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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중 유물에 땅주인 울상?…`공평동 룰`에 방긋

전지현,이축복 기자
전지현,이축복 기자
입력 : 
2021-07-01 17:25:33
수정 : 
2021-07-02 10:3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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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 전면 보전해 공공성 강화
용적률 추가로 건물은 높아져
센트로폴리스 개발 사례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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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최대 유구 전시장인 공평도시유적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조선 시대 도시 흔적을 살펴보고 있다. 2015년 공평1·2·4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 도중 발견해 원형 보전한 이곳은 종로 센트로폴리스 지하 1층에 3817㎡(약 1100평) 규모로 조성됐다. [이충우 기자]
건물 공사 도중 지하에서 유적을 발견하면 해당 사업은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걸까. 지난달 29일 서울 인사동 도시정비형 재개발(옛 도시환경정비사업)구역 땅 밑에서 훈민정음 창제 당시 금속활자와 시대상을 보여주는 집터 등이 발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와 비슷한 일을 겪었던 종로 센트로폴리스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문화계에서 일명 '공평동 룰(rule)'로 통하는 사례다. 센트로폴리스는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공평동 5-1 일대)에 들어선 지하 8층~지상 26층 상업시설로 2018년 공사를 마쳤다. 공평1·2·4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진행했는데 2015년 말 공사를 시작하자 지하에 파묻힌 108개동 건물 터, 골목길 등 유구와 함께 1000여 점 넘는 생활유물이 나타났다. 여기에 청동화로, 거울 등 옛 유물부터 일제강점기 담배가게 간판 등 시기를 아우르는 문화층이 발견되면서 사업이 전면 중단됐다.

현행 매장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건설 공사 도중 매장 문화재를 발견하면 이를 국가에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어길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발굴 비용은 사업시행자가 부담하는 데다 문화재 역시 모두 국가에 귀속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문화재 발견은 시행자 측에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서울시는 '용적률 인센티브'라는 당근을 시행자 측에 제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풀어 나갔다. 먼저 대단위로 발굴된 도로·골목·집터는 원위치에 보존하고 건물 지하 1층을 '공평도시유적전시관'으로 가꿔 옛 집터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동시에 지하 공간 활용이 일부 불가능해진 시행자 측에는 손실을 고려한 뒤 용적률 200%를 더 부여해 기존 계획인 22층보다 4층이나 더 높은 26층으로 지을 수 있게 했다. 서울시는 이를 '공평동 룰'로 규정하고 앞으로 도시 개발에서 발굴되는 매장문화재를 관리하는 원칙으로 삼았다.

이번에 금속활자 등 유물이 발견된 인사동 사례 역시 공평동 룰에 부합해 더 높은 용적률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곳은 탑골공원(종로구 삼일대로 401-20 일대) 인근으로 지하 8층~지상 17층 규모 업무시설이 들어설 계획이었다. 피맛길 등 역사성을 고려해 건축 배치와 규모를 규정한 건축계획 심의를 통과한 이후 지난해 사업시행계획인가까지 받았다. 하지만 조선 시대 배수로·주거지·공동우물에 더해 국보급 가치가 있는 금속활자까지 무더기로 나오면서 전면 보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인사동에 새로 지을 업무시설 지하에는 센트로폴리스처럼 유적 전시관이 들어설 전망이다. 단 기존에 진행했던 행정절차를 다시 밟아야 해 준공 시기는 당초 예정보다 늦어질 수 있다. 유물 발굴은 두 달가량 더 진행한 후 오피스 건물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저층부 계획을 전면 수정하는 단계"라며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전지현 기자 / 이축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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