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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크리에이터] #192 건축가 민성진 vol.2 “건축물에게도 인격이 있다”
디자인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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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2. 10. 21:31
‘Oh! 크리에이터’는 네이버 디자인이 동시대 주목할만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건축가 민성진 두 번째 이야기 Cool & Elegant!
민성진 | SKM 건축사사무소 존재의 이유가 분명한 건물을 짓는 건축가. 시대를 읽는 깊이 있는 안목과 관점으로 사람을 위한 환경을 제시한다. 1964년 출생. 남부 캘리포니아 대학교(USC)와 하버드 대학교 디자인대학원(GSD)에서 건축을 공부했으며 1995년 SKM 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다. 주요 작품은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 엠파크 허브 중고차 매매단지, GS 자이 주택문화관, 세이지우드 골프 & 리조트, 헤르만 하우스, 세스코 아카데미 등으로, 휴식, 레저, 상업, 주거 문화를 폭넓게 아우른다. 대담한 건축적 도전과 섬세한 디테일, 수준 높은 완성도를 갖추고 있어 한번 일했던 클라이언트가 계속 찾는 사무소로 유명하다. 건축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며 믿음직스러운 자신의 동료들과 ‘생명력 있는 건축’을 완성하는 일에 목적을 둔다. skma.com
아난티 남해 골프 & 스파 리조트(2005) ⓒ 남궁선
SKM 건축사사무소와 아난티가 인연을 맺은 첫 번째 프로젝트. 풍경과 시야를 건축화하는 것이 마스터플랜의 주안점이었는데, 클럽하우스의 전형에서 벗어난 과감한 시도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했다. ⓒ 송재영
소장님은 남부 캘리포니아 대학교(USC)에서 프랭크 게리의 수업을 듣기도 했고, 당시 그의 어시스턴트였던 손학식 건축가 사무소에서 근무하기도 했어요. 손학식 건축가는 프랭크 게리의 사무실에서 20년 넘게 일하셨던 분이죠. 대학교 때 인연을 맺었던 손학식 선생님은 지금까지도 저의 정신적인 스승이에요. 고민과 생각들을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씀드릴 수 있는 분이시죠.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꼭 통화하는데, 이렇게 든든한 버팀목이 주변에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에요. 좋은 사무소에서 일하고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경험은 좋은 건축가가 되는 큰 자양분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의 사고는 누군가의 영향 없이 발전하기 힘들잖아요. 리차드 마이어나 마이클 그레이브스처럼 기라성 같은 건축가들도 르코르뷔지에의 영향을 받았고, 프랭크 게리 역시 빅터 그루엔의 영향을 받았죠. 아무도 없는 산에 홀로 들어가 산다면 생존만 있을 뿐 철학이 태동하진 못할 거예요. 때문인지 SKM 건축 스타일을 프랭크 게리의 조형에 빗대어 표현하는 이들도 있어요. 기능, 디테일, 완성도, 기술보다 형태적인 면에서 SKM의 정체성을 찾기도 하죠. 가장 먼저 들여다보는 것은 결국 대지의 가능성이에요. 처음부터 형태를 정해 놓는다면 프로그램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디자인이 되겠죠. 대지, 빛, 바람, 공간감… 저희는 주변 환경을 고려하면서 기능에 충실하고 효율적인 건축을 지향해요. 형태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물인데, 그러다 보니 자유롭고 담대한 형태의 가능성이 열리는 것 같아요. 아난티 펜트하우스 부산도 모든 테라스에서 빛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하다 보니 기울어진 형태의 건축물이 탄생한 것이에요. 최종적인 스케치는 언제 나오나요? 실시 설계가 완료될 때 비로소 완성돼요. 설계 중간 과정에서는 건축물의 형태가 이상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자신감이 있죠. 모형을 보며 동료들에게 “이거 너무 못생겼는데 어떡하지? 이대로 지으면 우리 회사 망해”라고 말하면 그들은 “멋있어질 거예요”라고 답해요. ‘우리 건물은 멋있을 것이라는 자신감.’ 그게 건축적인 사고를 더 유연하게 확장해주는 것 같아요. 아이가 어린 시절 좀 못났다고 부모가 포기하지 않듯이 건물도 짓는 과정에서의 형태를 보고 망연자실하면 안 돼요(웃음).
모든 객실에 햇볕이 드는 넉넉한 크기의 테라스를 배치한 아난티 펜트하우스 부산. 방문객이 자연과 관계 맺기를 의도한 공간 장치가 드라마틱한 형태로 이어진다. ⓒ 윤준환
소장님은 SKM의 건축을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자존감을 지니는 건축이기를 바라죠. 사람이 자신의 가치를 타인에게 인정받고 존중받고 싶어 하듯이, 건축물도 스스로 멋지고 아름다운 존재이기를 원하는 것 같아요. 저는 건축물도 하나의 생명체로 대하고, 그 존엄적 가치Dignity를 존중하고자 해요. 매체에서는 파격, 과감, 압도와 같은 표현으로 민성진 건축가를 서술하는 편이에요. 일정 부분 공감은 했지만 무릎을 탁 칠 정도는 아니었어요. 근데 건축물의 ‘자존감’이라는 수식어는 와 닿네요. 제가 느꼈던 SKM의 인상은 ‘우아함’이었거든요. 우리 형제들끼리 어머니를 그렇게 정의했어요. ‘Cool & Elegant’라고. 그 모습을 닮고 싶었어요. 어떠한 상황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으셨거든요. 아들만 다섯이니 얼마나 격하게 놀았겠어요. 지금까지 남아있는 제 턱 밑의 꿰맨 자국도 어렸을 때 형들이랑 장난치며 생긴 흉터에요. 매일 이렇게 말썽을 부렸는데도 어머니는 당황하거나 짜증 내는 기색이 없으셨어요. 친절하게 붕대를 감아 주시며 “병원에 다녀오렴”이라고 쿨하게 응수하셨죠. Let It Be라고나 할까요? 그런 자세가 SKM의 건축에도 은연중에 드러나는 것 같아요. 관조적 태도네요. 맞아요. 6·25 전쟁에 참전하셨던 아버님은 나라가 들썩할 만한 뉴스를 보면서도 흥분하는 법이 없었어요. 정치, 사회, 문화 현상이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가든 결국엔 다 잘 될 것이라는 신념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그 영향 때문인지 저도 ‘절대’라든가 ‘무조건’ 같은 게 없어요. 우리가 봤을 때 정말 멋있는 디자인을 설령 건축주가 뒤엎는다 할지라도 크게 흔들리거나 당황하지 않아요. 직원들의 탄식이 들릴 때도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균형감을 이루며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갔던 경험이 있으니까요. 가끔 “SKM은 다 해주는 거예요? 왜 이렇게 고집이 없어요?”라고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웃음), 저희는 사용자에게 건축을 강요하지 않아요.
인위적이지 않은 음과 양의 조화로 우아하고 세련되게 디자인한 인천공항 VIP 라운지(2018) ⓒ 이원석
민성진 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2살인 1966년에 촬영한 가족사진. 다섯 형제 중 셋째인 그는 자신의 심미안이 어머니의 섬세한 미감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 말한다.
SKM은 건축주와 오랜 인연을 이어 나가는 사무소로도 유명하잖아요. 비결이 뭘까요? 완성도인 것 같아요. 건축물의 퀄리티가 곧 건축사무소의 얼굴이죠. 건물을 짓기까지의 지난하고 험난한 과정에서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일희일비하지 않고 롱런하기 위한 민성진 건축가만의 방식이 있다면요? 삶을 단순화해요.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거죠. 저 같은 경우 저녁이나 주말에 혼자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고 또 영화를 보며 마인드 컨트롤을 해요. 세상의 많은 좋은 것들은 대부분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한국 전통건축의 미를 미래지향적이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레이크 힐스 순천 클럽하우스(2008). 활기찬 매스감을 주는 동시에 한옥의 처마 아래 있는 듯한 단아하고 따뜻한 느낌을 선사하는데, 이는 재료의 물성과 효용성,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탄탄한 기술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건축이다. | 사진 제공: SKM 건축사사무소
기획 | 디자인프레스 편집부 글 | 디자인프레스 정인호 기자 (designpress2016@naver.com) 사진 | 김잔듸(516 studio) *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사진을 무단 복제 및 사용할 경우 법적인 책임이 생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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