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3년 차를 맞았다. 원년인 2021년엔 전담부서와 이사회 산하 위원회 등이 설치됐다. 지난해엔 환경(E) 분야를 시작으로 ESG 경영의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올해는 ESG 활동이 한층 다양해질 전망이다. ESG 경영의 무게중심이 E 분야에서 사회(S) 분야로 점차 옮겨가는 흐름의 변화가 나타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SG 3년차, 올해 키워드는 공급망과 인권

가속화하는 에너지 전환

한국경제신문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어 선정한 올해 ‘5대 ESG 트렌드’를 30일 발표했다. 주요 키워드로 △순환 경제 활성화 △에너지 전환 △디지털 책임성 △공급망 ESG 리스크 관리 △인권 경영 강화 등이 꼽혔다.

기업들이 배출하는 탄소는 세 가지 종류로 나뉜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코프1, 사업장에서 사용되는 전기나 동력 등에 의해 간접적으로 배출되는 스코프2, 원료의 생산과 수송, 판매, 소비, 폐기 단계에서 생성되는 모든 탄소를 일컫는 스코프3 등이다.

국내 주요 기업은 스코프3까지 고려한 순환 경제 생태계 확장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세계에서 누적 507만t 규모의 폐전자제품을 회수해 구리, 알루미늄, 철, 플라스틱 등을 추출했다. 충남 아산 리사이클링센터에서 2021년 한 해 동안 뽑아낸 자원만 3만2731t에 달한다. LG화학은 전 제품에 국제표준에 준하는 수준의 LCA(life cycle assessment·전 과정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풍력,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움직임도 활발하다.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친환경 에너지로 바꾸는 것에서 한발 나아가 자체 발전 사업을 시작한 기업이 적지 않다. 현대오일뱅크가 덴마크 기업 할도톱소와 공동으로 연구하는 ‘이퓨얼(e-Fuel)’이 대표적이다. 이퓨얼은 물을 전기 분해해 얻은 수소를 이산화탄소 등과 혼합해 만든 합성연료로, 휘발유 또는 경유와 비슷한 성질을 지닌다.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도 1㎿급 수전해 시스템 독자 모델을 개발 중이다.

개인정보보호·인권 문제도 화두

지난해 10월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사건 등을 계기로 데이터 보안 문제가 ESG 의제로 부상했다. 롯데쇼핑, 이마트 등은 주기적인 모의 훈련을 통해 보안 사고 예방에 힘쓰고 있다. 포스코와 LG유플러스 등은 전담 조직을 운영하면서 해외법인과 협력사, 고객사에 이르기까지 전사적인 정보보안 관리에 나섰다.

주요국의 공급망 관련 규제에 따른 리스크 관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장 올해부터 독일이 제품 전 주기에 걸쳐 인권·환경 침해 여부를 실사하도록 하는 ‘공급망 실사 의무화법’을 시행한다. 유럽연합(EU)은 역내 기업뿐 아니라 역외 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지속 가능한 공급망 실사 지침’을 마련했다.

국내 기업 중에선 LG이노텍, SK E&S 등이 협력사를 포함한 공급망 내 인권·환경 실사에 적극적이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주요국에서 아동 노동, 강제 노동 등 인권 부문에서의 실사를 강화하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국내에선 HD현대가 계열사별 인권경영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거버넌스를 확립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인사 신문고’ ‘부정 제보 신고 채널’ 등을 운영하며 임직원 인권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