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대표 물러나는 조만호..."임직원에 1000억원 개인주식 쏜다"

조만호 무신사 대표. /사진=무신사

온라인 패션 플랫폼 1위 무신사의 창업자인 조만호 대표(39)가 대표직에서 물러난다. 조 대표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한국 패션 브랜드의 성장을 지원하면서 이사회 의장으로 남겠다며 임직원에게 개인 주식 1000억원을 나눌 것을 약속했다.


3일 조만호 대표는 무신사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사의를 밝혔다. 그는 "특정 고객 대상 쿠폰 발행과 최근에 있었던 이벤트 이미지 논란으로 무신사에 실망한 고객분들과 피해를 입은 입점 브랜드에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통감하며 20년 전 처음 무신사를 만든 이후 지금까지 유지한 운영자와 대표의 자리를 내려놓는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이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나지만 여러분들께서는 우리가 지금까지 가져왔던 '입점 브랜드의 성공을 돕고 고객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드린다'라는 목표를 잊지 않고 서비스를 이어가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올해 초 남성 고객을 통한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판단한 무신사는 연초 여성 고객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집중적으로 펼쳤다. 이에 여성 고객에게만 매달 1일과 15일에 두 번씩 총 3장의 쿠폰(12%, 15%, 19%)을 지급했다. 그런데 일부 남성 고객은 "남자들에게도 우신사 쿠폰을 달라"고 항의하면서 '남녀차별' 논란이 크게 불거진 바 있다.

무신사는 조 대표의 사임으로 후임 대표를 물색하고 있으며 빠른 시일 내에 신임 대표를 선임할 예정이다. 조 대표는 사임 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 역할을 수행한다. 무신사 스토어 운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해외 사업을 포함한 회사의 중장기 전략 수립과 한국 패션 브랜드의 성장을 위한 지원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


또 개인 지분 일부를 순차적으로 매각해 약 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무신사의 투자 자회사인 무신사 파트너스가 운용하는 패션 펀드에 출자한다. 이 펀드는 소규모 신생 브랜드 중심의 초기 투자에 집중하고 조 대표가 무신사 스토어를 운영하며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도 나눌 예정이다.

조 대표는 임직원들에 보낸 편지에서 "우리는 백화점과 대기업 위주였던 패션 유통 산업 구조에서 중소 규모 브랜드들이 큰 영역을 차지할 수 있도록 도와 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데 기여했다"며 "실력과 노력이 뒷받침된 브랜드는 큰 자본과 전국적인 오프라인 유통망 없이도 무신사를 잘 활용해 수백억원대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되었고 실제 이런 과정을 거쳐 수천억원의 가치를 인정 받는 회사가 생겨났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무신사는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세상에 알리고 싶은 대표님들의 꿈이 모인 곳"이라며 "우리는 매일 같은 일을 하지만 '내가 만든 옷을 누군가가 멋있게 입어주는 기쁨', '새로운 브랜드와 상품을 발견하는 즐거움', '마음에 꼭 드는 스타일이 연출되었을 때의 자신감' 등 그 일을 통해 매일 십 수만 건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을 스스로 기억했으면 좋겠다"며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그는 "이제는 무신사에 전체 조직의 관리와 사업 전반의 관장까지 더 뛰어난 역량을 가진 새로운 리더가 필요한 시점이 된 것 같다"며 "무신사 대표로서 제 개인의 임무는 여기서 마치고 회사와 관련된 업무는 모두 내려놓지만 중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 높은 신생 브랜드를 발굴하고 한국 패션 브랜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에서 저의 역할을 찾아보려 한다"며 향후 계획을 밝혔다.

조 대표는 자신이 보유한 무신사 주식 중 1000억원을 임직원, 관계사 구성원 및 신규 직원들과 나누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무신사는 2001년 조 대표가 고등학교 3학년 시절에 시작한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커뮤니티에서 출발한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다. 이후 길거리 패션과 스타일 트렌드를 소개하는 무신사 매거진을 발행했고 2009년에는 회원들이 믿고 구매할 수 있는 판매처 역할을 하기 위한 커머스 기능을 도입해 현재의 무신사 스토어로 성장했다. 무신사 스토어는 지난해 거래액 1조2000억원을 기록했으며 올 초에는 기업가치 2.5조원 가량을 평가받았다. 조 대표의 지분율은 60%대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