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업, 서울·경기 이어 대전 3번째로 많아
대덕특구, KAIST 등에서 AI기업 창업사례도
풍부한 R&D·커뮤니티·데이터 등 역량 기반

[사진=이미지투데이]
대전이 AI스타트업의 집적지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인공지능(AI) 기업 확산세가 거세다. AI는 어떤 기술이나 산업에도 융합이 가능한 장점으로 관련 스타트업도 속속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2016년은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국내 바둑 9단 이세돌을 꺾으면서 AI 광풍이 불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국내 AI 기업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우리나라 AI 기업 현황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국내 AI 스타트업은 19개뿐이다. 대부분이 2014년 이후에 창업한 기업이다. 그러나 3년 후인 2020년에는 397개 기업으로, 20배 이상 늘었다. 397개 기업은 한국인공지능협회(이하 AI협회)에 가입한 기업 숫자다. 

올해는 AI협회에 가입된 기업만 500개다. 가입하지 않은 기업을 포함하면 1000개가 훌쩍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AI 협회 관계자는 "회원사 외 800여개 사가 더 있는 걸로 파악된다. 합하면 총 1300여개의 AI기업이 있다"고 말했다. 회원사만 봐도 지난해 400여개에서 불과 1년만에 100여개 기업이 증가했다. AI기술이 산업과 빠르게 접목되며 시장진출도 가속화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전에서도 AI 스타트업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대전시 분석 자료에 의하면 1000여개 AI 기업 중 100여개 기업이 대전에 자리를 잡았다.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가장 많은 집중도를 보인다. 관계자들은 다양한 산업과의 연계 가능성과 연구 인력, 그리고 풍부한 데이터 등을 이유로 꼽았다.

◆ AI스타트업 생태계, 대전서 자연발생

국내 AI기업들이 주력하는 분야는 플랫폼과 헬스케어 분야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가 발간한 'IT&Future Strategy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국내 AI 스타트업 153개 중 플랫폼 기업은 31.4%를, 헬스케어 산업이 16.3%, 보안이 9.2%, 유통물류가 8.5%를 차지했다.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대전에서도 AI와 바이오가 결합한 스타트업들이 속속 나왔다. 토모큐브(관련기사)가 대표적이다. 대덕특구 스타트업인 토모큐브는 입체 현미경으로 질병을 조기 진단하는 기술로 주목받았다. KAIST 창업원에서 시작한 카이아이컴퍼니도 좋은 사례다. 2017년 어린이 치과 환자에게 맞춤형 의료 정보 서비스를 시작으로, 지금은 구강 검진부터 예방까지 통합 관리 플랫폼을 구현한 AI기업이다. 

NIA가 꼽은 국내 10대 AI 스타트업 중 하나인 마인즈랩 역시 대전에서 탄생했다. 마인즈랩은 인공지능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음성인식, 챗봇, 자연어 이해 등을 서비스한다. 이같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스타트업의 출현 배경에는 대전의 풍부한 연구인력과 R&D 환경이 자리잡고 있다. 

KAIST,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데이터와 AI를 접목해 연구하는 공공기관들이 대전에 모여있다. 김진수 대전시 스마트시티과 인공지능팀장은 "대전이 가진 R&D 역량과 인력이 자연스럽게 AI 산업의 자원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시에서도 노력하고 있다"며 "향후에는 AI기업들을 모아 협의체를 만들 계획"이라 밝혔다. 

◆ 풍부한 연구인력·커뮤니티·출연연과 연계 등 강점

AI와 제조업을 연결하는 센터도 KAIST에 구축됐다. KAIST 제조AI빅데이터센터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플랫폼을 만들고, 매년 제조기업에 AI를 결합하는 일을 하고 있다. 김일중 제조AI빅데이터센터장은 "AI가 제조업과 결합하면서 이제는 '목적'을 가지고 데이터를 수집한다. 그러다 보니 기업이 혼자 할 수 없는 영역이 생겼고, 다른 기업과 협업하며 센터에 자문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처음에는 하나의 알고리즘으로 AI분석을 조언했지만, 점차 결합 알고리즘쪽으로 조언을 해드리고 있다. 특히, 제조업에서 나오는 데이터는 라벨링이 어려운 데이터들이 많다"며 "센터를 통해 노하우를 전달하고 기업이 발전하면서 이제 AI생태계가 태동기를 지나 성장기로 나아가는 단계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지역 내 문제를 AI 기술을 통해 해결하는 기업도 생겨났다. 지난 4월, 유클리드소프트는 유성구청과 협력해 쓰레기 무단투기를 감시하는 AI기술을 시연했다. 사람이 직접 모든 CCTV를 감시할 수 없기 때문에 AI가 사람을 인식해 물체를 투척하면 이를 잡아내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2019년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이전받았다. 

채은경 유클리드소프트는 대표는 "유클리드소프트는 대전 지역 소프트웨어 개발자 커뮤니티를 시작으로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기업이다"며 "풍부한 연구인력과 고경력 과학기술인, 젊은 인재들을 바탕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KAIST 학생 창업으로 시작한 AI기업, 데이터메이커는 대전시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녹 데이터메이커 대표는 "데이터 사업을 하기 전 주차 CCTV 기반 AI 솔루션을 개발하려고 했다. 대전시 스마트시티과에 테스트베드를 마련해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적극적으로 기회를 마련해주고, 다른 기업들과 연결시켜줬다"고 말했다. 

유용균 한국원자력연구원 인공지능응용연구실 실장(AI프렌즈 운영진)은 출연연과의 연계를 또 하나의 장점으로 꼽았다. 유 박사는 "AI를 활용해 뭔가 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경우, 컨설팅이나 시제품을 만드는 등 출연연이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자력연은 13개 기업을 대상으로 AI파일럿 솔루션을 제작하는 AI 역량강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