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광교점은 지난 4월 매장을 물류센터처럼 뜯어고치고 주문한 지 두 시간 내 제품을 보내주는 ‘바로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직원들이 주문받은 제품을 상자에 담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롯데마트 광교점은 지난 4월 매장을 물류센터처럼 뜯어고치고 주문한 지 두 시간 내 제품을 보내주는 ‘바로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직원들이 주문받은 제품을 상자에 담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롯데마트는 올초부터 다양한 ‘물류 실험’을 진행 중이다. 온라인 주문 즉시 1시간 배송이 이뤄지도록 속도에 집중하기도 하고, 온라인 주문 처리 물량을 확대하기 위한 물류 공간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쿠팡 등 전자상거래 업체에 맞서 ‘라스트 1마일(주문 상품을 소비자 손에 최대한 빨리 배송하기 위한 전략)’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실험들이다.

롯데마트가 29일 ‘세미다크 스토어’를 내년까지 29개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세미다크 스토어는 점포의 일부 공간을 박스 포장(패킹)용 물류 시설로 전환한 매장이다. 이를 통해 온라인 주문 처리 물량을 현 수준 대비 다섯 배가량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치열해지는 스마트 물류 경쟁

롯데의 '배송혁명'…마트 절반을 물류센터로
선진 유통업체들은 경쟁력의 핵심을 ‘스마트 물류’에서 찾고 있다. 아마존은 미국 전역에 있는 175개(2018년 기준) 물류센터에 약 5만 대의 물류 작업용 로봇인 ‘키바’를 배치했다. 우주를 창고로 활용하는 물류 시설을 특허로 신청했을 정도다. 월마트도 아마존에 대항하기 위해 2016년 물류 스타트업인 제트닷컴을 30억달러(약 3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국내 유통업계도 쿠팡발(發) 물류 경쟁이 치열하다. 쿠팡은 전국에 168개의 물류 거점을 만들었다. 상품을 물류 시설에 보관하면서 주문이 접수되면 빠르게 가져다주는 ‘로켓 배송’으로 매출 7조원, 거래금액 17조원(2019년 기준)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대형마트가 쿠팡, 네이버 같은 ‘디지털 공룡’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매장의 물류기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도심 역세권에 자리잡고 있는 점포에서 온라인 주문을 처리할 수 있다면 막강한 ‘파워’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아야

롯데마트는 갖가지 물류 실험 중 특히 세미다크 스토어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다음달까지 잠실, 구리점을 시작으로 내년 1분기에만 서울 금천, 경기 판교, 전북 전주, 충북 서청주점 등 12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정재우 롯데마트 디지털전략본부장은 “점포를 활용한 배송 거점 전략을 본격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교점, 중계점이 시행 중인 ‘스마트 매장’이 상품을 담고 박스 포장(피킹&패킹)하는 시설을 매대 공간에 함께 둔 것이라면, 세미다크 스토어는 매대와 물류 공간을 분리해 놓은 게 특징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온라인 주문이 들어오면 피킹은 매장 직원이 직접 하고, 패킹만 후방의 자동 시설에서 처리된다”고 말했다. 스마트 매장과 비교해 투자비가 5분의 1 수준이다.

롯데마트는 스마트 매장 확대도 병행해 현재 2곳에서 내년 12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현재 서울 권역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새벽배송을 12월부터 부산 전역과 경기 남부권으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매장의 물류 거점화는 이마트(전국 141개 매장)와 홈플러스(140개)도 공들이고 있는 전략이다. 홈플러스는 ‘올라인’이란 개념으로 온·오프라인 통합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이마트 역시 월계점 등 기존 점포를 새 단장하면서 P·P(피킹&패킹)센터를 설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디지털 공룡’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규제 해소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점포를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기 위한 물류시설로 전환해도 월 2회 쉬어야 한다. 영업일에도 밤 12시 이후엔 온라인 주문을 받을 수 없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 등이 의무휴업일에 온라인쇼핑 영업까지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