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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전시 공간, 바닷가 카페... 강남에 반전 선사하는 ‘일상비일상의틈’ (1)
디자인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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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2. 7. 18:39
강남대로 한복판에 테라스 정원을 품은 건물이 등장했다. ‘일상비일상의틈'이라 이름 붙은 이곳에선 오랜만에 만나기로 한 친구를 기다리거나(1층 미디어 월) 강원도 바다를 보며 커피를 마시고(2층 글라스하우스), ‘디깅'하고 싶은 분야의 소규모 출판물을 읽으며(3층 스토리지북앤필름) 소중한 순간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4층 시현하다).
2층 카페 '글라스하우스', 3층 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 4층 사진관 '시현하다'
공간을 기획하고 디자인 한 건 국내 3대 통신사 중 하나인 LG유플러스. 스마트폰 진열대 하나 없이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의 건물을 강남에 없던 문화로만 채우고자 했다. 이유를 물으니 “더 많은 사람들과 이어지기 위해서"란 근본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생각해 보면 통신이란 정보를 전함으로써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일. 다만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개념을 다루던 이들이 유형의 공간 디자인으로 전하고자 한 메시지가 궁금해졌다.
일상비일상의틈은 LG유플러스 플래그십 TF 팀과 HS애드 O2O 솔루션 3팀의 작품. 유플러스 TF팀에서 공간 기획과 디자인을 맡은 류소임 책임은 본래 매장의 디자인 시스템과 동선을 다듬는 디자이너다. HS애드의 O2O 솔루션 3팀의 허나예 선임, 이유진 사원 역시 디자인 기반을 지닌 공간 기획자. 지하 1층부터 5층까지 자리한 다채로운 공간들이 ‘MZ 세대를 위한 문화 공간’이란 주제 아래 무리 없이 하나의 큰 흐름을 이루는 건 디자이너 출신 기획자들의 섬세한 손길 때문이다.
‘일상비일상의틈'은 LG유플러스가 5G를 도입하며 제안하기 시작한 슬로건 ‘일상을 바꿉니다’를 활용한 이름. 기업명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느슨한 연결점을 부여했다.
건물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반전'. 류소임 책임은 “LG유플러스가 기획한 공간이지만 ‘LG유플러스'란 말이 어디에도 없고, 통신사가 만든 건물이지만 모바일 기기 쇼케이스가 없다. 강남역 앞에 강원도의 바다를, 도심 한복판에 테라스 정원을 만드는 식이다. 당연한 공식을 늘어놓고 모두 뒤집으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1층 광장에서 촬영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별도의 브랜드 광고 없이 장소를 제공했다. 반전을 만들기 위해선 지역을 둘러싼 문화를 먼저 알아야 했다. 강남역 인근을 오랜 시간 관찰했다. 진입장벽 없는 광장을 콘셉트로 조성된 1층 역시 이런 스터디 끝에 나온 것. 공간 디자인을 맡은 HS애드 O2O 솔루션 3팀 허나예 선임은 “흔히 ‘강남역 앞에서 만나'라고 이야기하지만 의외로 이곳저곳을 거닐어 봐도 편안히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누구든 길을 걷듯 부담없이 들어올 수 있도록 보도 블록과 유사한 바닥재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1층 공간의 3면을 채우고 있는 미디어 월이 실제 날씨를 반영해 변화하도록 설정하고, 광장 전체를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나 <유 퀴즈 온 더 블럭>처럼 MZ 세대가 선호하는 방송 프로그램의 무대로 선뜻 제공하는 것 역시 공간을 광장처럼 열어두기 위한 것.
파트너사 '구글'과 함께 조성한 1층의 유튜브 스튜디오. 다양한 배경을 지닌 일상비일상의틈만의 스태프 '유플러'들이 유튜브 촬영을 직접 가르쳐 주기도 한다.
'결합'에 묶여 있던 MZ를 꺼내는 문화와 디자인
공간을 둘러보는 중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통신사가 MZ 세대를 향하는 이유는? 업계를 가리지 않고 MZ 세대 마케팅이 활발한 최근에도 유독 통신 업계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는데, 그 배경은 독특한 시장 상황에 있다. 구매력을 지닌 중장년층의 선택을 그대로 따르는 ‘가족 결합’ 요금제가 정착하면서, 과거엔 상징적인 모델과 CM송이 금세 떠오를 정도로 브랜딩 경쟁이 치열했던 1020 세대 특수 요금제가 자취를 감춘 것. LG유플러스가 '가성비'를 높이는 상품 개발에 그치지 않고 문화와 디자인의 힘을 빌리기로 한 이유다.
그냥 인기 있는 건 안 해요, 너무 유명하지도 뻔하지도 않은 파트너들
이들이 마주하고자 하는 고객은 물량공세나 대세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가치를 따르는 MZ세대. 강남대로 한복판의 6층 건물을 통으로 채우면서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하는’ 건 위험했다. 이들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여러 차례의 자료 조사와 *FGI를 거쳐 층별 파트너를 선정해나갔다. 공간 전략을 맡은 HS애드의 장소은 선임은 “강남역을 찾는 MZ 세대는 대부분 퇴근 후 모임을 하러 온 이들이나 취업 준비생들”이라며 “겉으로 드러내기보다 부러워할 수 있는 것을 원했다”고 덧붙였다. MZ세대 사이에서 명확한 위치를 점유하면서도 뻔하지 않은 입주사를 찾아야 한다는 결론이 났다. *초점집단면접법(Focus Group Interview). 마케팅 조사법의 하나로 동질적 집단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 그 결과 서퍼 문화를 기반으로 한 강원도 고성의 카페 ‘글라스하우스', 해방촌에서 오랜 시간 독립 출판 플랫폼으로 자리해 온 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 개인의 가치를 컬러로 표현해 주목받은 사진관 ‘시현하다', 넷플릭스를 구심점으로 하는 문화 커뮤니티 ‘넷플연가'가 파트너로 선정됐다.
5층 공간은 사람들 사이의 파장에서 착안한 '원'을 모티프로 디자인했다.
층마다 파트너가 다르듯 공간 디자인 역시 파트너사와 오랜 시간 협의하며 서로 다른 콘셉트로 구성했다. 2층의 ‘글라스하우스’는 본점이 위치한 강원도 고성의 서퍼 문화를 도심 버전으로 치환한 스케이트보딩이 주제. 매장 안에 보드를 타고 미끄러지고 싶은 턱을 만들고 글라스하우스가 직접 그래피티를 맡았다. 3층 ‘스토리지북앤필름’은 책이 가득한 숲속 오두막을 키 콘셉트로 선정하고 서가 아래 부분을 작은 정원으로 꾸몄다. 특히 이곳의 서가 집기의 경우 기존의 기획을 뒤집고 스토리지북앤필름이 실제 사용했던 집기를 참고해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다. 4층 ‘시현하다’는 기존 촬영 시 고객들이 선택하게 되는 나만의 키워드를 주제로 전면부와 전시 공간을 채웠다. 엘레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시선을 잡아끄는 다채로운 컬러의 미로 벽은 나만의 색깔을 찾으며 길을 찾아나간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5층 모임 공간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을 형상화한 파장과 원을 모티프로 디자인했다.
2층 카페 '글라스하우스'. 5G 통신망을 활용해 카페의 본점이 위치한 강원 해변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송출한다. Ⓒ Mijin Yoo
한편 '전공을 살려' 곳곳에 적용된 통신 기술은 독특한 공간 경험을 선사한다. 반려동물을 주제로 전시가 열리는 지하 1층 갤러리에선 전시와 밀접하게 기획된 LG유플러스의 펫 케어 프로그램을 체험해볼 수 있다. 1층 광장에선 파트너사인 구글(유튜브)과 협업해 만든 스튜디오에서 영상을 직접 촬영해볼 수 있고, 2층 글라스하우스에선 5G 통신망을 이용해 강원도 바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넷플연가 모임이 열리는 5층에선 구글 스마트홈 솔루션이 음성인식 기술로 원활한 모임을 돕는다.
지하 1층의 반려동물 관련 전시와 병행해 펫 케어 홈카메라를 시연하는 모습. Ⓒ Mijin Yoo
현재 진행 중인 전시. '시현하다' 사진 촬영에 앞서 고르게 되는 '나를 표현하는 형용사'를 암실에 배치하고 빛을 투사했다. 전시는 분기마다 새롭게 구성된다. Ⓒ Mijin Yoo
일상비일상의틈의 멤버십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카페 메뉴를 주문할 수 있다. Ⓒ Mijin Yoo
관내 플랜트 디자인을 맡은 '마초의 사춘기'가 운영하는 가드너의 작업실. 가드너가 이곳에서 상주하며 식물을 매일 관리한다. Ⓒ Mijin Yoo
고객과의 지속적인 접점이 목표인 만큼 공간 곳곳에선 재방문에도 새로움을 선사할 수 있는 요소들을 준비하고 있다. 관내 식물은 모두 생화로, 플랜트 디자인을 맡은 ‘마초의 사춘기'가 상주하며 매일 관리한다. 건물 우측에 자리한 ‘가드너의 작업실'에서 직접 디자인한 가드닝 굿즈를 판매하고 식물 연계 전시를 병행한다. 3층 ‘스토리지북앤필름'의 전시 공간과 4층 ‘시현하다' 스튜디오 옆의 암실 공간 역시 일정 기간마다 새로운 콘텐츠로 탈바꿈한다. 공간별 콘텐츠 안내와 2층 카페의 주문 기능을 넣은 멤버십 앱은 일회성 방문으로 그칠 수 있는 공간 콘텐츠를 지속적인 커뮤니티로 연장해 준다.
클라이언트 | LG유플러스 브랜드마케팅 담당 플래그십 TF 사업/운영기획 : 김희섭 선임, 맹준영 선임, 강인후 주임 제휴 콘텐츠 기획 : 이선하 책임, 김민정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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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서 플랜트 디자인을 맡은 ‘마초의 사춘기’, 파트너사 ‘글라스하우스'의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글 | 디자인프레스 유미진 기자 (designpress20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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