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에도 한시간 줄서기
샤넬백 700만→1041만원 인상
에르메스는 VIP만 대기번호
물량 제한두니 소비심리 자극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10일 오후 1시 서울 신세계강남점 2층 명품 매장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600명을 훌쩍 넘어 연일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있는 데도 해외 명품브랜드 샤넬 매장에 들어가려면 1시간이 넘게 기다려야 한다. 에르메스, 루이뷔통 등의 명품 브랜드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샤넬과 에르메스의 경우 사람들은 인기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오픈런'도 마다하지 않는다. 제품이 언제 입고되는지 알 수 없는 데다 입고되는 물량도 1~2개 수준으로 소량이다보니 오픈 전에 대기번호를 받아야 원하는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비쌀수록 잘 팔리는 불황의 역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샤넬의 대표 상품인 클래식 라지 핸드백은 2017년 700만원에서 현재 1041만원으로 3년 만에 가격이 44.8% 올랐다. 같은 물건이 3년 사이에 341만원이나 비싸졌는 데도 물건 사기는 더 어려워져 여전히 번호표를 받아야 제품 구경이라도 할 수 있다. 공급은 비슷한데 사겠다는 사람이 늘어서다. 멤버수 40만명이 넘는 포털사이트 명품 카페에서는 구매 대행 아르바이트도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샤넬의 가격 정책은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을 틈타 '베블런 효과'를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베블런 효과는 가격이 높아지면 제품을 고급스럽다 인식해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해외여행 등의 사진을 공유하던 과시욕은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자 초고가 명품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명품 플렉스(명품 구매 후 이를 SNS 등에 공유) 했다'라는 말이 유행어가 됐다. 불황에 오히려 가격을 수차례 올리며 '늦게 사면 손해'라는 조바심에 공급 물량을 제한해 희소가치를 더한 '스놉현상'까지 소비자 심리를 집요하게 겨냥하고 있다. 스놉현상은 다수의 소비자가 구매하는 제품은 흔하다고 인식해 꺼리는 소비심리를 말한다. 에르메스의 버킨백, 켈리백은 제품 구매를 위해서는 에르메스의 다른 제품 구매 실적을 통해 VIP 등급을 받아야 대기번호라도 받을 수 있다. 스놉현상을 노린 대표적인 사례다.
"코로나19가 소비 기준 높여"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소비 행태가 급변했다고 진단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의 기준이 높아지면서 수천만원의 명품, 억대 전자제품과 같이 일반 제품보다 100배 이상 높은 가격의 럭셔리 제품 판매가 늘고 있다"면서 "올해는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보복적 소비 성향도 강해지면서 명품으로 사람들이 몰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들어 20, 30대 젊은 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롯데멤버스에서는 지난 2017년 2분기 6000건이었던 20대의 명품 구매 건수가 올해 2분기에는 4만4000건으로 급증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20, 30대 구매비중이 전체의 50.0%를 넘어섰다. 명품 수요를 잡기 위해 명품 병행수입업체들도 편의점에서 명품을 팔고 대형마트들은 명품 대전 등을 진행하며 손님 끌기에 나서고 있다. 올해 롯데ㆍ신세계ㆍ현대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전년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신세계 백화점의 경우 올해 전체 매출이 줄어들었지만 명품 매출은 26.3% 급증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시장 규모는 약 14조8291억원에 달한다. 올해는 15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에서 가장 큰 명품시장 중국과 미국이 위축된 것과 상반된 행보다. 경영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는 올해 세계 명품시장이 전년 대비 23.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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