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패션 커머스의 핵심 사업이 ‘솔루션’이 된 사연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  리뷰를 연재합니다. 코너명은 ‘바스리’, <바이라인 스타트업 리뷰>의 줄임말입니다. 스타트업 관계자분들과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브리치는 2017년 서비스를 론칭한 패션 커머스 플랫폼입니다. 위메프에서 패션 사업부를 총괄했던 이진욱 대표가 신사동 가로수길을 시작으로 전국에 있는 오프라인 패션 로드샵들의 ‘온라인’ 판로를 만들겠다는 비전으로 브리치를 시작했습니다.

현시점으로 약 4500개의 패션 판매자들이 브리치에 입점했습니다. 온라인 주문이 들어오면 입점 판매자들이 각각 계약된 택배사를 통해 소비자에게 배송해주는 구조입니다. 수익모델은 커머스 플랫폼에서는 흔한 ‘판매건당 수수료’였죠.

그랬던 브리치가 2020년 ‘비플로우’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비플로우는 ‘멀티 판매채널 통합관리 솔루션’입니다. 판매자들이 동시 입점하는 다양한 마켓플레이스를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도움 주는 솔루션인데요. 이커머스 업계에선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카페24도 열심히 하고, 사방넷도 열심히 하고, 셀러허브도 열심히 하고 있죠.

그런데 이 ‘비플로우’라는 녀석이 현재 패션 커머스 브리치를 넘어서 기업의 메인 수익모델이 됐다고 합니다. 브리치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지만 핵심은 ‘비플로우’라는 게 브리치측 강조사항입니다. 새로워 보이지는 않는 멀티 판매채널 통합관리 솔루션 ‘비플로우’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걸까요. 기회가 닿아 비플로우의 박용표 이사를 만나 그 사연을 듣게 됐습니다.

변신의 이유

브리치가 ‘비플로우’로 핵심 사업을 전환하게 된 배경은 명확합니다. 이커머스 플랫폼 시장에 존재하는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입니다. 그 한계는 ‘충성고객’ 유치의 어려움과 연결됩니다. 과열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이커머스 플랫폼 틈바구니에서 고객의 지속적인 플랫폼 사용을 이끌어내는 것은 너무 어렵다는 게 이 업계의 공론입니다. 물론, 단기적으로 ‘쿠폰을 팡팡’ 터트리면 고객이 몰려오긴 합니다. 하지만, 이벤트가 끝난 이후에도 고객이 잔류할지는 누구도 보장할 수 없습니다. 단 물만 쏙 빼고,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체리피커(Cherry Picker)’를 쉽게 통제할 수 없습니다.

“아마 우리 말고 다른 플랫폼들도 비슷한 숙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거래액을 늘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마케팅’에 비용을 쏟는 것입니다. 할인쿠폰이나 적립금 혜택을 뿌리면, 쏟아 부은 돈 만큼 고객이 들어옵니다. 하지만 이런 매출이 과연 건강한 매출로 볼 수 있을까 본다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이 사업구조를 전혀 다른 구조로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건강한 매출을 만들고 싶었습니다(박용표 브리치 이사)”

이 때 브리치의 눈에 닿았던 것이 ‘멀티채널 통합관리 솔루션’ 시장입니다. 물론 기존 시장에 제품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브리치가 보기에 기존 시장의 솔루션의 불편함이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패션 판매자 입장에서 보기엔 불필요한 기능까지 쭉 나열돼 있는 것이 대표적이었죠. 솔루션이 제공하는 기능 중에 필요한 것만 추려서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요. 이런 불편을 개선하여 2020년 자체적으로 개발한 솔루션이 ‘비플로우’입니다.

그럼 뭐가 좋은데요?

비플로우가 기존 시장에 존재하는 ‘멀티채널 통합관리 솔루션’과 비슷한 제품이라면, 단순히 솔루션 사용료가 저렴한(사실 이건 고객 입장에선 좀 큰 것인데, 기업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는 별로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제품이라면, 고객들에게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때문인지 기존 솔루션들이 이미 제공하는 멀티채널의 통합 입점과 주문 및 재고관리 지원 기능 이상으로 비플로우가 차별화하는 포인트들이 있습니다. 비플로우는 그 차별 지점을 ‘패션 카테고리 전문’ 솔루션에서 찾았습니다. 대체 ‘패션 카테고리 전문’ 솔루션이라고 한다면 무엇이 다를까요.

박용표 이사가 하나의 예시를 들어줬습니다. 패션은 ‘상품 분류’가 매우 어려운 카테고리로 꼽힙니다. 그도 그럴 것이 표준화가 어렵거든요. 사이즈만 하더라도 ‘라지(L)’, ‘스몰(S)’은 패션 브랜드마다 전부 그 크기가 다릅니다. 저 같은 거대한 사람은 통상 XXXL는 입어야 하는데, 어떤 브랜드의 옷은 프리사이즈가 들어맞기도 합니다. 신비하죠.

패턴만 하더라도 같은 물방울, 꽃무늬, 스트라이프라 텍스트로 적혀있어도 그 디자인은 모두 제각각입니다. 컬러요? 고객이 노란색 원피스를 찾는다 하더라도 누군가는 쨍한 노란색을, 누군가는 파스텔톤 노란색을 찾을지 모릅니다. 생각해봐요. 파스텔톤 노란색 옷을 구매하고 싶었는데 겨자색이 배송 왔을 때의 그 분노를.

이런 텍스트로 정의하기 어려운 패션 상품 카테고리를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태그’해주는 기능을 비플로우는 지원합니다. 예컨대 어떤 원피스의 이미지를 스캔하여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기 키워드’를 자동으로 추출해서 해시태그를 달아주는 기능입니다. 이건 길게 이야기하는 것보다 실제 태그가 붙은 비플로우의 추천 상품을 보고 느껴보시죠.

이런건 아무래도 정성적인 것이라 글로 표현하기가 많이 어려워 비플로우에 따로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어찌 인공지능이 디자인별로 달아준 태그가 적절해보이나요?

플랫폼이 만드는 마케팅 구매력

비플로우가 내거는 또 다른 경쟁력은 ‘패션 버티컬’에서 나오는 바잉파워에 있습니다. 중소 판매자들에게 고민이 있다면 플랫폼에서 ‘좋은 노출 위치(구좌)’를 차지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게 돈만 있다고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위치에 노출되는 상품은 플랫폼에게는 얼굴 같은 것이고 아무 상품이나 노출해줄 수는 없거든요. 플랫폼 담당 MD(머천다이저)가 검토하여 진행하는데, 판매자 입장에서는 돈과 관계, 브랜드가 결합돼야 좋은 위치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비플로우는 ‘좋은 노출 위치’를 잡아줄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비플로우 론칭 이전에 ‘브리치’라는 패션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해오면서 만든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행사를 진행했던 여러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브리치는 비플로우에 입점한 판매자들에게 단독구좌, 단독 기획전, 전용 쿠폰을 생성해주기도 합니다. 브리치가 협력 판매채널과 미리 만들어놓은 관계가 비플로우 솔루션을 이용하는 판매자들에게도 공유되는 것이죠.

비플로우 솔루션 이용 고객에게 제공하는 광고 분석 ‘리포트’

“브리치는 협력 종합몰, 소셜 커머스, 오픈마켓에게 ‘카테고리를 리딩하는 서드 파티로 어필하고, 실제 그 분들도 저희를 그렇게 봐줍니다. 브리치가 움직일 때 수많은 입점업체의 DB가 함께 가기에 판매채널 측에서는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줍니다. 예를 들어서 SSG닷컴 여성트렌드 패션에 ’스트릿‘이라고 뜨는 게 있는데, 이게 통짜로 저희가 운영하는 것입니다. ’바로가기‘ 버튼을 누르면 브리치 입점 상품만 전용관처럼 노출되는 식입니다(박용표 브리치 이사)”

비플로우는 현재 쿠팡, 지마켓, 옥션, 11번가 등 오픈마켓, SSG닷컴, GS샵, 롯데온, AK몰 등 종합몰을 포함하여 총 14개의 판매채널과 연동하고 있습니다. 자체 플랫폼인 ‘브리치’ 입점도 비플로우를 통해서 통합관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지난해 약 480억원의 거래액을 만들어냈죠. 올해는 여기서 1000억원 이상의 거래액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브리치의 목표입니다. 당장 비플로우의 과제였던 ‘채널을 늘려서 건강한 매출을 만든다’는 목표를 위해서도 계속 정진할 것이고요.

비플로우 솔루션 이용요금표. 브리치만 입점하는 패션 판매자들에게 비플로우 솔루션은 ‘무료’로 제공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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