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김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아태지역 총괄
한국 총괄도 겸임…"직접 손 들고 지원했다"
"스타트업 성장 과정 함께 하고 싶다"
"기존 프로그램, 전국으로 확대하겠다"
"저는 한국에 뿌리를 두고 있고 한국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사랑해요. 제가 가진 경험과 지식, 네트워크를 한국의 젊은 창업자들을 위해 쓰고 싶습니다."
마이크 김(37·한국명 김진)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아태지역·한국 총괄은 매일같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아태지역 총괄 자리만으로도 벅찬데 지난해 6월 한국 총괄까지 맡게 되면서다.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는 창업가들을 위한 일종의 ‘종합선물세트’다. 구글이 직접 사무실을 꾸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회사 성장에 필요한 제품 지원이나 교육, 컨설팅, 네트워킹 등 각종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마이크 김 총괄은 겸임하게 된 이유에 대해 "한국에 대한 애정이 컸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마이크 김 총괄은 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부모님 모두 한국에 뿌리를 두고 있고 친척들도 현재 한국에서 살고 있다. 그는 "한국의 잠재력도 높게 평가한다"며 "한국만큼 새로운 기술이나 문화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나라도 없다. 스타트업이 성장하기에 좋은 조건이다"라고 했다. 구글도 이러한 모습에 주목해 2015년 아시아 최초로 한국 서울에 스타트업 캠퍼스를 세웠다. 전 세계로는 영국 런던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이어 세 번째다. 2019년 말 기준 한국에서만 구글 캠퍼스를 통해 총 200개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1132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캠퍼스 커뮤니티와 연계해서 유치한 투자금액은 1130억원 이상이다.
국내 최초의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그립’의 김한나 대표가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출신이다. 그는 지난해 캠퍼스가 아태지역 여성 창업가를 돕기 위해 마련한 8주 프로그램에 참여해 해외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육아 플랫폼 ‘자란다’의 장서정 대표는 2017년 ‘엄마를 위한 캠퍼스’에 이어 2018년 ‘캠퍼스 입주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자란다는 처음 캠퍼스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8명 규모의 스타트업이었는데 직원 수는 매년 늘어 현재 50명이 됐다. 또 캠퍼스 프로그램을 계기로 40억원 투자도 유치했다.
마이크 김 총괄은 과거 스타트업 기업가였다. 2007년 소셜네트워크 회사인 ‘욜리지’ 창업을 시작으로 게임 회사 ‘징가’, 글로벌 채용 플랫폼 ‘링크드인’ 등 실리콘밸리의 다양한 기업에서 근무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에서도 사업개발 책임자로 있었다. 그러다 2016년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매니저로 합류했는데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찾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마이크 김 총괄은 "내가 가진 걸 스타트업에 나눠주며 성장 과정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나눔’이 인생의 목표인 그는 2015년 한국의 고령 빈곤층을 지원하는 자선단체 ‘코리아 레거시 커미티’도 설립했다. 주말마다 대학생들과 300~400개의 도시락을 노인들에게 전달한다고 한다. 마이크 김은 "젊은 친구들과 남을 도우면서 함께 성장하는 것의 기쁨, 감동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 17일 서울 대치동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서울점에서 마이크 김 총괄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는 어떤 조직인가.
"창업자들이 커뮤니티 일원이 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자리다. 구글 워크스페이스(협업 플랫폼), 클라우드(가상공간), 텐서플로우(머신러닝 툴), 유튜브 등 단순 제품 지원뿐만 아니라 어떻게 잘 활용할지에 대한 트레이닝과 멘토링도 제공한다. 또 구글이 지난 수년간 쌓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팀 구성 방법부터 마케팅, 홍보, 인사관리까지 스타트업 운영에 필요한 노하우도 전수한다. 개인적으로 의미 있게 보는 것은 글로벌 네트워크다. 캠퍼스는 한국에 있더라도 구글의 네트워크는 전 세계에 열려있다. 예를 들어 동남아에 진출하고 싶다면 우리는 문을 열어줄 수 있다. 구글은 한국 스타트업이 전 세계로 영향력을 확장하고 투자도 유치할 수 있도록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캠퍼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어떤 게 있는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한 마케팅 지원 프로그램 '그로스 아카데미(Growth Academy)'가 있다. 스타트업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마케팅이다. '아이스 브레이킹(Ice-Breaking)'을 통해 어색함을 풀고 관계를 맺는 방법, 클라이언트(고객) 앞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제품을 보여줄지 등을 알려준다. 8주 과정의 마케팅 프로그램은 온라인 워크숍, 1:1 멘토링, 네트워킹 세션 등 각 산업 전문가들로부터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받고 나면 매주 성장하는 게 눈에 띈다. 다들 큰 자신감을 얻고 나온다. 반응이 정말 좋다.
여성 창업자를 대상으로 한 ‘이머전: 위민 파운더스(Immersion: Women Founders)’,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의 시그니처인 ‘입주 프로그램(Google for Startups Residency)도 있다. 여성 창업 지원 프로그램은 다양한 창업가에게 기회를 주자는 취지다.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가 추구하는 가치 중 하나인 ‘다양성’에 부합한다. 잠재력 높은 여성 창업자에게 엄선된 멘토링과 맞춤형 워크숍을 8주 동안 제공한다. 입주 프로그램은 2015년 캠퍼스 설립 이후 매년 진행하고 있다. 6개월 동안 이곳 캠퍼스에 들어와 각종 지원을 받는 과정이다. 임대료도 없고 모든 게 무료다. 매 기수 10~15개 스타트업이 참여해 왔다."
-기존 아태지역 총괄을 하다가 지난해 말부터 국내 총괄도 겸직했다.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도 많은데 아태지역 총괄이 한국 총괄도 맡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개인적인 욕심이었다. 한국에 뿌리를 두고 있기도 하고 한국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사랑한다. 한국 젊은 세대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APAC(아시아태평양) 일을 하면서 경험한 여러 노하우를 보다 많은 한국 창업자들에게 알리면서 내가 가진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것이다. 스타트업에도 직접 종사했지만 회사를 창업하고 기업공개(IPO)를 크게 한다는 목표는 없다. 다른 회사, 다른 분들을 옆에서 돕고 키우는 게 제 목표다. 그것 때문에 한국에 왔고, 내 시간을 투자할 거라면 한국 스타트업에 이바지하고 싶었다."
-스타트업에 종사하다가 2016년 구글에 합류한 것도 같은 맥락인가.
"당시 10년 넘게 실리콘밸리에 있었고 내 인생의 진짜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던 중이었다. 그러다가 잠시 몸담았던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이 계기가 돼 내가 배운 것, 경험한 것을 스타트업에 나눠주며 성장 과정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전반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큰 관심을 가졌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들어 한국 창업자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가 2015년 한국에 설립된 것은 아시아 최초였다. 전 세계에서는 영국 런던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이어 세 번째다. 구글 입장에서 한국을 주목한 이유가 있을까.
"한국은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어르신들도 스마트폰에 익숙하고 5세대 이동통신(5G)도 다른 나라보다 한국이 훨씬 앞서간다. 또 뭔가 시작을 하면 '펑' 터지는 역동성이 있다. 애플리케이션(앱) 하나가 입소문을 타면 다들 쓰고 있다. 미국 친구들과도 얘기하는데 어떻게 보면 실리콘밸리보다 더 빠른 것 같다. 페이스북 전에 싸이월드가 있었고, 유튜브 전에 판도라TV가 있었다. 한국은 정말 빨리 적응하고 미래지향적이다. 빠르게 시작하는 용기, 뭐든 시도해보는 실행력은 스타트업에도 정말 필요한 자세다. 한국이 어느 나라보다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반대로 한국 스타트업을 지원하면서 겪은 어려움은 없었나.
"글로벌을 향한 시야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 인재는 많다. 미국보다 개발자 뽑기가 더 쉽다. 대신 한국에는 한국 사람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해외 인재를 찾기 힘들다. 전 세계 사람이 모이면 아이디어도 여러 방향으로 나오고 제품에 대한 평가, 관점도 다양해진다.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뒀는지에 따라 이후 성장속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 환경 특성상 초기에는 쉽게 성장을 이룰 수 있을지 몰라도 '일단 한국에서 성공하고 나중에 글로벌로 확산하자'는 생각이 나중에 위기로 돌아올 수 있다."
-오랜 시간 스타트업 업계에 몸담고 있다. 15년가량 지켜본 경험으로 어떤 스타트업이 성공하는 것 같나.
"제일 중요한 것은 팀워크다. 좋은 아이디어, 뛰어난 능력도 중요하지만 팀이 안 맞으면 잘 되기 어렵다. 같이 저녁도 먹기 싫은 사람과 어떻게 함께 일을 하겠는가. 특히 스타트업은 '칼퇴'가 없고 야근을 밥 먹듯이 하지 않나.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다 같이 꼭대기를 향해 올라가는 것이다. 배달의민족, 링크드인, 징가 등 내가 본 스타트업은 그랬다."
-지난 한 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스타트업 업계가 큰 변화를 맞았을 것으로 보인다.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도 영향을 받았을 텐데.
"입주 프로그램은 지난해 6월부터 중단된 상태다. 그 점은 굉장히 아쉽게 생각한다. 온라인 위주로 프로그램이 바뀌면서 단점도 있었지만 대신 유연성은 크게 늘었다. 시간이 안 맞아도 유동적으로 진행할 수 있고 장소의 구애도 받지 않게 됐다. 교육 내용은 언택트(비대면)에 초점을 맞췄다. 예컨대 마케팅 프로그램은 어떻게 비대면 영업을 잘 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캠퍼스를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갖고 이끌고 나갈 계획인가.
"핀테크(금융+기술),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등 코로나19로 기회가 더 많아지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에 맞춰 교육 방식과 콘텐츠도 바꿔야 한다. 최근 12주짜리 온라인 프로그램을 시작한 게 있다. 구글 애드(광고플랫폼) 애널리틱스(마케팅 분석 툴), 클라우드 등 매주 다른 주제를 다룬다. 누구나 관심에 따라 필요한 교육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
또 하나 목표는 기존 서울에 집중된 한국 스타트업 캠퍼스 프로그램을 지방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학교, 연구소, 투자자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구글 전문가들을 직접 보내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 어차피 코로나19로 프로그램이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게 됐는데 서울에만 있을 이유가 없다. 모든 지역의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 구글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