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디자인 로드] 고성편 ① : 로컬의 디자인 스폿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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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5.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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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로컬’은 지역의 고유한 자원과 이야기, 재기발랄한 크리에이터들의 활약으로 흥미진진한 씬이 펼쳐지는 곳입니다. 집에서 몇 발자국 나서면 펼쳐지는 자연의 풍요로움 안에서 도시보다 진한 삶이 펄떡이고 있죠. 로컬엔 ‘푸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역에 거점을 삼고 살아가는 크리에이터들이 만드는 디자인 공간, 작업실과 공방, 브랜드들이 지역 경제와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죠. 로컬의 무궁무진한 재미를 찾아 떠나는 여정, 로컬 디자인로드의 첫 번째 장소는 강원도 고성입니다.


출처 : 고성군청

강원도 고성

강원도 동북부, 최북단에 위치하는 고성. 인구 2만 6천여 명이 살고 있다. 속초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지만, 고성의 풍경은 다른 동해안보다 한결 여유롭다. 그 호젓한 멋과 매력에 빠져 고성에 정착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서핑 때문에, 바다가 좋아서 동해안에 닿았다가 번잡한 양양이나 속초보다 한적한 고성과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2016년 이후부터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하나둘 활동을 보이면서 고성만의 지역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중이다.


1. 바우지움 조각 미술관

5천 여 평 규모의 대지에 펼쳐진 아름다운 건축물의 조각 공원

서울에서 2시간 반, 속초 IC를 빠져나오자마자 등장하는 첫 번째 디자인 스폿은 실제로 와 본 사람들이 더욱 추천한다는 바우지움 조각 미술관이다. 이곳은 지난 2015년, 김명숙 조각가 부부가 사립으로 세운 조각 전문 미술관이다. 근현대 조각관, 김명숙 조형관, 기획 전시실로 이루어진 실내 상설전과 함께 야외 조각공원, 교육관, 카페 및 아트숍으로 구성되어 있다. 채소를 경작하던 5천여 평의 밭을 일궈 세운 미술관의 기개는 장대하다. 각 50평씩 세 개의 동으로 나눈 건물과 그 사이를 잇는 돌담은 드넓은 공간을 거닐면서 한 치의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공간과 공간 사이로 고요한 물의 정원이 등장했다가, 튀어 오를 듯한 말 형상의 조각이 나왔다가, 커다란 울산 바위가 시야에 꽉 들어차기도 한다. 바우지움의 ‘바우’는 강원도 말로 바위, 지움은 미술관인 ‘뮤지움’에서 따왔다. 미술관 건물은 국내 대표 건축가 중 한 명인 김인철 아르키움 대표의 작품이기도 하다.

미술관의 입구는 일부러 거푸집에 돌을 깨어 넣어 만든 허름한 담이 에워싼다. 제1 전시관인 근현대 조각관은 김영중, 김경승, 김혜원, 박병욱, 조성묵, 문신 등 우리나라 근현대 조각가의 작품 40여 점을 선보이는 곳이다. 유리창 사이로 햇살과 클래식 음악이 가득 들어차는 전시장은 조용히 작품을 관람하기에 최적의 컨디션이다. 건물을 나서 돌담이 안내하는 작은 길을 따라가면 작은 조각 정원과 함께 김명숙 조각가의 전시 공간이 등장한다. 작가는 주로 여성의 몸체를 부드럽고 유려하며 풍만한 선과 양감으로 표현해 왔다. 조형관에서 김명숙 작가의 대표작을 감상할 수 있다면 야외 조각 공원에서는 여체 조각 외에 다양한 실험을 전개한 대형 조각들을 만날 수 있다. 예술가로서 나만의 전시 공간을 세우고 싶었던 한 조각가의 꿈이자 로망이 담긴 공간, 고성의 바람과 바위를 품은 건축물을 통해 또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전시 관람을 다 마치면, 출구 쪽에 따로 있는 아트숍과 카페(입장료 구매 시 음료 쿠폰 증정)를 방문해 보자. 아트숍에는 김명숙 작가를 비롯해 여러 공예 작가들이 만든 컵, 브로치, 그릇, 오브제 등을 전시하고 있다.

바우지움 조각 미술관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온천 3길 37 [네이버 지도로 keep하기]

매일 10:00 ~ 18:00 (매주 월요일 휴관)

033-632-6632

2. 설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설레는 디자인 스테이

바우지움 조각 미술관에서 불과 500미터 떨어진 용촌천 근방. 미니멀한 하얀 건물과 돌담이 어우러지는 디자인 스테이 ‘설레다’가 눈길을 끈다. 이곳은 공간의 ‘반전’을 꾀한 독채 펜션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네모난 중정이 나타나는데 이곳을 중심으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세 채의 공간 입구로 나뉜다. 각 공간은 인원, 손님 유형에 따라 최적의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드 계열의 인테리어로 내부에 들어섰을 때 편안한 기분을 느끼도록 했고, 침실, 주방 구역마다 바닥에 단차를 두어 공간을 분리했다.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코끝을 스치는 기분 좋은 향도 한껏 긴장된 몸과 마음을 누그러뜨린다. 이곳의 킬링 포인트는 바로 독채 공간에 딸린 노천탕과 미니 정원이다. 겨울철에는 아쉽게도 운영하지 않지만 날씨가 따뜻해진다면 운치있게 노천욕을 즐겨볼 수 있겠다. 가장 큰 공간인 ‘오늘도’는 노천탕 대신 사시사철 가능한 온수풀이 구비되어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다.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이재철 대표는 플랜트 건설 분야에서 오랜 시간 경력을 쌓다가 가족과 함께 이곳 고성으로 오게 됐다. “업무 특성상 외근과 해외 출장이 잦았어요. 어느 날 호텔에서 휴대폰으로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보고 있는 제 모습에 얼마나 회의감이 들던지요.”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자 했지만 정작 가족 곁에서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들며 돈 버는 목적에 회의감이 든 그는 아내인 이설연 대표와 함께 2018년, 설레다를 열었다.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던 어느 날, 지난 2019년 고성에서 난 큰 산불로 펜션 건물이 모두 전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정말 망연자실했죠. 하지만 돌이켜 보면 지금의 설레다로 업그레이드 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전열을 가다듬고, 완전히 새로운 설레다를 기초부터 차근차근 만들어나갔다. 이번엔 꿈꾸던 공간에 대한 아이디어를 적극 펼칠 수 있었다. 건축은 수림건축사가, 내부 인테리어는 아임디자인, 외부 조경 디자인은 안마당더랩에서 맡았다. 이설연 대표는 스테이를 운영하지 않는 기간 동안 속초에 비건 베이커리 가게, 설레다 베이커리를 열었다. 우유, 버터, 밀가루를 넣지 않아 평소 밀가루를 잘 못 먹거나 빵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한 사람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빵을 만든다. 설레다의 모든 투숙객에게는 웰컴 선물로 이 비건 빵이 제공된다. 어메니티 역시 비건 인증 브랜드, 분코의 제품을 비치했다. 두 부부는 자신들이 행복을 찾아 고성에 온 것처럼 이곳에서 머무는 모든 사람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앞으로 설레다의 시즌3을 준비 중입니다. 비건 베이커리와 카페 그리고 스테이를 결합한 공간을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설레다

강원 고성군 토성면 용원로 581[네이버 지도로 keep하기]

3. 온더버튼

르 꼬르동 블루 출신 부부가 운영하는 바다를 가득 품은 카페

아야진 해수욕장에서 동해대로를 타고 북쪽으로 달리다 보면, 유난히 푸르고 맑은 문암해변에 닿는다. 신비로운 모양의 기암괴석이 무리 지어 있는 ‘능파대’가 웅장함을 드러내는 곳이자 수심이 깊고 시야가 깨끗해 스쿠버 다이버들의 입수 포인트로도 사랑받는 곳이다. 이 문암해변에 또 다른 명소가 있다면, 이 너른 해변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카페, 온더버튼이다. 약 200여 평의 공간에 지은 2층짜리 카페 건물은 '디귿'자 모양으로 전면 창을 내어, 어디에 앉아도 시원한 바다 뷰를 감상할 수 있다. 카페의 뒤뜰은 미니멀리즘한 정원이다. 불필요한 요소는 버리고, 오직 바다와 자연을 한껏 안으로 들인 공간, 계단으로 이어지는 옥상에서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푸른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문암천의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리적 특성으로 매일 보아도 늘 다른 표정으로 오는 이를 반긴다.

여기저기 둘러봐도 보통 솜씨가 아닌 이 카페는 최소혜 대표와 남편 구본홍 쉐프가 하나부터 열까지 혼신을 다해 만든 공간이다. 펜션을 운영 중이던 부모님을 돕기 위해 강원도에 오게 된 최 대표는 오랜 시간 지금의 온더버튼을 꿈꿨다. 몇 년에 걸쳐 고성을 둘러보던 부부는 문암해변을 보자마자 이곳이라는 직감이 들었다고 한다. “건물이 들어설 지대의 높이부터 정원에 놓을 거울 하나까지 직접 손이 안 간 곳이 없습니다. 이렇게 통창을 ‘디귿’ 모양으로 뚫은 공간도 드물 거예요. 시공사에서 너무 개방감 있는 디자인은 우리나라 정서상 안 어울린다고 했지만, 우리는 확고한 의지가 있었죠.”

카페의 바 메인에는 구 쉐프의 아버지이자 한국 사실주의 미술의 대가인 구자승 화백의 크로키 작품 <Life Drawing>이 걸려 있다. 카페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좌우하는 바의 초록빛 대리석은 이태리에서 온 ‘알도 베르데’인데 이 자재를 얼마나 어렵게 구했던지 나중에 시그니처 메뉴 이름을 ‘라떼 베르데’라고 짓게 됐다고. 구 셰프는 르 꼬르동 블루 출신으로 호주에서 잘 나가는 수석셰프로 이름을 날렸다. 최 대표 역시 르 꼬르동 블루 출신으로 제과를 전공했다. 지금도 매일 아침 카페에서 크루아상 위주의 신선한 베이커리를 직접 만든다. 음료에 쓰이는 시럽 하나도 유기농 재료로 손수 제조한 것이다. 하얀 벽에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그 속에서는 매일 진심의 맛이 만들어진다.

온더버튼의 또 하나 포인트가 있다면, 바로 친환경 ‘컵’이다. “모든 음료는 이 젖병 소재로 만든 잔에 담아드립니다. 전자레인지에 돌리거나 뜨거운 음료를 담아도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아 안심이죠. 플라스틱을 아예 안 쓰면 가장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써야 한다면 보다 지속가능한 컵을 제공하고 싶었어요. 고객들이 SNS에 이 잔을 가져가셔서 일상에서 사용하시는 모습을 올려 주실 때 정말 뿌듯합니다.” 대부분의 고객이 음료를 마신 뒤 컵을 가져가는 편이라 지역 환경 입장에서는 쓰레기가 거의 생기지 않아 좋고, 고객들은 고성과 온더버튼을 기념할만한 기념품이 생겨 기뻐한다. 온더버튼이 이 컵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근방의 다른 카페에서도 동일한 소재의 컵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온더버튼의 다음은 무엇일까. “올해부터 천천히 2호점을 준비하려고 해요. 우리만의 특색을 담은 새로운 공간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온더버튼은 늘 그랬던 것처럼 고성의 경험을 전달하는 편안한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온더버튼

강원 고성군 죽왕면 괘진길 53-7 [네이버 지도로 keep하기]

매일 11:00 ~ 19:00

070-5097-5555


(온더버튼 가는 길에 있는) 틈새 맛집!

고성에서 가장 유명한 먹거리를 고르라면? 단연 막국수다. 고성 지역에 많은 막국수 가게가 있는데, 가게마다 맛내는 비결은 조금씩 다르다. 사시사철 줄이 긴 집 대신 촬영팀이 찾은 곳은 언덕배기에 위치한 금화정 막국수. 슴슴한 메밀 국수 아래 깔린 양념장이 키포인트다. 동치미를 가득 부어 한 입 가득 맛을 보면 막국수라는 음식은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담백한 맛이 일품인 메밀 부침은 꼭 함께 시켜 볼 것.

강원 고성군 토성면 화원길 42-21 매일 10:30 ~ 16:00 (일요일 휴무)


4. 글라스하우스

천진해변의 힙 플레이스

‘파도굴’이라는 의미의 글라스하우스. 서퍼들이 큰 파도를 탈 때 그 속이 유리집 같다고 붙여진 서핑 용어, glass house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 공간을 만든 최진수 대표는 고성에서 자랐다. 서울에서 패션 관련 사업을 하다 서핑에 빠져들면서 자연스럽게 고향에 돌아오게 됐다. 이곳 고성 천진해변은 서퍼들에게 파라다이스 같은 해변이다. 촬영을 하던 겨울날의 해변에도 어김없이 서너 명의 서퍼들이 나와 파도를 만끽하고 있었다. 글라스하우스는 서핑을 주제로 한 카페이기도 하지만 시즌마다 새로운 아이템을 선보이는 쇼룸 그리고 서핑 강습 클럽, 9'0" SOFTBOARD CLUB이 함께 존재하는 서퍼들의 아지트 같은 곳이다.

글라스하우스는 밝은색의 컨테이너 건물 네 동으로 이뤄져 있다. 건물 사이 곳곳에 심어진 열대 식물은 마치 미국의 고속도로 옆 휴게소 같은 느낌을 준다. 최 대표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방문했을 때 한 창고 같은 허름한 편집숍에서 받은 경험을 살려 이 공간을 디자인했다. 한편 이곳은 그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겸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픽, 제품 디자인은 물론 공간 디자인까지 다방면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 가는 중. 최근 강남역에 생긴 ‘일상비일상의틈’ 2층에 위치한 카페 글라스하우스는 첫 분점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고성 앞바다를 영상으로 감상하며 커피를 마실 수도 있지만 역시 활력감이 살아 숨 쉬는 진짜 바다의 에너지를 느끼기엔 본점만 한 곳이 없다. 커피와 음악 그리고 서핑이 함께하는 공간, 최근에는 2019년 론칭한 스웨덴 서핑 브랜드, 스톡홀름 서프 보드Stockolm Surf Boardclub의 쇼룸을 만나볼 수 있다.

글라스하우스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천진해변길 43 [네이버 지도로 keep하기]

매일 10:00 ~ 20:00

033-637-0406

5. 삼박한집

‘삼박한 씨’가 바닷가 별장에서 보내는 꿀맛 같은 휴일

봉포항 앞에 위치한 삼박한집은 고성을 찾는 많은 이에게 이미 잘 알려진 디자인 스테이다. 정갈한 인테리어와 뭉친 피로를 풀 수 있는 편백나무 히노키탕 그리고 무엇보다 고성이라는 지역의 특성을 잘 살린 스토리로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곳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장문수 대표는 자신을 ‘집사’라고 불러 달라 했다. “이곳을 기획할 때 가상의 인물을 한 명 설정했어요. 서울에서 열심히 일하는 ‘삼박한 씨’입니다. 그는 주말에 가끔 쉬는 용도로 바닷가에 집을 마련합니다. 이 집은 삼박한 씨의 둘도 없는 별장이자 친구들이 머물다 가는 안식처죠. 저는 그 집을 관리하는 집사고요.” 삼박한 씨는 치열한 도시의 평일을 뒤로하고 고성의 이 아늑한 곳에 머무르며 서핑을 하거나 책을 읽고, 자전거를 타거나 반신욕을 즐기며 느긋한 3일의 휴일을 만끽한다. 삼박한 집은 대·중·소, 세 타입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늘에서 보면 책을 덮은 듯한 박공지붕이 세 개라 이것 또한 ‘삼박’이다.

한옥과 양옥의 특색을 잘 살린 '대-105' 객실. 출처 : 삼박한집, 사진 : Texture on Texture

세 공간 중 ‘대-105’ 공간은 장 집사의 어릴 적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곳곳에 심은 공간이기도 하다. 어릴 적 대청마루에서 보름달을 보던 기억, 고무 대야를 놓고 물놀이 하던 여름날, 가족끼리 복작복작 누워 자던 한옥의 촉감을 떠올리게 한다. 높은 층고를 자랑하는 객실 내부는 서까래와 기둥, 보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고, 한옥의 미닫이문과 목재 마루가 어우러진다. 삼박한집은 모노그래프 건축사사무소(현, 오브 건축사사무소)의 전재영, 안녕건축사사무소 유용연 소장이 맡은 건축물로 지난 2019년 강원건축문화상 특별상을 받았다.

이밖에 삼박한집에서는 고성의 지역적 색을 살린 세심한 어메니티를 준비한다. 객실에는 고성 앞바다에서 추출된 해양심층수를 비치하고, 강원도의 로컬 맥주를 제공한다. 카페 겸 도자 공방인 도자기별에서 만든 오르골을 비치하기도 하고, 고성 하늬라벤더팜에서 수급한 라벤더를 상시 제공한다. 또 고성과 관련된 책, 지역의 맛집을 정리한 일명 ‘삼슐랭 가이드’도 준비해 뒀다. “고성 지역에 터를 잡는 사람과 로컬의 콘텐츠가 쌓이고 탄탄해져야 함께 발전한다고 생각해요. 지역의 제품들을 사용하고 소개하는 것은 저 나름의 작은 응원인 거죠.” 그동안 삼박한집을 머물다 간 사람들이 이곳에서 쓰는 비품이나 가구에 대해 많이 문의했다고 한다. 장 집사는 앞으로 이곳에서 사용하고 다루는 물건들을 소개하는 어메니티 숍을 구상 중이다. “고객들이 써보니 좋은 것, 삼박한 집에서 오랜 기간 써보고 인정하는 물건들이라면 어느 정도 검증이 되었을 거라 생각해요. 호텔로 치면 로비 층에 있는 로고 숍 같은 거죠. 혹시 만들게 된다면 이름은 ‘삼박한 컬렉션’이 어떨까요?”

삼박한집

강원 고성군 토성면 봉포2길 12 [네이버 지도로 keep하기]


(다음 장소 가는 길에 있는) 틈새 맛집!

고성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취재원이 살짝 귀띔해 준 곳은 다름아닌 '돈가스 집'! 고성군청 근처 분식집, 행복한 밥상이다. 겉에서 보기엔 특별할 것 없는 이곳은 로컬들이 찾는 숨겨진 맛집. 테이블마다 비빔밥, 칼국수 시킨 것도 제각각이다. 이왕 왔으니 먹어나 보자 하고 포크를 들자마자 빈 접시와 마주하고 당혹스러워 하는 자신을 발견할(수 도) 있다. 어릴 적 쫄면과 먹던 분식집의 딱 그 맛. 돈가스 때문에 장염에 걸렸던 촬영팀 PD님의 트라우마까지 치유한 걸 보니 인정할 수 밖에.

강원 고성군 간성읍 간성로39번길 20


6. 드레

영화 속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다정한 카페

드레에서 정성껏 준비하는 메뉴들. 왼쪽은 '드레버터' 오른쪽은 '빵과 수프' | 출처 : 드레 인스타그램

어촌 마을이 형성된 공현진 동네 자락에 다소곳이 자리한 카페 드레. 주택가라 찾기 어려울 것 같지만 이슬로 작가가 그린 선홍색 벽화가 멀리서도 눈에 띄는 곳이다. 가정집을 개조한 드레는 들어서는 순간부터 영화 속 세트장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거실은 예술가의 단정한 응접실 같고, 호크니의 그림 액자가 걸린 방은 빈티지 수집가의 살롱, 햇살이 가득 들어찬 부엌은 마치 <카모메 식당>을 떠올리게 한다. 뒷문을 열고 나서면 주택 뒤 중앙 정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드레를 운영하는 길고은, 곽용인 대표가 사시사철 열심히 가꾸는 정원으로 여름이 되면 각종 꽃과 식물들로 화려하다. 겨울철에는 갈대가 무성한데 그것마저 퍽 운치 있다. 별관 공간에 들어서면 마치 유럽의 작은 갤러리에 온 듯하다. 부부가 조금씩 모은 조개와 나무들, 곽 대표가 만든 도자기 작품들이 한데 어우러진다.

“카페 이름은 합성어로 짓고 싶었어요. ‘산과 들에’ 할 때의 ‘들’ 그리고 두레 협동조합의 ‘레’를 합쳐 ‘드레’라고 짓게 됐습니다. 이 지역에서 나는 특산물을 가지고 베이킹을 해보고 싶어서 자연스럽게 두레 협동조합을 떠올리게 됐죠.” 길 대표가 손수 만드는 다양한 제빵은 손님들 사이에서 칭찬과 소문이 자자하다. 강원도 특산물을 이용한 감자 타르트가 대표적. 계절 과일을 올린 파블로바, 루꼴라를 올린 오픈 샌드위치, 빵과 수프 등 제철에 따라 메뉴는 유동적이다. 드레는 시즌마다 새로운 전시를 선보이기도 한다. “고성에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 참 많아요. 그 외에 다른 시간은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 생각하다 시즌마다 새로운 전시를 볼 수 있는 갤러리 공간을 만들었죠.” 남다른 공간을 만든 비결을 물으니 부부는 좋아하는 영화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답했다. “저희가 좋아하는 빈티지 스타일이 많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해요. 영화를 볼 때도 등장인물의 집이나 인테리어를 더 유심히 보는 편이죠. 그런 곳을 보면서 우리도 저런 따뜻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드레는 여유롭고 행복한 시간을 바라는 부부의 다정한 마음을 닮았다.

드레

강원 고성군 죽왕면 공현진길 18-3 [네이버 지도로 keep하기]

11:00 ~ 17:00 (100% 예약제로 운영, 예약 필수)

로컬디자인로드 고성편

1편 - 로컬의 디자인 스폿 6

2편 - 고성에서 탄생한 로컬 브랜드 3

3편 - 로컬 크리에이터 (1) 정직한 마음을 담은 도자기, 테일포터리 곽용인 작가

4편 - 로컬 크리에이터 (2) 나무를 깎는 마음, 김현우 작가

5편 - 고성에서 가져 온 물건들

기획 진행, 글 | 디자인프레스 이소진 수석기자

사진 영상 촬영 | 디자인프레스 우정민 PD, 이지원 인턴 영상 기자

(designpress2016@naver.com)

촬영 협조 | 볼보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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