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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3D지도·로봇개로 건설현장 사고 막는다

이새봄 기자
입력 : 
2022-08-02 17:35:17
수정 : 
2022-08-03 10: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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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연세대 교수가 창업한
건설데이터 플랫폼社 컨워스

위험한 건설현장 3D로 구현
고객사 원하면 로봇개 투입
관제탑서 원격관리 서비스도

롯데·코오롱글로벌 등과 계약
미국 등 세계시장 진출도 추진
사진설명
로봇개 스팟이 유지 보수가 필요한 시설물의 고정밀 3D 영상을 확보하기 위해 현장을 탐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컨워스]
노란색 로봇개 한 마리가 불빛도 인적도 하나 없는 지하실을 뚜벅뚜벅 걸어간다. 빛은 없지만 자동차와 기계음이 가득한 넓은 지하 공간을 망설임 없이 익숙한 듯 움직인다. 정비와 테스트가 한창인 전기차들이 가득한 이곳을 약 15분간 '시찰'한 후 그는 다시 지정된 자신의 자리에 돌아가 앉는다. 현대자동차가 인수한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곳은 수십 ㎞ 떨어진 곳에 위치한 관제실이다. 관제실 모니터에는 스팟이 위치한 지하 공간의 3D지도가 펼쳐져 있고, 이 지도 위에는 스팟의 위치를 알려주는 붉은 점이 표기돼 있다. 스팟이 움직이면 지도상의 붉은 점도 실시간으로 움직인다. 스팟이 이 지하 공간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정보는 온도다. 정비 중인 자동차 내에 있는 배터리가 과열돼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지 적외선 카메라 센서를 통해 확인하고, 특정 온도 이상이 감지됐을 때 관제실로 신호를 보냄과 동시에 현장에서도 경보 사이렌을 울린다.

건설 데이터 플랫폼 스타트업 컨워스의 창업자인 허준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라이다(레이저센서), 적외선 카메라, 가스 탐지 등 현장에서 필요한 각종 센서를 탑재한 사족보행 로봇개 스팟이 현장을 누비며 사람 대신 건설 현장, 공장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등을 점검할 수 있다"면서 "원자력발전소 등 점검이 필요하지만 사람이 하기에는 위험한 곳에서도 활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컨워스는 스팟을 보스턴다이내믹스 측에서 구입해 건설사 요구에 따라 현장에서 필요한 센서를 탑재한 '현장 맞춤형 로봇개'를 제작하고, 이를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플랫폼을 건설사 측에 함께 제공한다. 이 플랫폼에는 사람이 직접 위험한 현장에 가지 않고도 스팟을 통해 상황을 점검할 수 있도록 건설 현장을 완벽히 구현한 3D지도가 담겨 있다.

올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으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앞다퉈 건설공사 현장에 로봇을 투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건설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현장에서 발생하는 위험 신호를 미리 감지해낸다면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건설 현장과 공장에 로봇개가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하고 위험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 먼저 필요한 것은 현장을 정확하게 구현해낸 고화질의 3D지도다. 경비견 역할을 하는 스팟이 어느 지점을 돌아봐야 하는지, 그가 위험 신호를 보낸 지점이 정확이 어느 곳인지를 관제실에서 파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허준 컨워스 대표는 "스팟은 우리의 데이터 플랫폼, 즉 우리가 갖고 있는 핵심 기술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활용하는 일종의 사물인터넷(IoT) 기기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허 대표가 스팟을 일종의 'IoT 기기'라고 표현한 이유는 건설 현장 관리에 로봇개를 도입해 주목받고 있는 기업 컨워스의 핵심이 '데이터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2020년 창업한 스타트업 컨워스는 건설·인프라스트럭처 현장을 모니터상으로 들여다보며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3차원 지도 기반 스팟의 운영·관제 시스템은 컨워스가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 중 일부인 '알-이글(R-eagle)'이다. 허 대표는 "국내 주요 화학공장과 공장 내 유해 화학물질을 감지하기 위해 알-이글 솔루션을 활용하는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스마트건설'을 위해서는 고층 빌딩·넓은 공장 현장을 정확하게 온라인상에서 구현한 데이터 플랫폼이 필수적이다. 건설 현장 파악, 건물 유지·관리 등을 위해서는 여러 건설 관계자들이 온라인상에서 건설 설계도면을 확인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허 대표는 건설·인프라 현장을 유지·관리하기 위한 3차원 데이터 플랫폼을 '씨-이글(C-eagle)'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건설 현장과 인프라 자산을 유지·관리하기 위해서 필요한 3차원 그래픽 데이터와 설계도면 등은 잘 갖춰져 있기도 어려울뿐더러 가지고 있다고 해도 용량이 크고 무거워 웹상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하기가 힘들어 일부 초고성능 컴퓨터에서만 확인이 가능했다"면서 "이 때문에 건설 관련 다양한 관계자가 원격으로 같은 3D 설계도면을 보며 협업과 소통하는 것조차 어려운 것이 현재 건설 현장의 열악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일례로 국내 한 주요 건설사는 스마트건설을 하겠다고 선언한 후 35층짜리 건물 건설 현장 데이터를 확보했지만 데이터 크기의 문제로 전체 건물 데이터를 한 번에 확인하지 못하고 한 층씩 따로 분리해 살펴보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컨워스는 드론 촬영 영상과 라이다 정보 등 다양한 위치 기반의 건설 현장 데이터를 통합해 고화질 3D 현장 그래픽을 만들고, 데이터 분산처리 기술 등을 통해 이를 웹과 앱 기반으로 제공한다. 반도체 제조시설 등을 비롯해 정밀한 시공이 필요한 제조시설인 팹(Fab)은 실제 시공 과정에서 설계도면과 일치하는 작업이 이뤄졌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팹이 이 과정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대조해 확인해왔다. 허 대표는 "팹 등 제조시설이 설계도면과 오차범위 없이 잘 시공되었는지는 제품 수율과 직결된다"며 "일례로 직진으로 설계된 파이프가 중간에 꺾여버릴 경우 파이프를 흐르는 유체의 속도가 줄어들고, 제품 혼합비가 달라질 수도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컨워스는 자체 엔진을 활용해 팹의 3D 설계도면과 시공 현장의 오차 정도를 한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설계도면과 일치한 시공 현장은 화면에 파란색으로 표시되지만 오차범위가 커질수록 색이 붉게 표시된다. 현재 국내 한 반도체기업의 팹 시공에 이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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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포함해 컨워스는 창업 2년 만에 롯데건설과 코오롱글로벌, 현대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국내 건설사와 협업하면서 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마케팅을 전혀 하지 않았지만 모두 '입소문'만 듣고 찾아온 기업들이다. 실제 컨워스 직원 17명 중 15명이 연구개발 인력이다. 현재는 허 대표가 기술개발 총괄을 맡으며 홀로 비즈니스 총괄을 겸임한다. 그는 "지금까지는 우리 플랫폼이 시장에서 실제 수요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가설검증'의 시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검증한 가설을 토대로 비즈니스를 키워나가야 하는 시점"이라며 "마케팅 전문인력을 충원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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