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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장 핫한 두 이름의 조합, 이솝 & 디모레 스튜디오
디자인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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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2. 18. 19:48
밀라노와 파리, 이솝 시그니처 스토어 디자인
이솝Aesop은 언제나 지적인 디자인이 풍요로운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왔다. 창립자 데니스 파피티스Dennis Paphitis 가 멜버른에 만들었던 소박하지만 세심하게 구성된 첫 헤어 살롱을 보아도 그렇다. 갈색 유리병부터 우아한 기능성으로 읽히는 라벨과 패키징에 이르기까지 1987년 멜버른에서 설립된 이솝은 브랜딩 모든 측면에서 일관성을 유지해왔다. 이 중에서도 각 도시에 위치한 시그니처 스토어 디자인은 이솝 디자인의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다. 프리다 에스코 베도 Frida Escobedo, 오가타 신이치로 Ogata Shinichiro 등의 건축가와 전 세계의 스토어를 협업해온 이솝이 최근 가장 사랑해 마지않는 스튜디오는 밀라노 기반의 디모레 스튜디오 DIMORE Studio 다. 디모레 스튜디오는 미국 출신의 브리트 모란 Britt Moran과 이탈리아 출신의 에밀리아노 살치 Emiliano Salci가 2003년에 설립한 디자인 스튜디오로, 공동 대표인 이 둘은 현재 20여 명의 디자이너와 함께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간 디자인 영역에 진출한 디모레 스튜디오는 주거 공간과 호텔, 럭셔리 쇼룸 등 상업 공간 작업을 하며 현재 유럽을 넘어 남미와 미국, 아시아 지역까지 세를 확장하고 있다. 에르메스와 이솝의 밀라노 스토어, 로마 펜디 본사의 VIP 룸인 ‘펜디 프리베’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변화무쌍한 색과 패턴에서 느낄 수 있듯 다양한 시도를 조합하는 것이 우리 작업의 핵심이다. 평소에 우리가 주조색으로 사용하지 않았던 색을 선정하고 이와 배치되는 강렬한 개성의 색을 배치해가며 어떤 새로운 느낌을 주는지 하나하나 실험한다.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결과가 잘 나온 공간이 이솝의 밀라노 매장이다. 이솝의 대표색인 초록색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다양한 색을 조합해 흥미로운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밀라노의 두 번째 이솝 시그니처 스토어인 이솝 코르소 마젠타는 20세기 중반의 이탈리아 디자인에 보내는 기발한 오마주다. 로 산 조반니 거리 모퉁이에 자리한 코르소 마젠타. 이 역사 지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르네상스 시대 걸작 <최후의 만찬> 벽화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밀라노의 역동적인 현재를 볼 수 있는 장소다. 이솝이 디모레 스튜디오와 공동으로 설계한 35㎡의 작은 공간은 1930년대 이탈리아 저택의 키친에서 자주 사용된 식기와 마감재를 재해석한 것이 특징으로 지금도 밀라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공방, 보테가bottega(공방을 뜻하는 이탈리아어)의 현대적인 버전이기도 하다.
미세한 입자의 베이킹 파우더를 뿌려 놓은 듯한 무광택의 은은한 녹색과 노란색, 분홍색 표면은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알린다. 반대로 광택이 있는 청록색 타일로 벽면과 천장 아치를 마감해 벽 모서리의 담황색 선반과 대비를 이룬다. 이솝 제품을 디스플레이하는 캐비닛 역시 전체 배경과 동일한 녹색 톤으로 처리했고, 1950년대의 빈티지 벨벳 체어 2개는 부드러운 회색의 바닥과 대비를 이룬다. 음식을 준비할 때 전통적으로 사용했던 주방 싱크대를 재해석해 현대 리테일숍에 어울리게 적용한 것도 돋보인다. 실내에 사용한 조명은 놋쇠 막대 캐노피에 매달린 원반 형태의 대형 등 2개로, 유리섬유로 만든 장식용 갓은 흐릿한 무늬를 통해 실내에 빛을 은은하게 뿜는다.
파리 센강 좌측에 자리 잡은 이솝 생 쉴피스 스토어는 깔끔하게 정리된 파리 6구의 절제된 우아함과 완벽하게 어울리는 공간이다. 디모레 스튜디오는 1960년대 파리의 가정집이나 레스토랑에서 사용되었을 법한 가구와 소품을 활용해 20세기 중반의 클래식한 화려함을 절제된 형태로 표현했다.
매장에 들어서면 황동색 빛깔과 분홍빛 벨벳으로 덮인 벽면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오른쪽 벽면에는 기다란 삼단의 황동 카운터가 물결 모양을 그리며 굽이치듯 매장을 수놓는다. 카운터 상부장 위로는 백색 자기로 만든 싱크 세 개를 나란히 두었고 그 위로 두 개의 원형 거울을 배치했다. 분홍빛 벽면에는 메탈 선반을 연결해 이솝 제품을 가지런히 진열했고, 반대쪽 벽면에는 직사각형의 원목 프레임과 청동으로 만든 선반이 진열대 역할을 한다.
체스판 모양의 블랙 앤 화이트의 대리석 바닥과 입구 쪽에 놓은 화분은 1940년대 파리의 전형적인 식물원 모습을 재현했다고. 두 개의 소형 샹들리에는 사치스럽지 않으면서 화려한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 요소. 황동에 반사되어 무지개색으로 뿜어 나오는 광채는 내부를 환히 밝힌다. 스토어 안쪽의 나선형 계단을 따라가면 창문으로 이어지는데, 이 창문은 건축 과정에서 발견한 작은 입구로 이를 그대로 살려 스태프들이 오가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푸른 계열을 사용한 안쪽 벽면은 다소 화려하게 느껴질 수 있는 스토어 분위기를 살짝 눌러주며 디모레 스튜디오가 제작한 패브릭 의자는 공간에 매력을 더한다.
글 | 디자인프레스 편집장 김만나 (designpress2016@naver.com) 사진 제공 | 이솝 aeso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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