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조현민을 포기 못하는 이유’, 한진 모바일 택배게임 출시 기념하며..

※ 해당 콘텐츠는 조현민 한진 부사장 관련 사건/논란을 옹호하기 위한 내용이 아닙니다.

한진 ‘택배왕 아일랜드’ 출시

물류업계 최초의 모바일 게임이 출시됐다는 소식입니다. 한진의 ‘택배왕 아일랜드’는 택배왕을 꿈꾸는 동물들이 모여 사는 섬이 악당의 장난으로 택배 시스템이 마비돼 이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스토리를 담고 있는 3D 모바일 게임인데요. 실제 택배 프로세스 요소인 분류·상차·배송을 게임의 배경으로 만들어 택배 업무를 아주 살짝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택배왕 아일랜드’ 메인 화면

게임 플레이 소감은 ‘재밌다’입니다. 재밌어요. 플레이에 있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직관적이고, 버튼 한두 개로 간단히 조작할 수 있습니다. 스테이지 클리어에 따른 골드 보상과 아이템 구매 및 활용, 캐릭터 컬렉팅, 플레이어 간 랭킹 등 즐길 거리가 보통의 모바일 게임들처럼 잘 갖춰져 있습니다. 조금씩 어색한 부분이 있긴 했지만, 전체적인 배경과 캐릭터 움직임들이 자연스러웠습니다. 무료/무과금 캐주얼 아케이드로서 나쁘지 않다는 소감입니다.

왜 ‘게임’을 출시했을까?

그런데 왜 갑자기 게임일까요? 한진 측은 “언택트 시대에 라스트마일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택배사가 고객에게 재미있고 스마트한 택배/물류의 경험을 제공하겠다”다며 “게임 내 세계관을 컨테이너 항만, 공항 등으로 확장하는 등 물류업계의 문화 아이콘인 신(新)로지테인먼트(Logistics + Entertainment)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류를 편히 즐길 수 있는 오락문화와 접목해 새로운 고객 접점을 만들겠다는 의지 아닐까 합니다.

출시와 동시에 창의력이 폭발하는 모습(진짜 미쳤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각에서는 ‘지금 같은 때에 무슨 게임이냐’, ‘이커머스 인프라 투자도 경쟁사에 비해 늦어진 와중에 본업에 충실해야 하는 것 아닌가’, ‘조 부사장의 마케팅 실적이 핵심일 것’과 같은 평가들이 나오기도 합니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최근 ESG 경영과 관련해 많은 관심과 투자를 진행하고 있긴 하지만 ‘게임을 통한 광고수익을 택배기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사용한다’라는 택배왕 아일랜드의 목표는 다소 의문스러우니까요(그럼 항만, 공항으로 확장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스덕’ 입장에선 익숙한 그녀의 행보

저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실시간 전략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즐기고, 프로게임 리그를 챙겨봤으며, 지금도 종종 최근 개최된 리그 경기나 과거의 명경기들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프로팀과 선수가 있어 열심히 응원했던 나름 ‘스덕(스타크래프트 덕후)’라 할 수 있는데요. 이런 저에게 ‘한진’, ‘대한항공’, ‘진에어’란 이름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것은 비행기도, 공항도 아닌 바로 ‘스타크래프트 리그’입니다.

‘대한항공 스타리그 2010 시즌1’은 프로게임리그 역사상 최초로 대한항공 격납고에서 결승전을 치른 것으로 유명합니다. 단순한 네이밍 스폰서가 아닌, 파격적인 규모로 스타리그를 전격 후원했으며, 이후 대한항공 스타리그 2010 시즌2, 진에어 스타리그 2011의 스폰서를 연속으로 맡기도 했습니다.

전설의 ‘대한항공 스타리그 2010 시즌1’ 격납고 결승전

또 진에어는 2013년 소속팀이 없어져 어려움을 겪던 프로선수들이 모인 8게임단의 네이밍 스폰서를 맡아 팀 해체를 막았고, 2016년 스타크래프트2의 프로리그 폐지 후 국내 스타크래프트2 게임단이 하나둘 해체되는 사이 2020년 11월 30일까지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팀을 운영해 왔습니다.

위와 같은 역사의 중심에 조현민 한진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부사장이 있습니다. 2011년 대한민국 e스포츠 대상에서 ‘공로상’을 수상(당시 대한항공 전무)하기도 한 조 부사장은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상당합니다. 프로게임리그 현장에 찾아와 경기를 관람하고, 결승전 시상을 하며, 관련 커뮤니티에 직접 게시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2011 대한민국 e스포츠 대상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단순히 마케팅을 위해 게임을 이용한 것이 아닌, e스포츠를 문화로서 함께 즐겼다는 추억이 남아 저에게도 매우 특별한 인물입니다(이후 드러난 사건/논란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때문에 한진의 업계 최초 게임 개발 소식이 저에게는 왠지 익숙하다는 느낌이네요.

우리가 게임을 사랑하는 이유는 ‘룰’이다

무궁무진한 규모로 성장하고 있는 게임 시장, 그리고 게임 리그가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룰입니다. 게임 속 규칙 안에서는 모두가 평등하고, 오직 노력을 바탕으로 한 실력만이 평가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죠.

사행성 게임이 e스포츠 리그로서 대중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현질(현금을 가지고 게임 내 재화 및 아이템을 구매하는 행위)만 하면 어떠한 대결도 이길 수 있는 게임의 승부에 감동할 사람이 있을까요? 없습니다. 현재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e스포츠 게임 종목들만 봐도 그렇습니다.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게임들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 룰 안에서, 법적 테두리 안에서, 사회적 통념과 규범 안에서의 대결과 성취가 의미 있습니다. 정정당당한 경쟁의 기록들은 이야기가 되고, 역사가 되며, 브랜드가 됩니다. 게임을 통해 만들려는 문화는 반드시 위와 같은 가치들을 담아내야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는 진정한 e스포츠 팬이자 스타 팬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을 사실입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스타리그와 함께 동고동락한 역사가 있잖아요? 단지 저 개인의 믿음일 뿐인가요?

룰의 소중함을 알고 있을 그녀에게 바란다

게임 택배왕 아일랜드에서 ‘택배왕’이 되기 위한 조건은 단 하나입니다. 실수해 하트를 잃지 않고 누구보다 분류, 상차, 배송을 많이 하면 됩니다. 반면 현실에서는 어떨까요? 실제로 누구보다 분류, 상차, 배송을 많이 하기 위해 택배기사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가운데 안타까운 일들이 반복됐고, 그 결과 정부 주도로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합니다. 폭증하는 이커머스 물량과 이를 처리하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택배기사들. 게임 내 랭킹을 올리려 열중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게임을 택배기사님들이 플레이하면 무슨 기분일까?’

택배기사들이 플레이하면 어떤 기분일까?

최근 조 부사장은 친환경, 문화예술, 공유가치창출 등 영역에서 활발한 행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업사이클링 기업과의 자원순환 서비스 플랫폼 공동 론칭, 한진택배 전기-하이브리드 차량 도입, 지역농산물 판매 활성화를 위한 물류 합작 기프트카드 제작 등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입니다.

스타크래프트 판의 숨은 여왕이 되어주었던 그녀. 지금은 전국구 스타가 되어버렸지만, 다시금 절치부심하여 물류 판의 여왕이 되어줄 수는 없을까요? 정정당당한 승부와 열정, 노력의 가치를 알았기에 e스포츠를 대상으로 아낌없는 투자와 후원을 진행했을 것이라 저는 믿고 싶습니다. 이것이 스덕이자 겜덕인 제가 그녀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단가경쟁, 택배비 인상, 택배기사 과로사, 수익 구조 개선, 백마진 등 여러 이슈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택배 시장, 나아가 물류업계에는 새로운 룰이 필요한 영역이 참 많은데요. 한진이 게임을 넘어 진정한 로지테인먼트를 꿈꾼다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종합물류기업으로서 그 기준을 제시해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과거와 다른, 스덕 조현민 부사장의 화려한 부활을 기대해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신승윤 기자>yoo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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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택배왕 아일랜드!!! ㅋㅋㅋ
    조현민 부사장 한 명이 택배의 시장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저는 단순히 수박팔고, 게임만드는게 마케팅뿐 아니라 다른 시각으로 이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는데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 결실이 무엇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한진 역시 여전히 올드한 냄새가 가장 많이 나지만
    한진과 택배시장에 새바람을 넣어주길 바랍니다.
    특히 택배사 중 유일하게 오너가 운영하는 곳이니 더더욱이나 한진의 행보에는 탄력을 받을 것이기에
    편견없이 응원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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