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API 전쟁서 오라클에 ‘대역전승’

구글이 자바 저작권 소송에서 오라클에 최종적으로 승리했다. 그리고 IT업계는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통한 상호운용성이라는 가치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5일(현지시각) “구글의 자바의 API를 복제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사용한 것은 공정이용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로서 10년을 끌어왔던 세기의 법정다툼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10년간 이어온 API 전쟁

언론은 이번 분쟁을 ‘자바 전쟁’이라고 표현해왔다. 구글이 자바의 특허권과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오라클의 주장으로 시작된 분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바 전쟁이라는 표현은 현상을 축소시키는 표현이었다. 자바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API 전반에 대한 재판이었기 때문이다. API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할 것인지, API에 저작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공정사용 대상인지 여부가 재판의 핵심이었다. 공정사용이란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이라도 허가없이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번 재판이 중요했던 이유는 재판 결과에 따라 IT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API란 프로그램이 서로 통신할 수 있는 규격으로, 프로그래밍 언어에서는 일종의 명령처럼 이용된다. 최종 저작물을 만들기 위한 과정에 사용되는 도구가 API인데, 여기에 저작권을 부여한다면 API 형식 복제를 통한 상호운용성이 사라지고, 자유로운 창작에 방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IT의 발전은 API를 개선하면서 이뤄졌다. 현존하는 거의 모든 프로그램과 온라인 서비스는 상호간에 API를 복제하면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자프론티어재단이 이번 분쟁에 대해 “API는 일반적으로 프로그램이 서로 통신하기 위한 것으로 프로그램을 구현하는 코드와는 다르다”면서 “API를 저작권으로 취급하는 것은 상호운용성과 혁신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논평한 이유다.

미 대법원 “저작권 침해했지만 괜찮아”

구글은 자바 API에서 약 1만 1500줄을 복제해 안드로이드에 사용했다. 이는 전체 안드로이드 API 코드의 0.4%에 불과하지만 오라클은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구글과 IT업계는 API는 상호운용성을 위해 존재하므로 저작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오라클은 “API 역시 코드로 이뤄진 저작물”이라며 저작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두 개의 재판이 진행된다. 하나는 자바 API에 저작권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재판이었다. 2015년 미 연방 대법원은 오라클의 손을 들어줬다.  API에도 저작권이 있다고 판시했다.

남은 것은 공정사용에 대한 재판이었다. 자바 API가 공정사용 대상이 된다면 저작권 침해로 구글은 처벌받지 않게 됐다. 2심까지는 오라클이 우위였다. 연방순회법원 재판부는 자바API는 공정사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난 5일 연방 대법원 판사는  2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그 결과 지난 10년 법정 다툼의 최종 결론은 아래와 같다.

“API에는 저작권이 있다. 그러나 공정사용 대상이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컴퓨터 프로그램은 원래부터 기능적이라는 사실 때문에 전통적인 저작권 개념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box] API 저작권 소송 일지

2005년 8월 – 구글은 안드로이드 인수

2010년 1월 – 오라클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인수

2010년 8월 – 오라클 소송 제기. 7개의 자바 특허와 저작권을 침해 주장

2012년 5월 – 저작권 소송 1심에서 구글 승리. 판사는 API 저작권 불인정. 오라클은 항소.

2014년 5월 – 1심 판결 뒤집힘. 항소법원은 API도 저작권이 있다고 인정. 다만 공정이용 여부를 심리하도록 1심으로 환송.

2015년 6월 – 연방대법원 구글의 항소 신청 기각. 오라클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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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I 공정이용 소송

2016년 5월 – 1심 법원 API의 공정이용 인정. 구글 승리. 오라클 항소

2019년 3월 – 연방순회항소법원 API 공정이용 불인정. 오라클 승리. 구글 항소

2021년 4월 – 연방 대법원 API 공정이용 인정. 구글 최종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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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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