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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크리에이터’는 네이버 디자인이 동시대 주목할만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조경전문가 김봉찬 대표의 첫 번째 이야기 어떻게 다른 생명들과 사이 좋게 지낼 수 있을까? 김봉찬 고사리와 키 작은 활엽수를 포함해 작고 여린 식물을 주인공 삼아 새로운 미감과 가치의 정원을 보여 주는 조경 전문가. “제주도 촌놈이 뭘 알겠습니까?” 말하지만 생태학은 기본, 철학과 미학, 인류학과 사회학에도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정원이야말로 신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창작물이 아닐까 싶다. 단순히 꽃과 나무의 생태적 특징을 넘어 우주의 운행 원리와 지구의 아름다움에까지 눈을 뜬 자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고도의 미술. 제주 베케 정원, 포천 평강 식물원, 경기 곤지암 화담숲 암석원, 아모레 성수와 모노하의 정원 등 거의 모든 ‘베스트 가든’을 디자인했다.
SNS 피드의 스크롤을 올리다가 멈칫 하던 순간이 떠오른다. 작은 핸드폰 화면에 돌연 펼쳐진 눈부신 정원. 주인의 귀여움을 받는 흔적이 가득 묻어난 숲은 바쁜 손가락을 잠시 멈추게 했다. 그곳은 제주도에 있는 베케 정원이었다. 화려한 비주얼의 정원이 아닌 소박한 얼굴에 잔잔한 기운을 가진 정원. 그렇게 그곳의 크리에이터인 김봉찬 대표를 알게 됐는데 그 이름은 아모레 성수, 모노하의 정원에도 닿아 있었고 더 멀리는 이타미 준 건축가가 설계한 곳으로 유명한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 비오토피아 생태공원, 경북 봉화 백두대간 수목원 암석원에까지 박혀 있었다. 전국 곳곳에 찍은 점들을 연결해 보니 벌은 벌대로, 나비는 나비대로, 그걸 보는 사람은 또 사람대로 행복한 ‘자연주의 정원’이 그려졌다. 김봉찬 대표는 해외에서는 이미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한국에서는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자연주의, 생태주의 정원의 최고 전문가다. 생태정원은 디자인의 키를 자연에게 맡기는 곳이다. 각각의 꽃과 나무가 좋아할 만한 땅을 만들고 그 안에서 다양한 종의 생명들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정원을 지향한다. 거칠게 비유하자면 인공적으로 만드는 자연 정원. 구현하기가 쉬울 리 없다.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다. 김봉찬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생태 정원을 조성하려면 우주의 운행과 지구의 미학에까지 깊이가 가 닿아야 할 것 같았다. “사람만 사회적으로 자립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식물도 마찬가지예요.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경쟁도 하면서 자립을 해요. 식물끼리 서로 연대해 동물의 공격을 막아 내기도 합니다. 자립을 하려면 일단 다양한 생명이 있어야 해요. 그런 자연이 또 아름다운 거고요. 자연의 원리를 이야기할 때 약육강식이란 표현을 많이 하는데 그건 표면적인거고 그 안을 들여다보면 공생하고 연대하는 부분이 훨씬 많아요. 너도 살고 나도 사는 거예요. 얼룩말이 어떤 면에서는 사자한테 고마워해야 해요. 사자의 먹잇감이 되지만 적당히 약한 놈만 도태가 되고 전체적으로는 무리를 더 건강하게 만들어주니까요. 개체수가 조절이 안 되면 풀이 남아 나지 않고 결국 멸종의 길로 가요. 사자가 사람하고 다른 점은 다른 누군가를 ‘화풀이’로 죽이지 않는다는 거예요. 딱 자기가 이용할 에너지만 구하지요. 지구에서 가장 위험한 종은 사람이예요. 자연에 겸손하지가 않으니까. 우리가 지구에서 뭘 해야 할까? 어떻게 다른 생명들과 사이 좋게 지낼 수 있을까? 그런 삶의 태도를 고민하는 것이 생태정원의 시작이에요.” 제주 베케에는 이런 생태정원의 핵심과 정신이 촘촘하게 깃들어 있다. 이곳에는 캐나다나 미국의 정원에서 봤음 직한 아름드리 고목은 한 그루도 없다. 정원이 700평, 농장이 2300평이지만 작은 꽃무리가 많고 아담하게 조성된 꽃밭이 많아 그저 너른 시골의 정원을 둘러보는 기분이다. 베케는 “밭의 경계에 아무렇게나 툭툭 쌓아 놓은 돌무더기”를 뜻하는 제주도어. 시골에서 밭을 고르다 보면 크고 작은 돌이 튀어나오는데 그 돌을 한 켠에 쌓아 두면 ‘베케’가 된다. 현장에서 만난 김봉찬 대표는 사람 좋은 큰 형님 같았다. 어세 오세요, 하고 큰 목소리로 환대를 하는데 눈빛이 서글서글했다. 손에는 굳은 살이 두텁게 배어 있었다. 책상과 회의 테이블, 책장만 간단히 구비해 놓은 사무실에는 정원 관련 책이 가득했다. 잠시 환담을 나누고, 그를 따라 베케의 입구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밀당’ 따위 생략하고 바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요즘 흐름이 ‘내츄럴리스틱naturalistic 가든’ 이잖아요. 이게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저는 20년 전부터 이 일을 했어요. 외국에서 유명해지기 전부터. 내츄럴리스틱 가든은 자연 정원, 생태 정원인 건데 사람과 식물을 함께 ‘주인공’으로 생각하는 정원이에요. 사람만 주인공인 게 아니라. 베케에서는 카페 자리를 깊이 파서 걸어가는 개미도 보여요. 이끼도요. 몸통이 얇은 나무 위주로 심어서 풍경에 ‘선’을 만들고 하늘도 잘 보이지요. 비 오는 날과 바람 부는 날이 다르고 초여름과 여름이 달라요. 그렇게 다양한 아름다움과 조화를 보고 느끼는 것이 생태 정원의 핵심이고 더 아름다운 세상을 갖게 되는 시작점이 되는 거예요.” 베케 입구에는 키 작은 식물들이 색색의 양탄자처럼 깔려 있었는데 꽃이 50원짜리 동전 만한 원평소국 꽃무리에는 벌과 나비가 무리 지어 비행을 했다. 나비는 서울에서도 종종 봤지만 벌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벌은 생태계의 최대 공헌자로 벌이 없으면 인류의 생존도 불가능하다. 전세계 농작물의 약 80%가 꿀벌이 열심히 수술의 꽃가루를 암술의 꽃가루로 날라주는 것으로 결실을 맺기 때문이다. ‘꿀벌의 멸종, 풍요의 종말’이란 말을 심심찮게 들어왔는데 그 벌이 왱왱 소리를 내며 활발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내 반가운 마음이었다. 원평소국 주변으로는 암대극, 정향풀, 갈사초가 저마다 행복해 보였다. 백리향과 고사리도 눈에 띄었다. “문명이 농사를 시작하면서부터 정원을 가꾸는 문화가 있었어요. 그게 오래된 과거의 정원인 건데 한국은 아직도 이 수준에 머물러 있어요. 정원이라고 하면 자랑거리로 생각하고 멋지고 큰 나무나 꽃을 떠올리잖아요. 20세기 중반부터 외국에서는 생태 정원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도시가 끝도 없이 팽창하니까 우리와 함께 사는 생물들이 점점 멀리 가는 거야. 더 이상 공존할 수 없는 정도가 되니까 도시 개발, 도시 재생 이런 단어들이 키워드가 되면서 방법을 찾기 시작한 거예요. 어떻게 하면 벌과 나비가 돌아오도록 할까 200~300년 전부터 고민을 한 거죠. 그런데 이건 서식처 기반의 ‘생태 과학’으로도 풀어야 해요. 단순한 조경의 문제가 아닌 거죠.” 베케의 정원 이야기는 그렇게 자연주의 정원으로, 생태정원으로 동심원을 넓혀가며 더 크고 깊은 세계를 보여 주었다. 정원에 담기는 것은 단순히 꽃과 나무가 전부가 아니었고 그 후의 인터뷰는 그래서 더욱 깊고 재미있었다. 기획 | 디자인프레스 편집부 글 | 디자인프레스 객원기자 정성갑 (designpress2016@naver.com) 인물 사진 | 이은숙, 더가든, 정성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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