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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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지 9개월이 넘어가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가 건설사고 사망자수를 줄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선다.

8일 정부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이날 '제7차 건설기술진흥 기본계획'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가 개최됐다.

이번 7차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서 지난해 12월부터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연구용역을 수행하는 중이다. ▲스마트 건설 ▲엔지니어링 ▲안전·환경 ▲인력 ▲R& 데이터 등 5개 분야별로 관계 전문가들이 모여 기본계획안을 마련했다.

이 가운데 특히 건설공사 안전 강화 방안에 많은 내용이 집중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효과가 미미하자 정부가 지난해 417명이었던 건설사고 사망자수를 오는 2027년까지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본격 밝히면서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사고 발생 현황. 건설업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유예된 사업규모 50억원 미만인 현장이 50억원 이상인 현장보다 사망사고 발생율이 높다. /자료=국토교통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사고 발생 현황. 건설업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유예된 사업규모 50억원 미만인 현장이 50억원 이상인 현장보다 사망사고 발생율이 높다. /자료=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누적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현황'을 잠정 집계한 결과,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483건이 발생하고 510명의 근로자가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사망 사고는 9건 줄었지만, 사망자 수는 8명 증가한 수치다.

특히 전체 483건(510명 사망) 중 절반 가량(243건, 253명 사망)에 해당하는 사고는 건설업 현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이번 건설공사 안전 강화 방안에는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과 건설기술진흥법(건진법)을 비롯해 중대재해처벌법 등 건설 안전과 관련된 여러 법에 규정된 중복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안전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된다.

먼저 안전관리계획서의 간소화가 이뤄진다. 안전관리계획 중 유해위험방지계획과 중첩되는 부분은 제외하는 방식이다. 그간 건진법에 따른 안전관리계획서와 산안법에 따른 유해위험방지계획서가 중복 규제라는 지적이 따라서다.

건진법에서 건설기술의 진흥과 관련된 부분과 품질이나 안전 부분을 구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기술의 활성화와 안전 규제를 동시에 추진하되, 두 부분은 서로 정책방향이 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안전관리비 등 건설안전 투자 강화를 적극 추진한다. 현재 건설공사 발주자는 7개 항목에 대한 안전 관리비를 직접 공사비 내역에 반영해야 하나, 공사비에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고 누락되는 경우가 많았다. 발주자가 안전 관리비에 대한 내용을 잘 모르거나 비용산출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인해서다.

이에 국토부는 직접비와 간접비 요율 등이 혼재돼 있는 안전 관리비 계상 기준을 구체화하고, 공사비의 일정비율을 안전 관리비로 의무 배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건진법에 의한 안전 관리비와 산안법에 의한 산업안전보건비의 계상 기준과 사용기준 중복 문제도 해소하는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건설공사 참여 주체별로 담당해야 하는 책무도 강화한다. 발주청은 적정 공기와 비용을 확보하도록 하고, 발주청과 지차제의 현장 관리·감독을 강화한다.

현행 실시설계 80% 완료된 시점에 1회 하도록 돼있는 설계안전성 검토(DfS)는 3단계에 걸쳐서 진행하도록 변경된다. 설계안정성 검토는 위험요소를 사전에 발굴해 위험 저감대책을 설계에 반영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시공사가 설계 변경이나 가시설 해체 등 시공 이력을 감리에 체출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품질관리자에는 품질 관리 경력이 있는 기술인이 배치될 수 있도록 기준을 수정한다.

또 감리는 작업자의 위험이 감지되면 공사를 중단하도록 하는 공사중지권의 실효성을 확보하도록 하고, 이 같은 감리의 독립성과 책임성,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안전 관리비와 관련해서는 고용노동부 역시 이달 중 발표 예정인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 포함시킬 전망이다.

고용노동부 역시 기업의 안전보건 예산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보건 예산 공개가 기업에 대한 투자 결정 요소로까지 반영된다면 기업들이 더욱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안전에 투자할 것이라는 판단에 의해서다.

조재용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강력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건설현장의 안전사고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며 "기존의 안전관리 체계는 그대로 두면서 처벌을 강화한 것만으로는 본질적인 안전관리 개선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건설현장의 안전관리의 근간이 되는 안전관리계획서의 체계와 문제점을 살펴보고, 각기 다른 실제 현장 상황을 반영해 해당 현장에서 안전관리를 위해 필요한 사항을 중심으로 안전관리계획서 내용을 작성하는 체계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토부는 전국 건설현장의 겨울철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오는 9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동절기 대비 건설현장 안전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건설공사 현장 중 우선 2460개 현장을 대상으로 국토부와 국토안전관리원, 한국도로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국가철도공단 등 총 1222명의 점검인원이 투입된다.

이번 점검대상 시설물에는 건축물, 철도·지하철, 도로, 택지, 공항 등 국토교통부 소관 다양한 건설 현장이 포함됐따.

특히 도심지에서 유동인구가 많거나 공사장 인근에 시설물이 밀집해 있는 현장을 중심으로 공사장 주변의 안전관리대책과 통행안전시설 설치 이행 여부를 중점 점검해 건설공사로 인해 공사장 주변의 인접 시설물과 일반 국민에게 발생할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겨울철 건설공사 사고가 많은 콘크리트 타설과 양생이 진행되고 있는 건설현장과 하도급 업체가 많이 참여하고 있는 현장도 집중 점검할 에정이다.

이상일 국토교통부 기술안전정책관은 "겨울철에는 건설안전에 대한 관심 부족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국토교통부가 산하기관과 함께 철저하게 건설현장을 점검할 계획이며, 이번 점검을 통하여 부실시공이 적발된 현장은 무관용 원칙으로 관련 법에 따라 처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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