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자식들..협상 없다" 냉정하던 젤렌스키, 이런 격분은 처음

박소영 2022. 4. 2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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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자식들(bastards)"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 독립광장 지하철역에서 열린 대규모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를 향해 이렇게 소리쳤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 지하철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격앙된 모습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나치" "협상 중단" 등 수위 높여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군이 쏜 미사일 2기가 남부 주요 항구 도시인 오데사의 지역 군사시설과 민간 주거 건물을 타격했다. 이로 인해 생후 3개월 신생아를 포함해 8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다쳤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망한 아기가 태어난 지 1개월 됐을 때 전쟁이 시작됐다"면서 "그들은 개자식들이다.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고 격분했다.

오데사 구조요원들이 23일 러시아군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에서 민간인을 구축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또 그는 러시아를 향해 "나치" "러시스트(Rashists·러시아와 파시스트를 혼합한 우크라이나 신조어)" 등이라 표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 외교적 길을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격앙된 발언을 하며 화를 내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심한 욕설을 수차례 쓴 건 처음이다. 그는 전쟁 두 달 동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200여개 영상 연설과 20여 개국 의회 화상 연설 등에서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 평화 협상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CNN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마리우폴의 우크라이나군과 시민이 몰살되고, 러시아가 점령한 곳에서 가짜 주민투표를 시행한다면 협상을 중단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개전 초기 군사적 열세로 코너에 몰려 러시아에 평화 협상 테이블에 나오라고 촉구하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美·英·유럽서 무기 지원

젤렌스키 대통령이 목소리를 높이는 배경엔 대폭 늘어난 서방의 군사적 지원이 있다. 지난 18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총공세를 펼치는 전쟁 2단계에 돌입하자 서방의 무기 지원이 더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한 규모가 34억 달러(약 4조2000억원)에 달하는데 그중 16억 달러(약 2조원)가 최근 열흘 사이에 이뤄졌다. 155㎜ 곡사포, M113 장갑차, Mi-17 헬리콥터 등 중무기를 대거 보냈다.

FT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중무기를 공급하는 것은 엄청난 변화"라면서 "전쟁 초기에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러시아 사이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방어 차원의 무기만 제공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대량학살'이라고 비난하고 중무기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의 입장이 확실히 변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지난 7일 하르키우 지역에서 서방이 제공한 대전차무기 칼 구스타프 M4로 훈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나서자 다른 동맹국들도 앞다퉈 무기 지원에 동참하고 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23일 "우크라이나에 15억 유로(약 2조원) 상당의 무기를 보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 무기 목록은 언급하지 않았다. 영국은 이달 안에 대전차·대공미사일 등이 포함된 1억3000만 달러(약 1600억원) 지원을 약속했고, 노르웨이도 단거리 미사일 100기와 경량형 대전차 화기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독일, 덴마크, 스페인 등에서도 무기 지원이 이어졌다.

이에 힘입어 젤렌스키 대통령은 더욱 적극적으로 무기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그는 23일 "키이우에 오려면 빈손으로 와선 안 된다. 그렇다고 우리가 선물이나 케이크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특정한 무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키이우를 방문하는 지도자 대다수가 군사 지원을 약속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 수위가 더 높아졌다.


“헤르손에서 러 장군 최소 2명 사망”


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22일 러시아군이 점령한 헤르손의 교전 지역에서 러시아 제49연합군 지휘소를 공격해 최소 러시아 장성 2명이 사망하고 다른 고위 장교들도 큰 부상을 입었다. 러시아는 아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사실이라면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군 장성 최소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동부 전선과 관련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23일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에서 큰 이득을 얻지 못했다"고 전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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