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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당에 발목 잡힌 `벤처 복수의결권` 도입

문재용 기자
입력 : 
2021-09-08 17:45:44
수정 : 
2021-09-09 00: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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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합의 文대통령 요청에도
정의당 반대로 법안 심의 지연
7개월만에 상임위 논의 재개
벤처기업 창업주의 경영권 보호를 위한 복수의결권 도입 논의가 약 7개월 만에 재개됐다. 그러나 소수정당의 반발이 워낙 심해 통과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벤처 강국을 위해 국회에 법안 통과 협조를 요청했고 여야 양당이 모두 찬성하고 있지만 소수정당의 반대에 부딪혀 국회 상임위 통과가 안 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중소벤처기업소위원회는 복수의결권 도입을 골자로 한 4개의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상정해 논의했다.

벤처업계는 오랜 기간 차등의결권 도입을 요구해왔고, 논의가 본격화한 것은 지난해 10월 정부가 입법 의지를 밝히면서부터다. 당시 정부는 비상장 벤처기업의 창업주에게 1주당 최대 10개의 복수의결권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비상장 벤처기업 복수의결권주식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국무회의를 거쳐 정부안이 발의된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지난 3월에는 전자상거래 업체인 쿠팡이 한국이 아닌 미국 증시에 상장한 것을 두고 국내에 복수의결권이 없는 탓이란 분석이 제기되며 정부 개정안이 다시 주목을 끌었다. 현재 국회에는 복수의결권 도입을 위해 거대양당이 모두 법안을 발의(더불어민주당 김병욱·양경숙 의원, 국민의힘 이영 의원)하는 등 오랜만에 두 진영이 뜻을 모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에 부딪혔다. 중소벤처기업소위원회에 속해 있던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각종 현안입법을 강행 처리해 '입법독주' 프레임에 시달린 민주당은 정작 업계에서 간절히 요청하고 있는 복수의결권제도는 소수정당 반대를 이유로 처리시점을 미뤄왔다.

해당 소위원회가 코로나19 영업제한에 따른 손실보상제도에 집중한 것도 차등의결권 이슈를 뒤로 밀리게 했다. 8일 중소벤처기업소위원회는 지난 6월 손실보상제를 의결한 뒤 처음 개최된 것이며, 여야 의원들은 복수의결권제의 중요성을 감안해 곧바로 안건을 상정했다. 현재는 손실보상제 입법도 마무리되고 조정훈 의원까지 다른 소위원회로 이동했지만, 이번에는 새로 합류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복수의결권 반대토론회를 직접 주최할 정도로 강경하게 반대 입장을 내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고 있지만 실제 제도가 도입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민주당의 해당 상임위 관계자는 "당 차원에서 소수정당 반대를 뚫고 강행 입법할 정도의 사안으로는 보지 않는 상황이다. 상임위 논의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 <용어 설명> ▷복수의결권 :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제도. 초기 단계 벤처기업에 투자금액이 과도하게 몰리며 창업주가 경영권을 잃고 외부자본에 휘둘려 근시안적 경영만 이뤄지다 실패하는 현상을 막는 것이 목적이다.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이 많은 상위 4개국(미국·중국·영국·인도)은 모두 복수의결권 제도를 운영 중이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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