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들어선 거대 감귤 수확 바구니! '카페 더 콘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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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6.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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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을 담는 콘테나, 사람을 담는 공간이 되다


제주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인 감귤. 제주에는 주스를 비롯해 초콜릿, 타르트, 술 심지어 화장품까지 귤을 이용한 가공상품이 넘쳐난다. 이렇게 흔하디흔한 감귤을 좀 더 색다르게 느끼도록 하고 싶었다는 '카페 더 콘테나'의 대표 고원혁씨. 고향인 제주를 떠나 타지에서 직장 생활을 한 덕분에 도민이 아닌 관광객의 눈으로 제주를 볼 수 있었던 고대표는 감귤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자 했다.

그러다 떠올린 것이 바로 농장에서 감귤을 담을 때 사용하는 박스였다. 그가 카페의 모든 콘셉트와 디자인을 직접 구상해 구현한 카페 더 콘테나는 그야말로 감귤 수확 바구니 즉, 콘테나 모양을 하고 있다. 거대한 콘테나를 마주하니, 마치 거인국에 소환된 듯한 느낌이다. 확실한 콘셉트로 이른바 SNS '핫 플레이스'가 된 카페 더 콘테나의 대표를 만나 건축 비하인드스토리를 들었다.


어떻게 감귤 수확 바구니를 모티프로 한 건물을 짓게 됐나요?

가장 제주답고 감귤 밭에 잘 어울리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다, 제주 사람과 농민에게 친숙한 플라스틱 감귤 수확 바구니를 건물로 형상화하게 되었습니다. 제주에서는 흔히 감귤 수확 바구니를 '콘테나'라고 불러요. 그래서 카페 이름도 '카페 더 콘테나Café the container'라고 지었죠. 농사일에 아주 유용한 존재지만, 소중함을 잘 깨닫지 못하는 콘테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콘테나 속으로 감귤이 아닌 사람이 들어간다는 독특한 발상에서 나온 아이디어입니다.

건축 시공 과정

색을 비롯해 콘테나의 손잡이까지, 건물의 디테일이 살아있어요.

건물은 철근 콘크리트 구조이며, 깔끔한 표면을 살리기 위해 섬세하게 미장 처리 후 도장 작업으로 마감하였습니다. 손잡이는 녹슬지 않는 스테인리스 소재로 벤딩 작업하여 기중기를 이용해 옮겨 부착했습니다.

실제 콘테나를 인테리어로 활용하기도 했다고요.

워낙 외관이 독특하고 눈에 띄다 보니, 그 외 인테리어는 심플하면서 꾸밈이 많지 않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실제 콘테나 상자를 가지고 한 곳만 포인트 있게 꾸미고자 했죠. 그러다 흰 벽에 반이 잘린 콘테나를 부착하면 콘테나의 콘셉트를 입체감 있게 표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포토존으로도 좋겠다고 생각했죠. 처음에는 일반 피스와 실리콘을 사용해 고정하였습니다.

내부는 어떤 콘셉트로 연출했나요?

손님들이 엉뚱한 외관처럼 내부 콘셉트도 자극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품고 가게 문을 열 때, 화이트와 우드가 조화된 심플한 인테리어에서 반전을 그리고 따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연출하였습니다. 또한 널찍한 창문을 설치해 과수원의 전경을 오롯이 즐길 수 있게끔 했어요. 건물에 들어서면 펼쳐지는 풍경이 마치 다른 세계에 온 것만 같은 변화무쌍한 재미를 줄 수 있도록 이요.

음료 전달 방법으로 도르래를 이용하는 것도 재밌어요.

건물 특성상 높은 층고와 좁은 계단으로 인해 아래층으로 음료 트레이를 이동하는 것이 위험해, 음료 제공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가 타고 다니는 전동차에 고장이 있어 점검하는데, 저녁도 못 먹고 작업하는 저희를 위해 어머니가 검정 비닐봉지에 바나나와 두유를 담고 노끈으로 묶어 3층 빌라 베란다에서 주차장까지 내려 주셨어요. 여기서 우물에 도르래를 이용해 두레박을 내리는 모습을 떠올렸고, 뻥 뚫린 천장에서 도르래를 타고 음료가 내려온다면 손님들에게 편리함과 재미를 줄 수 있겠다 생각해 도르래를 설치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손님들이 하늘에서 선물이 내려오는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해요. (웃음)

어떤 식으로 도르래가 작동하나요?

전기를 이용한 도르래는 이미 많은 곳에서 쓰이고 있어, 차별화를 위해 수동 도르래를 사용합니다. 콘테나에서만 볼 수 있는 아날로그 감성 서빙 시스템으로, 코로나 시대에 최적화된 비대면 방식이죠. 작동 방법은 특허 등록한 윈치 손잡이를 시계 방향으로 돌려서 감겨 있는 줄을 풀어 트레이를 아래층에 내린 후, 반대로 돌려 줄을 말아 올리면 트레이가 올라와 스토퍼stopper를 끼워 정지시킵니다.

아내분과 함께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고요.

카페가 위치한 곳은 제 고향이자 어머니를 도와 농사를 짓던 삶의 터전입니다. 아내와 미래에 대해 고민하던 중, 삶의 터전을 이제는 아내와 함께 더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야 할 시기가 바로 지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부의 생각과 비전이 일치해 바로 준비를 시작했고,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인 카페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카페 대표 음료는 무엇인가요?

직접 재배한 감귤과 이웃 농장의 제철 과일을 이용해 만든 과일 음료입니다. 겨울에는 다양한 감귤을 저희만의 비율로 믹싱해 신선하고 상큼한 착즙 감귤 주스를, 여름에는 새콤하고 건강에 좋은 풋귤 에이드를 선보이고 있어요. 커피 메뉴를 드시고 싶다면 귀여운 콘테나 로고가 그려진 부드러운 '콘테나크림라떼', 디저트는 이색적인 '판나코타(이탈리아식 우유 푸딩)'를 추천합니다.

카페의 포토 스팟도 소개해 주세요!

건물의 콘테나 고리를 양손으로 잡는 듯한 또는 콘테나 속에 감귤을 넣는 것처럼 착시효과를 주면서 건물 외부에서 손 뻗는 컷, 인간 감귤이 콘테나에 들어가는 콘셉트로 가게에 입장하는 컷, 과수원에 주차된 실제 경운기를 운전하는 모션을 취하며 농부 콘셉트로 사진 찍기 등이 있습니다.

카페 더 콘테나가 어떤 곳으로 기억되길 바라나요?

콘테나의 모토는 '재미'와 '힐링'입니다. 유니크한 콘테나 속으로 들어와 잠시나마 유쾌하고 동심의 세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도르래가 내려갈 때 까르르하는 웃음소리를 들으면 저희도 행복하고 보람을 느끼곤 하거든요. 가장 제주스러운 카페에서 제주를 한껏 느끼며 편안한 마음으로 쉬다 갈 수 있는 안식처가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의 카페 운영 계획이 궁금합니다.

단순히 차를 마시고, 이색 건물을 관람하는 것으로 끝나는 공간을 원치 않기 때문에 카페를 다양하게 활용하고자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곧 있을 감귤 수확 체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 잔디 마당에서 공연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마련해 고객님들의 만족도를 높이려 합니다. 오셨던 손님이 다른 지인과 함께 재방문하는 카페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카페 더 콘테나는 이제 감귤을 담는 바구니가 아닌 사람을 담는 공간입니다. 여러분이 함께 채워주세요!

글 | 디자인프레스 인턴 에디터 서현숙

(designpress2016@naver.com)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 카페 더 콘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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