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건관리자를 배치하고 예산을 편성하면 경영책임자의 의무를 한 것이고, 이행 감독은 외부기관에 위탁할 수 있고,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재판이 끝나야 재해발생 사업장을 공개하고, 건물이 무너져도 중대시민재해가 아니다.”

노동안전보건단체들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입법예고안을 비판하며 14일 발표한 성명에 담긴 내용이다. 정부 입법예고안에 노동계뿐만 아니라 안전보건 전문가들의 비판도 거세다.

노동건강연대·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 노동안전보건단체는 “시행령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더 망가졌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회사 차원에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2인1조 등 적정인력을 투입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입법예고안에는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 전문인력’ 배치 의무만 부과했다. 안전보건관리자를 배치하면 된다. 이들은 “입법예고안대로라면 인력부족에 따른 필연적인 장시간 노동은 해결되지 못해 과로사망이 지속할 수밖에 없다”며 “안전보건관리자를 배치하는 것만으로는 재해를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이 금지한 행위에 의한 사망을 중대재해로 포함하지 않기로 한 점도 문제로 꼽았다. 이를테면 직장내 괴롭힘에 의한 자살이 발생해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하지 않는다.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공표 기준을 형이 확정된 뒤로 명시한 탓에 재해발생 후 오랜 시간이 흘러야 공개되는 점도 비판했다. 이들은 “시행령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중대재해처벌법과 시행령을 취지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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