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시 헤리티지는 자율성을 주면서도 원칙을 지키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쓸데없는 참견 없이 핵심을 콕 짚어주니 좋다.
100년 전후의 건물에서 정말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꼭 남겨야 하는 것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웠다. 먼지를 훌훌 털어 보이지 않았던 캐릭터를 부각시키고, 다시 그 건물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 산양 양조장에서 추구했던 핵심도 그와 같다.
영국뿐 아니라 유럽 대부분 그렇지만, 자국 건축물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범위도 넓은 것이 근대뿐 아니라 현대 건축물까지 포함한다. 한국으로 치면, 1960년대 이후 김중업, 김수근 건축가 이후의 건축물들이다.
그렇다. 영국에는 ‘20세기 소사이어티 The Twentieth Century Society’(C20 Society)라는 곳도 있는데 이곳은 시민 단체다. 건축유산 보존을 목표로 하는데, 20세기에 지어진 건축물에 한해 목소리를 높인다. 예를 들어 그들이 판단하기에 의미 있다고 여겨지는 건축물이 훼손될 위험에 처해있다고 하면 사적 재산이라도 개입을 한다. 국민 청원도 하고, 자문단을 보내 협상안을 찾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