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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피 안 뽑아도 갑상선 질환 진단` 막내 스타트업 돌풍 [스물스물]

서대현 기자
입력 : 
2021-04-24 14:08:57
수정 : 
2021-04-27 09: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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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 학생 창업 기업 `타이로스코프`
앱으로 갑상선 이상 진단 세계 첫 개발

창업 1년도 안돼 자본금 27억원 마련
미국 대학 `러브콜`에 미국 진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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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갑상선 질환 진단 앱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는 타이로스코프 박재민 대표(아래 가운데)와 직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 서대현 기자]
지난해 4월 설립된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학생 창업 기업 타이로스코프. 갑상선 항진증과 저하증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진단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병원에서 혈액 검사를 하지 않아도 앱으로 심박수를 측정해 갑상선 기능 이상을 판별하는 기술로 환자의 불편함을 크게 줄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갑상선 기능 이상은 대표적인 만성 질환으로 전 세계 환자는 3억800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 환자들의 90% 이상은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 이들이 자신의 상태를 알기 위해서는 병원을 방문해 혈액 검사를 받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진료와 처방을 받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

타이로스코프는 설립 1년도 안된 신생 업체지만 업계의 관심은 뜨겁다. 이 업체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의 '청년 창업 콘테스트'에서 스마트 헬스케어 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등 각종 창업 경진대회를 휩쓸었다. 대회 상금과 투자금 등으로 회사 설립 1년도 안돼 27억원에 달하는 자본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렇게 마련한 자본금으로 국내·외에서 대규모 임상 연구를 진행 중이고,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FDA(식품의약국)에서 기술 상용화를 위한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특히 미국 대학과 의료계가 타이로스코프의 기술을 주목하고 있다. 회사 설립 이후 갑상선 기능 이상을 디지털 시계 등으로 조기 발견한 사례가 미국갑상선학회에 발표됐고, UC 샌프란시스코대학의 한 저명한 의대 교수는 협력을 제안했다. '글랜디'라는 이름의 디지털 갑상선 기능 이상 진단 솔루션도 조만간 미국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타이로스코프는 박재민 대표(30), 안준 이사, 탁윤원 이사 등 울산과기원 휴학생과 졸업생 3명과 문재훈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내분비대사내과) 등 4명이 공동 창업했다. 울산과기원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박 대표는 지난해 초 해양·선박 분야 창업을 준비하다가 투자자 소개로 문 교수를 만나 헬스케어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부터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타이로스코프에게 기회가 됐다. 비대면 진료를 기반으로 하는 기술은 원격진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큰 주목받았다. 회사 규모도 커져서 설립 당시 4명이었던 직원은 현재 11명으로 늘어났다. 오는 6~7월 추가로 직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고등학교 때부터 취업보다는 창업 쪽으로 인생을 설계했다. 울산과기원이 개교 때부터 학생 창업을 장려하고, 행정적 지원을 집중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그는 "어릴 때부터 새로운 것을 만들어서 세상을 놀라게 하는 혁신 기업이 멋있게 보였고,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석사 과정을 마치고 유학과 창업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유학 이후 창업은 늦을 것 같아서 저질렀다"며 "스타트업계 막내로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부끄럽지만 창업은 열정을 갖고 일단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가진 기술의 의미가 어떤 것이고, 이 기술을 어떻게 시장에 내놓을지 고민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직원들은 대부분 20대로 '세계에서 처음 개발한 기술을 현실로 만들어 간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 계속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며 "올해 말까지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식약처의 허가를 받아 국내에서 기술을 상용화 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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