자인(대표 배승호)

글 | 디자인프레스 정인호 기자

(designpress2016@naver.com)

취재 협조 및 사진 제공 : 집무실(jibmus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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