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서 안전사고 사망자가 끊이질 않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2일 12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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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확장 4단계 건설사업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2022.07.20. 뉴시스
20일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확장 4단계 건설사업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2022.07.20. 뉴시스
산업재해 사망사고 등이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올해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중대재해가 줄지 않고 늘어나는 등 당초 정부가 기대한 법 시행에 따른 사고 예방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특히 중대재해 발생 건수와 비중이 가장 높은 건설업에서는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고, 이로 인한 사망자수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감사원이 이와 관련 최근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등 정부 부처와 광주시 등 지방자치단체, 관련 민간단체 등을 대상으로 성과감사를 실시했다. 성과감사는 특정한 정책 사업 조직 기능 등에 대한 경제성 능률성 효과성 등을 분석·평가하는 것이다. 그 결과, 건설공사 관리감독부터 근로자 안전관리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현장을 관리 감독할 감리원이나 건설기술인은 여러 현장에 중복 배치돼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기 어려웠고, 콘크리트 등 자재 품질관리도 부실했다. 또 무자격 하도급이나 불법 재하도급이 여전했으며, 근로자 안전관리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감사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감사보고서(‘건설공사현장 안전관리실태-민간 건축공사를 중심으로’)를 최근 펴냈다.
● 중대재해처벌법에도 늘어난 건설공사 사망자
12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2017~2021년) 간 건설현장에서 2784명의 근로자가 안전사고 등으로 사망했다. 지난해 건설업 사망만인율(1만명 당 사고사망자 비율)은 전체 산업(0.43)의 4배 수준인 1.65였다. 미국(0.97) 일본(0.79) 싱가포르(0.29) 등 주요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다.

게다가 올해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안전사고 사망자는 오히려 늘었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인 제조업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인 건설업 사업장에서 사고로 모두 236명이 사망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업종이 건설업으로, 105명이나 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01명)보다 4명 늘어난 것이다.

특히 안전관리에 상대적으로 신경을 많이 쓸 것으로 기대된 대형업체에서 오히려 크게 증가했다. 국토부가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 통계를 분석한 결과, 3분기(7~9월)에 건설사고로 사망한 근로자는 61명 가운데 상위 100대 건설사 현장에서 18명이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늘어난 수치다.
● 공사안전 책임질 감리원·기술자 관리 부실
감사원은 이처럼 안전사고 사망자가 줄지 않은 원인 분석을 위해 ① 공사현장 관리·감독 ② 콘크리트 품질관리 ③ 불법하도급 조사 ④ 근로자 안전관리 등 4개 분야에 대해 집중적으로 감사했다.

우선 공사현장 관리·감독에서는 현장 안전관리의 최일선을 책임지는 감리원이나 건설기술인이 법에서 규정한 원칙을 위배해 다수현장 중복 배치돼 있었지만 이에 대한 관리·감독이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일부 현장에서는 서류상으로만 감리원이나 건설기술인이 근무하는 것으로 거짓 신고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올해 1월 광주에서 발생한 아파트 붕괴사고의 주원인 가운데 하나였던 콘크리트 품질 불량과 관련해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레미콘 생산공장 품질관리 부실과 건설 현장 품질시험실 미설치 등과 같은 문제가 발견됐다. 또 겨울철 타설 콘크리트의 강도가 설계기준을 밑도는 사례가 조사대상(18곳)의 44%(8곳)에 달할 정도로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는 점도 확인됐다.
● 여전한 불법 재하도급에 근로자 안전관리도 미흡
건설공사 부실을 유발하는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온 불법 재하도급도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설업 종사자 7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절반을 넘는 53.7%가 실제 현장에서 불법하도급을 목격하거나 경험했다고 응답한 것이다. 또 2020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사망한 근로자의 소속이 하도급자인 건설공사 중대재해 358건을 분석한 결과, 71건이 무자격자 하도급인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근로자 안전관리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사고위험이 높은 높이 31m 미만 비계공사에 대해서는 별도의 점검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었다. 현재는 31m 이상에만 안전관리계획서를 작성 제출하도록 돼 있다.

또 건설사고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감사원이 2019년 7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산업재해조사표와 건설관리 안전관리종합 정보망(CSI)을 분석한 결과 산업재해조사표의 사망사고 가운데 CSI에 입력돼야 하는 사고 633건 가운데 115건(18%)가 누락돼 있었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실장은 “이번 감사는 그동안 현장에서 단편적으로 제기됐던 건설안전을 위협하는 여러 제도적·구조적 문제점들을 종합적으로 제기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건설업계에서도 음성적·관행적으로 진행했던 여러 악습을 타파하고 안전한 건설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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