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예술의 만남, 신세계를 창조하는 팀랩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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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9. 2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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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주목하는

아트컬렉티브 팀랩teamLab의 '집단 창조'


거울의 방 가득 색이 변하는 램프가 달려있는 <Forest of Resonating Lamps> © teamLab

신선하다, 재미있다, 새롭다고 느끼는 미디어 작품 옆에는 항상 이 이름이 써져 있다. ‘팀랩teamLab’. 예술, 과학, 기술 그리고 자연의 융합을 추구하는 이 아티스트 그룹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면서 동시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중이다.

변덕이 심한 현대 예술계에서 팀랩이 인정을 받은 건, ‘집단 창조’라는 그들의 철학 덕분이다. 팀랩에는 장르와 국적에 상관없이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협업하여 작품을 만든다. 또한, 작품 구현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직접 프로그래밍하기 때문에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수학자 등 예술 외의 전문가들도 팀랩 멤버로서 함께 작품을 만든다.

보통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는 스튜디오(혹은 예술 집단)은 기술에만 집중하여 다른 것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기도 하는데, 팀랩은 그 반대다. 그들에게 기술은 수단일 뿐, 예술과 과학, 인간과 자연을 연결하고 세상의 경계를 지운다는 철학적인 목적과 인간의 미적 감각을 자극하는 예술성이 우선이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설치한 <Resonating Forest - Forest Valley at Jewel Changi Airport>, 2019, Interactive Digitized Nature © teamLab

한편, 매번 새로움을 선보이는 팀랩의 작업 과정은 언제나 초미의 관심사다. 까다로운 전문가와 관객의 눈을 만족시키고, 그를 넘어 200% 이상의 몰입도를 제공하는 팀랩은 과연 어떻게 일하고, 어떤 철학을 품고 있을까? 2020년 가을, 한국에서의 두 번째 전시 <팀랩: 라이프teamLab: Life>를 앞두고 방문한 팀랩 멤버들을 만났다.

일본 도쿄에 위치한 팀랩의 상설 뮤지엄 <MORI Building DIGITAL ART MUSEUM

:teamLab Borderless>는 365일, 팀랩의 대표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일평균 6,600명이 다녀간다 © teamLab

많은 사람들이 팀랩의 작업 과정을 궁금해합니다. 작품 구상은 어떻게 하는지, 팀을 어떻게 꾸려지는지 등등... 시작부터 최종 결과까지 어떻게 진행되는지 간단히 설명해 줄 수 있나요?

팀랩은 초창기부터 팀원들이 서로 협업하는 과정을 통해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이름 그대로 팀으로 이루어진 제작 집단이자 실험 공간이죠. 그래서 작품(프로젝트)의 큰 컨셉이 정해지면 그에 맞는 멤버들을 모아 함께 만들어갑니다. 과제를 세밀하게 정리하고 제작 방법을 검토하고, 최종 아웃풋과 기술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 팀원이 함께 만들어갑니다.

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팀원들로 구성이 되나요?

예를 들어 중국 마카오에 있는 '팀랩 슈퍼네이처 마카오teamLab SuperNature Macao' 전시 중인 작품 <Valley of Flowers and People: Lost, Immersed and Reborn>은 꽃의 모델과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3D CG 전문가와 3D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 작품 공간에 들어가는 수십 개의 프로젝터 등의 장비를 설계하는 엔지니어, 그리고 프로젝터를 통합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 건축가 등 다양한 멤버들이 참여했습니다. 팀원 구성이 정해진 게 아니기 때문에 프로젝트에 따라 그에 필요한 지식을 가진 팀원들이 모이게 됩니다.

한 팀에 아티스트, 엔지니어, 프로그래머 등 여러 분야의 사람이 모이면 의견이 다양하기 때문에 그를 하나로 수렴하는 것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멤버들이 서로 협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팀으로 일한다는 것이 타인의 생각을 비평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뜻은 아니에요. 오히려 팀랩에서는 작업을 할 때, 타인의 눈치를 볼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Valley of Flowers and People: Lost, Immersed and Reborn>, 2020, Interactive

Digital Installation, Endless, Sound: Hideaki Takahashi © teamLab

작품을 만들 때 무엇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아트 콜렉티브Art Collective로서 집단 창조 과정을 통해 인간에게 유의미한 작품을 만드는 겁니다. 그리고 새로운 세계로 첫 발을 내딛고자 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며, 세계를 바꾸고 싶은 크리에이티브 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거죠. 우리도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것을 체험하거나, 아무도 겪어본 적 없던 것을 경험했을 때 가장 큰 성취감을 얻거든요.

조명을 이용한 <Light Cave ll>. 팀랩은 디지털 영상 외에 빛이나 소리를 이용한 작품을 제작하기도 한다 | 영상 출처 : 팀랩 유튜브 공식 채널

실내에 거대한 인공 구름이 떠다니는 <Massless Clouds Between Sculpture and Life>, 2020 © teamLab

<Waterfall of Light Particles at the Top of an Incline>은 관람자가 흐르는 물 위를 걸으며 작은 폭포 앞에 서는 작품이다. 이렇게 팀랩은 오감이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든다 © teamLab

그렇다면 매번 사람들에게 놀라움과 재미, 몰입감을 선사하는 작품을 만드는 팀랩의 창조성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팀랩의 창조성은 전문 분야가 서로 다른 팀원들이 경계를 넘어 함께하는 ‘다차원성’과 ‘지식 공유’를 기반으로 합니다. 이 두 가지가 합쳐져서 우리가 지향하는 ‘집단 창조’가 가능하게 되었죠. 집단 창조를 통해 더 나은 작품을 만들고 팀랩을 발전시켜 나간다고 믿고 있습니다.

팀랩은 ‘집단 창조’를 강조합니다. 집단 창조의 장점은 무엇인지, 또 그를 위한 팀랩만의 방법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특정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지식과 정보는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멤버들에게도 공유됩니다.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지식을 빠르게 발견하고 나눌 수 있다는 점은 집단만이 가질 수 있는, 차별된 힘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작더라도, 누구에게나 필요한 범용적인 지식을 공유하면 새로운 프로젝트나 현재 제작 중인 작품을 개선하는 힘이 되거든요.

좋은 작품을 위해서는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다 중요합니다. 팀랩은 어떤 인재를 원하나요?

자신에게 없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진 인재를 선호합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좋은데 실력이 좋지 않은 사람, 그 반대로 실력을 뛰어난데 타인을 무시하는 사람은 원하지 않아요. 나이에 관계없이 타인을 존중하고, 솔직하되 겸허한 사람이 좋은 팀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미후네야마 라쿠엔 공원 내에 있는 오래된 목욕탕에 설치한 작품 <Main_Megaliths in the Bath House Ruins>는 거대한 기둥이 바닥을 뚫고 올라온 것처럼 설치했다 © teamLab

전시를 구상할 때, 공간에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아요. 대부분의 팀랩 작품은 천장부터 바닥까지 공간 전체에 실행이 되고 규모가 크니까요.

디지털 기술로 창조된 예술은 쉽게 확장되기 때문에 공간 내에서 더 많은 자율성을 갖게 됩니다. 덕분에 우리는 이전보다 더 넓은 공간을 활용하고 조절할 수 있게 되었죠. 그에 따라 관객은 더 몰입해서 작품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고요.

전시 공간이 작품에 영향을 끼친 사례가 있었나요?

공간의 물리적인 제약을 고려해 그 지역의 사람들과 공동으로 큐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간을 탐구하고, 가치관을 바꿀 수 있는, 인류에게 의미가 있는 무언가를 만들겠다는 팀랩의 철학은 유지하죠.

2016년 일본 도쿠시마에서 열린 <TOKUSHIMA LED FESTIVAL 2016>에 설치된 팀랩 작품. 강에 색이 바뀌는 공을 띄운 작품으로 10일 동안 30만 명이 관람했다 © teamLab

teamLab: LIFE, Seoul © teamLab

전시 <팀랩: 라이프>가 열리는 DDP도 내부 공간이 매우 독특하죠.

DDP의 독특한 공간을 활용한 몇몇 작품이 있습니다. 신작 중 하나인 <Black Waves: 거대한 몰입>은 나선형 공간에 설치되어 있어서 작품의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습니다. 관객은 거대한 파도 덩어리와 마주하고 집어 삼켜지면서 마침내 파도와 하나가 되는 기분을 느끼게 될 거예요. 덩어리처럼 보이던 파도의 바깥은 안으로 밀려 들어가 표면과 내면의 경계가 흐려지고요. 그를 통해 관객은 겉과 속은 둘이 아니며(不二), 서로 가르고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팀랩: 라이프>는 한국에서 열리는 두 번째 전시입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관객들이 어떤 경험을 했으면 하나요?

열린 마음으로 방문해서 아름다운 세계를 함께 만들어가는 걸 즐겨줬으면 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별히 생명의 연속성에 담긴 아름다움을 탐구하려고 했습니다. 세계의 연속성 자체를 아름답다고 인식해서 관객의 세계관이 변화되거나 확장되었으면 합니다.

teamLab: LIFE, Seoul © teamLab

팀랩은 과학과 기술로 빚은 예술 작품을 선보이지만, 언제나 인간의 미학, 자연과 세계의 관계에 대해서 말합니다. <팀랩: 라이프> 전에는 어떤 철학적인 주제를 담으려고 했는지 궁금합니다.

<팀랩: 라이프> 전은 인류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방식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아름답다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진정으로 ‘아름다움’이라는 현상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번식을 추구한다는 관점에서 우리가 다른 사람을 보며 아름답다고 인식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우리는 꽃이나 다른 사물을 보고 동일하게 ‘아름답다’고 인식합니다. 즉, 우리는 미의식을 확장시킨 겁니다. 그에 따라 현대인은 그들만의 꽃을 창조해 아름다움의 개념을 더 확장하고 있죠. 이렇게 미의식이 확장되다 보면 먼 미래에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할 것입니다. 이런 긍정적인 미의 확장은 인류를 성장하고 번영하게 할 겁니다.

공간 가득 크리스탈 조명이 설치되어 있는 <Wander through the Crystal Universe>는 날씨에 따라 조명의 색이 바뀐다. © teamLab

마지막 질문입니다. 아트컬렉티브 팀랩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인터랙티브 아트의 특징은 관람자의 존재나 행동이 작품에 영향을 주어 경계선을 흐릿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는 작품과 관람자, 관람자 개인과 집단의 관계성에 변화를 주죠. 예를 들어 5분 전에 작품을 먼저 본 사람이 있는지, 자신 옆에 있는 사람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따라 작품이 변하게 됩니다.

때로는 사람(관람객)의 존재를 장애물로 인식한 예술 작품도 있습니다. 그래서 전시실에 자신 혼자 감상을 하면, 운이 좋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있죠. 그러나 팀랩의 전시에서는 다른 관람객의 존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팀랩의 인터랙티브 아트는 지금까지의 인터랙티브 아트보다 주변 관람객의 행동을 더 잘 인식합니다. 그래서 만약 당신이 다른 사람에 의해 변화된 작품이 아름답다고 느낀다면, 그 변화를 일으킨 사람의 존재도 아름답게 느껴질 것입니다.

글 | 디자인프레스 객원 에디터 허영은

(designpress2016@naver.com)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팀랩 / 문화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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