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의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를 5년 이상 유지하면 기업소득세(법인세)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스타트업에 대한 장기 투자를 장려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은 8일 베이징시가 중관춘국가자주혁신시범구에 등록된 기업에 대한 투자에 세금 감면 정책을 시행한다고 보도했다. 시행안에 따르면 벤처캐피털(VC) 등이 중관춘 내 스타트업에 투자해 5년 이상 지분을 유지하면 해당 투자분에 대한 법인세를 면제해 준다. VC 등이 3년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해당 지분의 양도소득이 VC의 전체 소득의 50%를 넘으면 투자분에 대한 법인세를 50% 감면한다.

베이징시는 "투자 기간이 길수록 법인세를 줄여주는 제도를 통해 스타트업들에 대한 장기 투자를 유도하려는 취지"라며 "이를 통해 신생 기업들이 더 크고 강하게 성장하도록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베이징 북서부의 중관춘에는 명문 칭화대와 베이징대, 중국과학원, 국가도서관 등이 자리잡고 있다. 2009년 시범구로 지정된 이후 90여개의 유니콘(기업가치 1조 이상 스타트업)을 비롯해 20만여개의 스타트업이 이 지역에서 탄생했다.

베이징시는 또 차오양, 하이뎬, 창핑 등의 6개 첨단기술 육성 시범지구에 등록된 기업들이 보유 기술의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을 활용해 벌어들이는 수입에 대해서도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연간 관련 이익 2000만위안(약 34억원)까지는 법인세를 면제하고, 2000만위안 초과 부분은 법인세를 반으로 깍아준다. 기존 500만위안이었던 법인세 면제 기준을 상향해 기업들의 기술 거래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중국은 2016년 9월 '창업투자 지속 발전 전략'을 발표한 이후 벤처업계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2018년 3월에는 VC가 투자 대상 스타트업의 상장 이후 의무보유기간을 4년 이상에서 3년 이상으로 줄였다. 또 지난해에는 상장사 지분 대량거래(블록딜) 시 의무보유 제한을 없앴다. VC에 투자를 보다 쉽게 회수할 수 있도록 해 다른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려는 시도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