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싱가포르 브랜드였어?(3) 반얀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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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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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사람들도 잘 몰랐던 로컬 브랜드

고급 리조트 & 스파 브랜드 반얀트리


싱가포르는 인구 600만이 채 안 되는 작은 도시국가임에도 무역과 금융의 허브 역할은 물론 문화 콘텐츠로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이번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서는 여행 좀 다녀봤다 하는 사람이라면 익숙할, 고급 리조트 & 스파 브랜드 반얀트리의 이야기를 전한다.

대부분의 사업 성공 스토리는 자국에서 성공을 이룬 다음 국외로 확장해나가는 순이다. 하지만 독특하게도 반얀트리는 그 반대다. 여행을 사랑하는 부부였던 남편 호 퀀 핑Ho Kwon Ping과 부인 클레이 치앙Claire Chiang은 푸켓 여행을 갔다 우연히 발견한 엄청난 규모의 땅을 매입했다.

반얀트리 푸켓 더블 풀빌라 ©Banyan Tree Holdings

하지만 그 부지는 방치되어있던 주석 광산이었고 각종 폐기물로 오염되어 있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된다. 부부는 후회 대신 자신들이 이 땅을 되살리기로 결심하고, 무려 7천 그루가 남는 나무를 심었다. 10년 뒤 다시 살아난 부지에 첫 번째 반얀트리 리조트를 짓는다. 반얀트리 리조트는 객실마다 개별 풀장이 갖추어져 있고 고급 스파가 리조트 내에 있는 점이 특징인데 이 풀빌라가 탄생하게 된 배경도 흥미롭다.

빈탄 풀빌라 입구 전경 ©Banyan Tree Holdings

1990년대 네 번째 리조트 설립을 계획하고 있던 호 퀀 핑은 해변가가 아닌 곳에 짓는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당시만 해도 거의 모든 휴양 리조트는 근처에 해변이 있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기 때문에 운영을 맡길 매니지먼트 회사를 찾기 어려웠다.

반얀트리는 해변이 없는 대신 각 룸마다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 있는 풀장을 만들었고, 리조트 안에서 고객들이 즐길 수 있는 편의시설을 제공하기 위해 독자적인 스파를 고안해냈다. 전 세계 여행객들에게 사랑을 받는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는 그렇게 탄생했다. 부족한 조건을 오히려 다른 리조트와 차별화하는 계기로 바꾸어낸 호 퀀 핑은 한 현지 인터뷰에서 "나는 좋은 아이디어란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역경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해변이 없었기 때문에 반얀트리라는 브랜드가 탄생한 것처럼 우리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좌) 반얀트리 공동창업자/부인 클레이 치앙 (우) 반얀트리 공동창업자/남편 호 퀀 핑 ©Banyan Tree Holdings

반얀트리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시킨 이들이지만, 두 사람 모두 그전까지는 호텔사업과 관련이 없었다. 남편인 호 퀀 핑은 젊은 시절에는 저널리스트로 활동했으며 꽤나 급진적인 활동에 참여하면서 2개월간 투옥한 이력이 있다. 아버지가 성공적으로 키워낸 건설사업을 물려받았지만 자신의 영향력은 거의 발휘하기 어려운, 언제나 을의 입장에서 계약에 따라야만 하는 포지션이 싫었다고. 그래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마음껏 발휘하고 이름을 남길 수 있는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반얀트리는 그의 바람대로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시도해볼 수 있는 캔버스, 그리고 세계적으로 알려진 브랜드가 되었다. 푸켓의 오염된 주석 광산 땅을 되살려 지은 첫 리조트로 시작해 2020년 현재 무려 28개국에 걸쳐 43개의 리조트, 64개의 스파, 77개의 리테일 갤러리, 3개의 챔피언십 골프 코스를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로 그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반얀트리 멕시코 ©Banyan Tree Holdings

반얀트리 몰디브 ©Banyan Tree Holdings

반얀트리 바빈파루 리조트 ©Banyan Tree Holdings

반얀트리는 리조트에서 묵는 여행객들에게 자연이 주는 편안함, 치유의 힘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그 목표를 중심에 두고 새로운 장소를 정해 최대한 자연 그대로의 경관을 보존할 수 있는 설계에 신경을 기울인다. 반얀트리는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럭셔리 부티크 브랜드를 지향한 것은 아니었다. 가치관에 공감하는 여행자들이 계속해서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지금과 같은 고유한 색깔을 갖출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반얀트리 그룹은 반얀트리 리조트, 앙사나Angsana, 다와Dhawa, 홀리데이 아파트 콘셉트의 카시아Cassia의 총 4개의 브랜드를 소유 중이다 . 2017년에는 페어몬트, 래플스, 스위소텔 등을 보유한 프랑스의 호텔 그룹 아코르Accor가 반얀트리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형식으로 파트너십을 맺고 중남미에도 진출을 하며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다와 진샹린 ©Banyan Tree Holdings

고객들이 교류할 수 있는 공간 ©Banyan Tree Holdings

중국의 전통 스타일이 반영된 컨템포로리 디자인 ©Banyan Tree Holdings

그중에서도 새로운 경험에 오픈되어 있고 디자인 요소에 민감한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시작한 캐주얼 컨템포로리 브랜드인 다와는 중국의 만리장성 경관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금산령 구간 인근에 '다와 진샹린'을 오픈해 화제를 모았다.

호 퀀 핑 대표는 2019년, 호텔 투자 콘퍼런스 아시아 퍼시픽Hotel Investment Conference Asia-Pacific에서 공로상을 수상하면서 반얀트리의 성공적인 25주년을 기념했다. 그는 업계의 뉴스를 다루는 매체인 호텔 뉴스 나우Hotel News Now와의 인터뷰에서 "사업의 성공 비결은 모두가 열심히 노력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분명 운이 따랐다"고 전했다. 해변에서 멀리 떨어진 폐 광산을 구입했던 것이 반얀트리의 시그니처 풀빌라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었으니 말 다한 셈이다.

가끔은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을 적용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변화시킨다. 중요한 것은 될까, 안될까를 고민하는 대신 일단 시도해 보는 것. 일단은 행동으로 옮겨야 행운의 여신도 뒤따르기 때문이다.

글 | 디자인프레스 해외 통신원 에리카 정

(designpress2016@naver.com)

자료 제공 | 반얀트리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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