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힐링 명소 제주에 들어선 세대공감 캐릭터! ‘스누피 가든’ (2)
디자인프레스
・
2020. 10. 25. 3:00
‘가든 하우스’는 스누피 가든에 도착하여 가장 먼저 마주하는 건물이다. 테마 공원으로 향하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입구 역할을 겸하는데 그 인상이 참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담백하다. 공간은 5개의 테마 홀과 4곳의 작은 정원, 카페, 피너츠 스토어, 그리고 루프톱 테라스로 이루어진다. 찰스 슐츠의 만화 이야기를 소개하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경험하는 것이 피너츠의 중요한 테마임을 넌지시 일러준다. 다소 흥미로운 점은 전시장에서 실내 공간과 외부 정원을 번갈아 경험한다는 것이다. 플랫폼아키텍츠의 최수연, 홍재승 건축가는 ‘자연마저도 전시할 수 있는 하나의 요소’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이곳을 설계했다고 말한다. 내부 경사로를 따라 서서히 거닐다 보면 어느새 야외 가든 입구. 완전히 외부로 나가기 전 루프톱에 올라 360도가 열려 있는 전망으로 바라보는 오름과 비자나무 숲은 송당 지역이기에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한 묘미다. 2만 5천 평 부지 중 900평 정도의 규모를 차지하는 이 전이공간은 산책과 휴식, 사색의 의미를 담은 스누피 가든 전체를 함축한다.
5개의 테마 홀과 4곳의 중정으로 이루어진 가든 하우스. 최수연, 홍재승 건축가는 전시장에서 ‘빛’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공기’라고 말한다. ⓒ 심효원
건축가들은 설계에 앞서 피너츠 코믹 스트립을 어떻게 상징적으로 표현할 것인지부터 고민했다고 한다. 테마공원의 입구와 출구 역할을 하는 건물이지만, 이곳은 간판을 보지 않는 이상 스누피와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 쉽게 알 수 없다. 도심에서 볼 법한 미니멀하고 깨끗한 생김새다. 백자 같은 물성, 추상적인 형태다. 직접적인 표현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방문객들이 해석할 여백을 남겨두고자 했던 건축가의 의도다. “찰스 슐츠의 피너츠는 전 세대가 사랑하는 만화예요. 귀여운 강아지 스누피를 좋아하는 아이부터 나무 아래서 인생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찰리 브라운을 좋아하는 5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를 아우르고 있죠. 우리가 한 편의 소설, 한 점의 그림을 보며 각자 다른 언어로 작품을 수용하듯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자신만의 의미로 스누피 가든을 감상하기를 바랐어요. 가든 하우스를 하얀 도화지처럼 비워 두었던 이유예요.”
가든 하우스는 자연의 배경이 되는 건축이다. 실제로 이곳의 팽나무들은 시간과 날씨의 변화에 따라 전시관 입면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때로는 낮고 긴 건축물이 땅의 일부처럼 보이기도 하며 때로는 하늘과 일체가 된 듯 사라져 보이기도 한다. 건물을 향하는 시선의 위치에 따라 그 모습은 또 달라진다. “처음 부지를 방문했을 때 주변 풍광이 정말 아름답다고 느꼈거든요. 가까운 목초지부터 멀리 내다보이는 오름까지 모두 건축의 컨텍스트에 담아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담백하고 정갈한 건물이 자연과 건축의 관계를 극대화하여 보여준다. ⓒ 홍재승
젠틀하고 우아한 곡선으로 표현한 매스가 오름의 능선에 대한 추상적 구현이라면, 내부 전시공간은 스누피가 사는 마을 골목길에 대한 은유라고 할 수 있다. 피너츠 코믹 스트립의 주인공들은 마치 제주 올레길로 이사를 온 듯하다. 이들과 함께하는 건축적 산책은 마지막 테마 홀을 지나 시야가 확 트인 옥상에 오르며 완성되는 시퀀스다. 외부에서 봤을 땐 단조롭고 밋밋한 건물일 수 있지만 내부에서는 자유롭고 입체적인 움직임으로 자연, 건축, 캐릭터와 교감한다.
올레길을 걷듯 천천히 거닐며 만끽할 수 있는 가든 하우스의 시퀀스 ⓒ 조재
“제주에 들어서는 건축이 어떻게 자연을 담아야 하는지는 건축가로서 매력적이면서도 어려운 주제예요. 어찌 보면 이곳은 디자인을 하지 않은 건물 같기도 하지요. 최소한의 디자인, 자연과의 관계를 배려한 디자인이 스누피 가든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까닭이에요. 사람들이 집보다 작은 호텔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이유는 많은 요소가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은 그 자체로 치유와 위로가 되거든요.” 가든 하우스의 정제된 건축 어휘는 관람객의 휴식과 재충전을 바라는 건축가의 겸손하고 따뜻한 마음과도 같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보는 것도 좋지만 건축과 자연이 시시각각 상호 반응하는 풍경은 더욱 드라마틱하다.
글 | 디자인프레스 정인호 기자 (designpress2016@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