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를 2년 유예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이 첫 관문을 앞두고 있다. 빠르면 이번주 중, 늦어도 오는 29일까지 열리는 국회 조세소위원회에서 법안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업계는 여야 협의로 개정안이 연내에 통과되길 기대하고 있다.


22일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오는 29일까지 조세소위를 열고 상정된 법안을 검토한다. 개정안을 준비한 기획재정부 세제실 소득세제과 담당 공무원은 이날 국회 조세소위에 참여, 법안 논의 과정을 모니터 중이다.

지난 21일 부터 국회 기획재정위 소회의실에서 열린 조세소위에는 총 257건의 법안이 상정돼 있다.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이 대표발의한 소득세법 일부개정안은 21번째로 올라와 있다.

정희용 의원은 지난 6월 가상자산을 양도하고 대여함으로써 발생하는 소득에 대한 과세 시기를 현행 2023년 1월 1일에서 2025년 1월 1일로 2년 유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이와 함께 기본 공제금액을 250만원에서 주식과 동일하게 5000만원까지 상향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현행 소득세법은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에 대해 내년부터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22%의 세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과세를 부과할 수 있는 체계가 미비하고, 주식 투자와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로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기재부도 업계와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기재부는 이날 자료를 통해 "정부는 투자자 보호 제도 정비 필요성, 시장 여건 등을 고려하여 가상자산 거래소득에 대한 과세를 2년 유예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했으며, 동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선 정국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한 목소리로 과세 유예를 강조했다.

기획재정부 고광효 조세총괄정책관은 지난 6월 ‘새정부 경제정책과제’를 발표하면서 대선 공약 이행 차원에서 가상자산 과세를 2년 유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 "중요한 건 ‘과세 결정’이 아닌 ‘준비 여부’"라며 "현장과 전문가의 우려를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업계는 기획재정위 간사 신동근 민주당 의원의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신 의원과 합의를 도출하면 연내 과세 유예안 통과가 유력시 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개정안이 조세소위를 통과하고 내달 2일 열리는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 가상자산 과세는 2년 유예된다. 만약 2일 가상자산 과세안을 다루지 못할 경우, 여야 합의에 따라 내달 9일 본회의 통과 가능성도 남아있다.

지난해 노웅래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가상자산 과세 유예 발의안 통과 과정을 보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노웅래 의원은 지난해 7월 가상자산 과세를 2022년 1월 1일에서 2023년 1월 1일로 1년 유예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안은 같은 해 11월 29일 조세소위와 12월 2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 조세소위 관계자는 "가상자산 과세안이 상정돼 있지만, 통과 여부는 여야 간사 합의에 달려 있다"며 "회의가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여야가 합의한다면 연내 통과도 가능하다고 본다"며 "가상자산 과세 유예안에 대한 관심이 다소 떨어져 법안이 관심있게 다뤄질 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인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금융투자소득은 시장이 좋지 않아서, 가상자산은 과세 기반이 구축돼 있지 않아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 과세 관청이 구조나 내용을 잘 파악할 수 있을 지 장담이 어렵다"며 "우선 금융투자와 가상자산투자의 차이점에 대한 공부가 이뤄져야 한다. 실효성 있는 과세안을 마련하기 위해 시장 상황에 맞는 기술 연구가 필요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