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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단독] 임대사업 세금혜택 줄였더니…전월세 2만6천가구 사라졌다

윤지원 기자
입력 : 
2021-05-26 17:34:09
수정 : 
2021-05-27 09:5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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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연구원 보고서 단독 입수
다주택 압박 7·10대책 부작용
◆ 무너지는 전월세시장 ◆

민간 임대주택 활성화가 집값 상승세와 무관하며 오히려 전·월세 가격 안정에 기여했다는 국책연구원의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정부·여당이 집값 폭등의 주범으로 민간 임대주택업자를 지목하고 이들에 대한 세제 혜택을 사실상 소급 폐지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과는 판이한 진단이다.

26일 매일경제가 입수한 국토연구원의 '민간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제도의 성과 점검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주택 가격을 크게 올렸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매매가격에 미친 영향을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한 결과, 통계적 의미를 갖는 유의성이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반면 집주인들의 자발적인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성격을 지닌 등록 민간 임대주택 제도는 전·월세 시장 가격 안정에는 실효적이었다는 게 국토연구원 평가다. 민간 임대주택 혜택 제도로 연간 0.29~0.38%가량 주택 전세가격 안정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보고서는 "매물 잠김으로 인한 매매가격 상승 우려는 실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작년 7·10대책에 따라 임대주택등록자를 포함한 다주택자의 주택 매매에 따른 수익률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앞으로 (임대주택이 가격 상승을 일으켰다는) 이 이슈는 점차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실제 지난해 7·10대책에서 다주택자 관련 세제가 크게 강화되며 임대 공급 시장에서는 최대 2만6000가구가량이 수익률 감소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서는 평가했다. 보고서는 이에 따른 임대료 상승을 우려하며 장기 임대주택 등록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임대차 3법 통과로 도입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은 4년간의 임대료 안정성만을 보장함에 따라 4년을 간격으로 급격한 임대료 변동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토硏 "임대사업자와 집값 폭등은 무관"…與주장과 정면배치

국책기관 비공개 보고서엔 '집값 올린 주범' 인식과 다르게
"다주택자에 최소한 稅혜택을" '전월세 안정에 기여' 지적 불구
당정은 稅 엄포로 매매만 유도
사진설명
정부·여당이 민간 임대사업자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보고 '주택 물량 토해내기'를 옥죄고 있지만, 국책연구기관은 오히려 이들을 장기 임대주택 등록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무차별적 '단죄'에 나선 당정과 달리 현실적으로 공공임대로 모든 임차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만큼 민간 임대주택 재고를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균형' 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26일 국무총리실 산하 국토연구원의 '민간임대주택등록 활성화 제도의 성과 점검과 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 임대 세제 혜택을 크게 축소한 지난해 7·10 대책 시행 이후 최대 2만6000가구의 민간 임대주택이 사라져 전월세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부동산 수요 억제 정책으로 인해 투자수익률이 줄면 민간 매입 임대 사업이 일정 부분 위축될 수 있고, 이는 준공공임대주택 공급 축소로 연결돼 장기적으로 임대료가 상승할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국토연은 "민간 임대주택 등록 제도의 취지는 부족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소유권은 민간에 있지만 공적으로 잘 관리해 임대차 시장을 안정되게 하고 임차인도 보호하자는 것이므로 폐지보다는 중장기적 차원의 안정적 운영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국토연도 현재와 같은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은 합리적으로 조정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와 같은 양도소득세 혜택을 유지시키는 것은 자산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수익률을 유지시킬 수 있고 또 다른 세원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대신 보고서는 장기 임대주택 등록 유도를 위해 장기 임대에 따른 '인센티브' 제공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취득세의 경우, 주택가격 상승기에 다주택자 투기 수요 유입을 막기 위해 혜택을 폐지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서울과 같이 자가 점유율이 현저히 낮고 공공임대주택 비중이 작은 지역에서의 민간 임대사업자 역할은 중요하기 때문에 조세 감면 혜택을 축소하더라도 임대주택 운영 및 유지를 위한 인센티브로 최소한의 세제 혜택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정이 2017년 12·13 대책에서 임대 등록 활성화 방안을 통해 기약한 세제 혜택을 사실상 수거하려 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된다. 민간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지원은 장기 보유하면서 발생하는 낮은 임대수익에 대한 보전 개념이라고 이해하고, 보유 기간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지원이 합리적이라는 얘기다.

대표적으로 임대수익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혜택에 대해 장기로 갈수록 세제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보고서는 "주택을 처분할 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 양도세의 경우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을 조정해 장기 임대할수록 공제 비율을 확대하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보유특별공제율 상한을 현재 8년 이상 50%, 10년 70%에서 10년 이상 50%, 15년 이상 70%, 20년 이상 90% 수준으로 임대 기간별로 공제 비율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임대소득세의 경우에도 임대 기간이 늘어날수록 감면 비율을 높여 장기 임대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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