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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마음대로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원룸 아파트?
디자인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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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19. 18:30
도시 거주 1인 가구를 위한 슬라이드 빌트인 가구
20-30대 인구가 많고, 유럽에서도 특히 주거비가 높은 도시 중 한 곳인 뮌헨에는 셰어하우스나 원룸에 사는 1인 가구가 많다. 이들 대부분은 도심의 편리함을 얻기 위해 좁은 공간을 감수하는 청년들이다. 점점 고밀도화하는 도심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축 사무소 유엔스튜디오UNStudio가 뮌헨에서 건축 중인 원룸 아파트의 가상 이미지를 공개했다. 빌트인 가구를 슬라이드로 이동할 수 있게 만들어 공간 활용을 극대화한 'Van B 프로젝트'다.
Van B의 12평 원룸 아파트 내부. 베란다에서 현관 쪽을 바라본 모습(위) 현관 쪽에서 베란다를 바라본 모습(아래). 사진 출처|UNstudio
옷장, 수납장, 책장, 침대, 장식장 등의 용도를 가진 슬라이딩 빌트인 가구들. 사진 출처|UNstudio
침대와 책상을 접어넣는 방식의 가구 빌트인 아이디어는 이미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Van B는 이 빌트인 가구가 슬라이드 방식으로 움직이며 가벽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간단한 고정 장치 전환 만으로 몇 초 만에 벽의 위치를 바꾸고 공간을 재구성한다. 슬라이드 방식이기 때문에 크게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수년 내에 이사를 계획하는 세입자들이 많은 도심 1인 가구 특성상, 시설 공사를 하지 않아도 상황에 따라 수시로 집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은 큰 매력이다. 구조 변경이 유연한 만큼, 다양한 취향이나 라이프스타일의 입주자를 모을 수도 있다.
이 원룸 아파트의 크기는 40m²(약 12평.) 주방과 거실, 욕실, 테라스가 있고, 나머지 공간을 슬라이드 벽을 움직여 분할할 수 있다. 빌트인 가구가 만들어주는 공간은 침실, 옷장 겸 창고, 서재 겸 홈 오피스 등으로, 용도에 따라 특정 공간을 넓힐 수 있다. 3개의 슬라이드 벽을 모두 한쪽으로 밀어버리면 넓은 거실 공간이 만들어져, 원룸이라도 여러 명의 손님을 초대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런 공간 전환 방식으로 추가로 얻는 바닥 공간이 약 20m²(6평) 정도나 된다는 게 유엔스튜디오의 설명이다.
슬라이드 벽들을 활용해 구조를 바꾸는 예를 담은 영상. 출처|vimeo/UNstudio 아파트의 외관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작은 베란다는 독특하게 돌출된 거실 공간 덕에 프라이버시를 확보한다. 건물 옥상에 마련된 옥상정원은 입주자들에게 자연과 연결될 기회를 주고, 또 도심의 건물이 받는 열기를 식히는 역할을 한다. 이 밖에도 공동 주방 라운지와 공동 피트니스, 자동차와 자전거 공유 서비스 등 1인 가구에 특성에 맞는 공유 시설들을 꾸려 넣었다. 건물 전체적으로 일광을 최적화하고 재사용 자재를 활용하는 등 유럽의 지속 가능성 기준을 충족시켰다.
유엔스튜디오의 설립자이자 수석 건축가인 벤 판 베르켈Ben van Berkel은 Van B 프로젝트가 도시의 주택 가격과 월세가 급상승하며 나타난 주거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도심 공간 활용을 위해서는 건물을 수직적으로 높이 쌓아올리는 쪽을 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Van B 프로젝트는 건물 높이를 올리는 대신 수평적으로 공간을 늘려내는 대안을 선택했다. 판 베르켈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컨셉을 다양하게 제시함으로써, 이 아파트가 뮌헨의 고밀도화에 관한 담론에 포함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그 어느 때보다 집이 더 많은 기능을 수행하게 되었고, 휴식 이상의 역할까지 하게 됐다"라며 '변화하는 요구에 부응하도록 발전시킨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콘셉트'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Van B 옥상정원. 사진 출처|UNstudio
유엔스튜디오는 1988년 네덜란드에서 설립된 유명 대형 건축 사무소다.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 네덜란드 아른헴 중앙역, 카타르 도하 전철 등의 프로젝트를 설계했다. 한국에서도 서울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천안 축구종합센터, 서울 반포와 인천 송도 등 다수의 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글 | 디자인프레스 객원 기자 박수진 (designpress2016@naver.com) 자료 제공 | 유엔스튜디오, Dez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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