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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실 책상이 그리운 어른을 위한 '워크 캡슐'
디자인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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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 14. 13:00
닫힌 공간에서 일 잘 하는 내향인을 위한 1인 사무공간
편안함을 느끼고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넓고 개방된 공간에서 일하는 걸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들의 얼굴이 보이는 공간에서 일하는 걸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독일의 디자인 기업인 '스튜디오 아이슬링어Studio aisslinger'는 개방형 사무실에서 도피처로 쓸 수 있는 작고 재미있는 1인용 공간을 만들었다. 잠시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거나 집중하고 싶을 때 혹은 마음 놓고 긴 통화를 하고 싶을 때 쓸 수 있는 '워크 캡슐Work capsule'이다.
호텔 '25Hours'의 개방형 공간인 로비 한 쪽에 워크 캡슐을 설치한 모습. ©스튜디오 아이슬링어
업무 공간 구분이 주된 목적인 '폰 부스'나 회의용 파티션과 달리, 워크 캡슐의 중요한 목적은 개방되지 않은 공간에서 일을 잘 하는 직원들에 최적화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부 구조는 독립적이면서도 외부와 최소한의 연결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가방 브랜드 'LOQI'는 지난해 말 베를린에 새 사무실을 오픈하며 아이슬링어의 워크 캡슐을 설치했다. 직원들이 오픈된 공간과 개인의 프라이버시 공간을 언제든 오가며 일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스튜디오 아이슬링어
넓은 사무실 곳곳에 놓인 워크 캡슐의 겉모습은 마치 우주를 홀로 떠도는 1인용 우주선을 연상시킨다. 펠트 특유의 질감이 느껴지는 명랑한 색감과 재미있는 디자인. 한 마디로 '인스타그래머블'한 사무공간이다. 아이슬링어는 "(창의적인 일을 하는 직원들이) 우주에서 유영하듯 아이디어들 사이를 떠도는 느낌을 담았다"라고 설명한다.
다락방이나 계단 밑처럼 적당히 닫혀 있으면서도 아늑하고 삭막하지 않은 공간이 되기 위해 내부 공간은 넉넉하게 구성됐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크기로 동그랗게 난 창은 답답함을 느끼지 않도록 한다. 전원 코드와 USB 포트가 빌트인되어 있고 문을 닫으면 외부의 소음이 차단된다. 좁은 공간에서 스스로에게 더 잘 집중하는 어른들을 위한 독서실 책상과도 같다.
미국 BOS 사가 만든 'Loop Phone Booth Solo'. 위워크를 필두로 공유 사무실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방음 기능, 아이패드 거치대, 화이트보드, USB 포트 등을 갖춘 1인용 모델을 내놨다. 사진 출처ㅣ룹 홈페이지
2019년부터 운영 중인 일본 JR의 1인용 사무공간. 도쿄의 지하철역 중에서 이용자가 많은 신주쿠역과 이케부쿠로역 등에 설치되어 있다. 출장이나 외근 등의 이동 중에 잠깐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끄러운 카페에 가는 것을 불편해하는 이들을 타깃으로 만들었다. 기본요금 1인용 15분에 250엔(한화 약 2600원.) 사진 출처|스테이션 워크
개방형 사무실이나 공유 사무실이 늘어나면서 칸막이 없는 사무실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 '더 프라이빗한' 공간은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워크 캡슐처럼 눈에 띄는 색감과 디자인을 가진 미국의 실내용 폰 부스, 룹Loop은 1인용 부스로서 인기가 높다. 일본에서는 붐비는 카페에서 일하기를 꺼리는 직장인을 위해 지하철역에 설치한 방음 업무공간인 '스테이션 워크Station Work'가 점점 그 수를 늘려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이 된 지금, 동굴처럼 프라이빗하고 개성 있는 케이브cave형 사무공간은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글 | 디자인프레스 객원 에디터 박수진 (designpress2016@naver.com) 사진 및 자료 출처 studio aisslinger, Station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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