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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은행 ING의 신개념 호스피털리티 뱅킹 스페이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 위치한 ING La Vie 외관
무채색의 차갑고 딱딱한 인테리어, 카운터로 단절된 공간 구조, 시선을 어지럽히는 광고물, 오래 머물기에는 왠지 눈치가 보이는 건조한 분위기. ‘은행’하면 으레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들이다. 뱅킹 서비스가 진화하고 디지털 뱅킹이 활성화되면서 이런 은행을 찾는 이들의 발길도 점점 뜸해지고 있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 위치한 ING La Vie 라운지 공간
금융업이 발달한 네덜란드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코로나19로 더 본격화된 언택트 뱅킹 서비스 트렌드에 맞게 일부 지점은 아예 문을 닫고, 온라인과 모바일 서비스를 더욱 강화하는 추세다. 하지만 네덜란드 최대 은행인 ING는 네덜란드의 주요 도시 중 하나인 위트레흐트에 일종의 ING 플래그십 지점과 같은 ‘라 비La Vie(프랑스어로 ‘삶’이라는 뜻)’를 오픈하는 색다른 행보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 위치한 ING La Vie 라운지 공간
ING는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새로운 뱅킹의 시대, 어떻게 고객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벨기에 하셀트Hasselt에 본사를 둔 디자인 스튜디오 ‘크레노 인터내셔널Creneau International’과 대대적인 리서치를 진행한다. 이러한 리서치에 기반해 탄생한 ING La Vie는 은행보다는 부티크 호텔 라운지와 코워킹 스페이스에 더 가까운 완전히 새로운 은행의 면모를 보여준다.
ING La Vie 라운지 내 커피바, 즈바르트 하우드 Zwart Goud
ING La Vie에서는 은행 특유의 카운터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마치 카페처럼 고객들은 1층에 있는 ‘즈바르트 하우드Zwart Goud’라는 이름의 커피바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갓 내린 따뜻한 라떼를 즐길 수 있다. 네덜란드 어로 ‘검은 금’이라는 뜻의 즈바르트 하우드는 실제 커피를 상징하는 단어기도 하다. 18세기,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서 재배되어 VOC 네트워크로 유럽 전역에 공급되면서 네덜란드의 황금기를 만들어준 커피 원두는 말 그대로 금덩어리나 다름없었다. 참 직관적인 이름의 커피바가 아닐 수 없다.
ING La Vie의 직원 업무 공간과 미팅 공간
뱅킹 업무를 위해 La Vie를 찾았다면 디지털 터치 포인트를 갖춘 ‘워크벤치’ 셀프 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이 있으면 La Vie 곳곳에 상주하고 있는 직원들의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사업 관련 대출 등 상담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에는 담당 직원들과 개방형, 반 개방형 혹은 프라이빗 룸에서 미팅을 진행할 수 있다. 직원들의 사무 공간 또한 공용 공간과 조화를 이루는 개방적인 디자인으로 보다 더 인간적이고 친밀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코워킹 스페이스 브랜드 ‘드 스타드타운’과의 파트너십으로 완성된 업무 공간
마치 카페와 호텔 라운지를 연상시키는 ING La Vie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공간은 코워킹 스페이스다. 2015년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코워킹 스페이스 브랜드, 드 스타드타운De Stadstuin과 파트너십으로 조성된 공간으로, 최대 16명이 참석하는 미팅이나 워크숍 진행이 가능하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기업인들을 위해 마련되었으며, 시간당 30유로로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예약해 이용할 수 있다. 카페가 있는 1층에도 롱 테이블과 의자와 소파가 배치된 업무 공간이 있다. 이곳은 추가 사용 비용 없이, 사전 예약자를 대상으로 운영된다.
ING의 브랜드 컬러와 아이덴티티를 자연스럽게 적용한 공간 인테리어
대부분의 은행이 고유한 브랜드 컬러가 있듯, ING 또한 네덜란드 국가의 상징이기도 한 밝은 오렌지를 브랜드 컬러로 활용하고 있다. 디자인 스튜디오 ‘크레노 인터내셔널’은 ING La Vie 공간에 오렌지 컬러를 두드러지게 적용하는 대신, 계단 한 쪽, 바닥에 놓인 러그, 쿠션, 가구 등을 통해 미묘하고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브랜드 컬러를 반영했다. 또한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나무와 패브릭 소재로 보다 더 사적이고 친밀한 분위기의 공용 공간을 완성했다.
무료로 이용 가능한 ING La Vie 라운지
지난해 말 정식 오픈을 했지만 코로나19로 제한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탓에 이곳을 방문한 고객들의 리뷰는 안타깝게도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구글 후기를 통해 살펴 본 고객들의 반응이 극과 극인 점이 흥미롭다. “돈을 입금하려고 왔는데 할 수 없어서 불편했다”와 “근사한 인테리어에 진짜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곳”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보며 은행업이 이제 뱅킹을 넘어 호스피털리티 서비스 브랜드와 경쟁할 때가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었다. 글 | 디자인프레스 해외 통신원 비비안 김 (designpress2016@naver.com) 참고 및 자료 제공 | FRAME, Creneau Intern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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