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호황 속 중형 조선사 실적 개선 '기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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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호황 속 중형 조선사 실적 개선 '기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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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장용준 기자] 국내 조선업이 대형 조선사들의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수주 릴레이 등으로 오랜 부진을 씻고 슈퍼사이클(대호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구조조정을 마친 중형 조선사들도 유조선 격인 탱커(액체화물선) 수주에 집중하면서 실적 개선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조선 빅3(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의 3분기 실적은 한국조선해양이 188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삼성중공업이 이전 분기보다 34.4% 개선된 167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새주인을 맞이할 대우조선해양은 수주 호황 속에서도 조업일수 감소로 6200억원의 적자에 맞닥뜨렸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빅3 중 한국조선해양이 흑자가도를 달리고 있고,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도 조업일수 감소 영향을 받았지만 내년부터는 실적 개선이 가속화해 흑자전환의 희망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업계의 관심은 중형 조선사로 쏠린다. 앞서 지난 8월말 전남 지역 중형 조선사로 손꼽히는 대한조선이 KHI그룹 컨소시엄에 2000억 규모로 매각된 바 있다.

당시 KHI는 앞서 인수한 케이조선과 대한조선 간의 시너지를 이루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영업, 기술, 구매 등 양사가 협력 가능한 분야에서 협업하면 선박 건조 효율성 증대 및 원가절감 등으로 수주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였다.

대한조선은 중형급 탱커,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을 주로 건조하는 대주그룹의 계열사였다. 지난 2009년 건설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워크아웃 대상이 된 이후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매각에 나섰다. 하지만 당시 인수자를 찾지 못해 2011년 7월 대우조선해양이 위탁경영을 했고, 2014년 법정관리를 졸업하면서 2015년 산업은행 관리체제에 들어간 지 7년 만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로써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오랫동안 지속된 중소형 조선사들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됐다는 평가다.

지난해 7 채권단 관리에서 졸업한 STX조선해양이 케이조선으로 사명을 바꾸고 새출발했다.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대한조선이 3분기에 실적 공시를 하지 않은 가운데, 중형 조선사 중 실적이 오른 곳은 단연 케이조선이다. 지난해 STX조선에서 케이조선으로 사명을 바꾼 뒤 꾸준한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상반기 329억원 영업이익에 이어 3분기에도 860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면서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넘어서는 성과를 달성했다. 달러 고환율에 힘입어 3분기 매출도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226.7% 급증한 수준이다.

이에 반해 대선조선은 상반기까지의 흑자를 이어가지 못하고 3분기에 적자전환했다. 상반기 매출 1198억원, 영업익 36억원이었던 것이 3분기 매출 729억원, 영업손실 19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HJ중공업 조선부문도 3분기 적자를 이어갔다. 매출액 1713억원, 영업손실 38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실질적으로 중형 조선사가 흑자를 낸 곳은 케이조선뿐이지만 4분기부터는 코로나19 엔데믹의 영향으로 여행 수요와 항공유 수요가 늘어나 탱크선 수주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엔데믹이 본격화하는 내년 초부터는 여행 수요가 서서히 늘어 탱크선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구조조정을 마친 중형 조선사들이 유조선 격인 탱커(액체화물선) 수주에 집중하면서 일감도 수직상승을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케이조선은 지난 11일 중동 소재의 선사로부터 중형 탱커인 MR급 석유화학제품운반선 4척을 수주했다.

케이조선 관계자는 "중형 석유제품운반선 건조에 경쟁력 있는 조선소로서 탱커선종에 대한 풍부한 건조 경험과 인도 실적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신조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면서 "현재 수주 잔량은 28척이며, 이는 2024년까지의 물량으로 이같은 수주 실적을 기반으로 경영정상화를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조선도 지난 9월 벨기에 선사 유로나브로부터 중대형 탱커인 수에즈막스급 원유운반선 2척을 수주한 데 이어 지난달 그리스 선사 아틀라스(ATLAS)로부터 아프라막스급 원유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중형 조선사들이 탱커 신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다는 점이다.

클락슨리서치 자료를 분석해 보면, 최근 2년 간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늘어난 반면, 탱커 발주량은 줄어들었다. 올해 상반기 중형 탱커 발주량은 전년 대비 76.7%나 줄었고, 국내 중형 조선사들의 상반기 탱커 수주량은 4척에 불과했다.

하지만 글로벌 환경 규제와 주요 산유국의 석유 증산 및 고연료비 대응을 위한 저속 운항 기조가 탱커의 신조 시장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가 결국 노후 선박의 폐선과 신조 수요를 확대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아울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유럽의 유류 수입노선이 길어졌다는 점도 호재"라고 진단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중형 조선사들의 실적 개선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신규 일감을 따오더라도 금융권의 정책적 지원이 우선 해결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중형 조선사들은 석유화학제품운반선을 포함한 탱커 건조와 관련 기술력과 시장 점유율에서 1위다. 문제는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계열사 현대미포조선을 제외한 중형 조선사들의 영업력과 신용도는 경쟁력이 낮다는 점이다. 개별 중형 조선사마다 할당된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 한도가 가득 참에 따라 발행 한도액을 늘려야 하는 데 이에 장벽이 녹록지 않다.

선수금 환급보증(RG·Refund Guarantee)은 조선사가 배를 건조해 발주사에 넘기지 못할 때를 대비해 조선사가 선박 건조 비용으로 미리 받은 돈(선수금)을 금융기관(은행)이 대신 물어주겠다고 보증하는 제도다. 이에 조선업체가 발주 선사와 수주계약까지 체결했다 하더라도 3개월 내에 은행으로부터 RG를 발급받지 못하면 건조계약이 무효가 된다.

일반적으로 선박 건조계약 체결 후 RG 발급까지 3개월이 걸리지만 실제 수주를 이뤄도 계약 해지 수순이 잦은 것은 빅3 조선사와 중형 조선사 간 체급 차이와 신용도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관리에 들어간 조선사별 RG 한도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이 때문에 나온다.

중형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형 조선사들이 가진 기술력이 세계적 수준이기에 주력 선종의 영업력을 집중하면 오랜 부진의 터널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향후 발주시장에서 경쟁력을 찾을 수 있도록 금융권의 RG 한도 현실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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