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창업가⑨] 곽기욱 비햅틱스 대표
2015년 연구실 한 켠에서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
미국·유럽 등 VR게임시장서 호평, 매출 90% 해외

곽기욱 대표는 2015년 VR 촉각기기를 개발하는 기업 '비햅틱스'를 창업했다. [사진=김효원 수습기자]
곽기욱 대표는 2015년 VR 촉각기기를 개발하는 기업 '비햅틱스'를 창업했다. [사진=김효원 수습기자]
"2015년 당시 VR기기가 뜨는 것을 보고 VR과 촉각을 접목시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처음에는 손목에 작은 모터를 단 햅틱 기기를 만들어 VR게임과 연동시켜 실험을 해봤어요. 단순한 진동 뿐이였는데 게임이 훨신 실감나고 생생하게 느껴졌어요. 그때 깨달았죠. 이곳에 수요가 있고, 사업성이 있다는 걸."

'무선 전신 촉각 슈트(택슈트)'를 개발한 곽기욱 비햅틱스 대표의 이야기다. 당시 KAIST 뇌과학 연구실 박사과정생이였던 그는 실험실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사업을 시작했다. "누구나 '촉각'을 느끼게 하자"를 모토로 회사 이름도 '비햅틱스(Be+Haptics)'라고 지었다. 

그리고 지금. 비햅틱스는 몰라보게 성장했다. 대전에 본사를, 서울에 지사를 두고 전세계에 VR 햅틱슈트를 수출한다. VR 게임시장이 발달한 해외에서 매출의 90%가 나온다. 2021년 CES에 출품한 신제품으로 혁신상도 수상했다. 비햅틱스를 창업한 곽기욱 대표를 만나 창업 이야기를 들어봤다. 
 

비햅틱스는 작년에 공개한 신제품을 통해 2021년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사진=김효원 수습기자]
비햅틱스는 작년에 공개한 신제품을 통해 2021년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사진=김효원 수습기자]
◆ "창업? 한 번 해보지 뭐!"

곽기욱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막연하게나마 창업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주변에 창업을 했던 사람이 있거나 권유를 받은 것도 아니었다. 

"고등학생 때 부모님이 의대에 가라고 하셨는데, 저는 그게 정말 싫었어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었죠. 그때부터 창업에 대한 두려움이나 거부감이 없었던 것 같아요. '창업? 한 번 해보지 뭐!' 이런 마음이 있었어요."

곽 대표가 창업을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은 대학원에 들어가면서부터였다. 그가 석사 때 전공했던 것은 '반도체 설계'였다. "학사 때부터 좋아했던 분야로 석사도 전공을 이어갔어요. 그런데 공부하다 보니, 내가 하는 일은 큰 파트에서 아주 작은 파트만 맡아서 하는 거였어요. 이렇게 되면 창업도 너무 어렵고, 벌써부터 세부 파트를 담당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는 시스템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분야로 진로를 변경했다. 그렇게 옮긴 곳이 뇌과학과 머신러닝 연구실이었다. 그곳에서 촉각 인식 분야인 '햅틱'을 공부했다. 

햅틱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햅틱을 활용한 '창업 아이템'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사람의 감각도 디지털화되는 시대에요. 저는 시청각 다음으로 구현 가능한 것을 촉각으로 봤어요. 그리고 촉각 분야에서도 'General Display Device'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만들고자 했어요."

곽 대표는 '촉각'을 구현하는 대중적인 기기를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로 대학원 연구실 구석 한 켠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네이버에 다니고 있던 친구 1명과 졸업을 앞두고 있던 다른 친구 한 명을 설득해 셋이 함께 회사를 차렸다. 

VR 시장 전망도 밝았다. 당시 2014년 페이스북이 VR기기 제작사인 오큘러스를 약 2조 넘는 가격으로 인수했다. "페이스북의 공격적인 행보를 보며 앞으로 VR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빠르게 창업을 결심하게 됐죠." 

초기에는 곽 대표가 속해있던 연구실을 지원하던 코오롱이 '시드(초기자금)'를 만들어줬다. 코오롱의 지원으로 첫 제품을 개발하고, 힘겹게 사업을 이어가던 중 2017년 KST(한국과학기술지주)에서 프리A 규모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이어서 2019년 아주IB투자와 기술보증기금 등에서 20억 규모의 지분투자가 이어졌다. 

제품군도 다양해졌다. 처음에는 팔목에 둘러싸는 촉각기기에서 시작했지만, 2019년 이후에는 조끼형이 개발됐다. 지금은 손, 팔목, 발목, 머리, 조끼 등으로 기기들이 확장됐다. 
 

비햅틱스 햅틱슈트에 내장된 40여 개의 모터들은 콘텐츠와 무선으로 실시간 연동이 가능하다. [사진=김효원 수습기자]
비햅틱스 햅틱슈트에 내장된 40여 개의 모터들은 콘텐츠와 무선으로 실시간 연동이 가능하다. [사진=김효원 수습기자]

◆ 해외가 먼저 알아본 '햅틱슈트' 

비햅틱스의 전략은 '남들이 하지 않은 것'이었다. "기존에 촉각을 구현하는 제품들은 다양한 움직임을 구현하는 고성능 '모터'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었죠. 그런데 저희는 반대로 생각했어요."

기존의 햅틱 제품들은 복잡한 기능을 가진 모터 몇 개를 배치한다. 반면 비햅틱스는 단순한 움직임만 나타내는 모터를 온 몸에 구석구석 붙이는 방식을 택했다. 그렇게 나온 것이 모터 40개가 들어가는 햅틱슈트다. 

모터가 복잡해지면 컨트롤도 복잡해진다. 비햅틱스는 단순한 모터를 사용해 단순한 조작이 가능해 무선으로 실시간 조작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즉, 세밀한 하드웨어 기기에 집중하는 대신, 기기를 VR 게임이나 영화 등 콘텐츠에 실시간으로 연동되게 만든 '소프트웨어'를 강화했다. 

비햅틱스는 VR게임 개발자들이 손쉽게 햅틱슈트를 게임에 적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예를 들어, 게임 안에서 총을 쏠 때 '어느 부위'에 진동이 오는지, 어떤 패턴으로 진동이 반복되는 지 등을 개발자들이 간단하게 프로그래밍 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때문에 2019년 비햅틱스 매출의 80%는 B2B 영역에서 나왔다. 하지만 점차 많은 게임사들이 햅틱슈트를 적용하기 시작하자 개인들도 햅틱슈트를 살 수 있는 B2C 시장이 열렸다. 

“처음에는 게임사들을 설득하기가 어려웠어요. 최대한 개발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고, 또 이게 필요한 작업이라는 것을 설득한 덕분에 지금은 많은 VR 게임들이 저희 제품을 적용하게 됐어요.” 현재 소비자들이 직접 햅틱슈트를 구매할 수 있는 이유도 다양한 VR게임에 햅틱슈트 기능이 지원되기 때문이다. 

비햅틱스는 국내보다도 해외에서 더 잘 알려진 기업이다. “전체 매출의 95%는 해외에서 나와요. 특히, VR게임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미국이나 유럽을 위주로 먼저 발달하고 있고요. 그래서 이곳에서 즐기는 VR게임을 위주로 개발자들과 컨텍을 하면서, 지원을 늘려나가고 있어요. 자체적으로 게임을 서포트하는 방식도 개발하고 있고요.”

시장 반응은 폭발적이다. 특히 작년 12월에 내놓은 신제품이 반응이 뜨겁다고 전했다. 보급형으로 출시된 제품은 사전예약 수량도 완판됐다. 곽 대표는 "매출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나오다 보니,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잘 알려져 있다"면서 "유튜브나 구글에도 우리 제품을 리뷰한 게이머들이 많다. 2020년 CES에서 부스를 차려 참가해 많은 분들의 반응을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비햅틱스는 VR 게임시장을 너머 PC와 콘솔, 그리고 VR 소셜네트워킹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사진=김효원 수습기자]
비햅틱스는 VR 게임시장을 너머 PC와 콘솔, 그리고 VR 소셜네트워킹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사진=김효원 수습기자]

어려움도 많았다. 곽 대표는 "지금 AI붐이 일어나는 것처럼, 2015년에는 VR 붐이 일었다"면서 "그때는 VR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커질 것처럼 보였는데 실상은 시장이 굉장히 더디게 성장했다. 그래서 국내 VR업체들이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 대표는 VR기기의 보급과 시장의 성장 속도는 아직 느리지만 앞으로는 국내 시장도 점차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비햅틱스의 다음 목표는 PC와 콘솔 분야로 넓히는 것이다. 국내와 중국 시장을 겨냥해 PC방이나 콘솔 게임에서도 햅틱슈트를 입고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다. 또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와 같은 OTT 플랫폼과 연계해 집에서도 4D 영화처럼 실감나는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메타버스'가 부상하면서 함께 떠오르고 있는 VR을 활용한 소셜 네트워킹도 주력해야 할 사업 분야다. VR에서 만난 친구와 악수하거나, 대화를 할 때 촉각 기능을 넣는 것이다. 곽 대표는 "미국에는 마인크래프트나 로블록스와 같은 큰 메타버스 플랫폼이 있다. 우리도 그런 메타버스 시스템 안에서 접목할 수 있는 기회를 끊임없이 찾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비햅틱스

비햅틱스(bHaptics)는 2015년 곽기욱 대표가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모든 사람들이 촉각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햅틱을 전하자"는 뜻으로 이름이 'Be+Haptics'다. KAIST에서 촉각 인지를 연구하다가 VR시장성을 보고 창업에 도전, 지난 2021 CES에서는 햅틱슈트로 혁신상을 수상했다. 매출의 약 90%가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시장이며, 현재 VR 게임 시장 내 100여 개의 게임을 지원한다. 향후 PC와 콘솔, 소셜 네트워크 사업 등으로 사업을 넓혀갈 계획이다. 

▲설립: 2015년 05월
▲투자: 2019년도 시리즈A 투자 유치(아주IB투자, 기술보증기금)
▲특징: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 
▲위치: 대전 유성구 유성대로 1689번길 70, KT대덕2연구센터 연구3동 503호
▲문의: 042-867-2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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