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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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의 정권교체로 폐기수순으로 가는 듯했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이 후반기 국회에서 재논의될 전망이다. 재유행이 시작된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에 경제위기감마저 커지면서 영세 온라인업체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고 있어서다.

지난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별도법 제정 보다는 자율규제를 통해 시장 갑을관계 등을 개선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자유규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야당과 하반기 국회에서 정면충돌 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규제서 자율로...180도 달라진 공정위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고 음식을 시키기는 오히려 더 편해졌다.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하고 온라인플랫폼 시장도 급성장한 결과다.

반면 거대 사업자들의 지위가 거의 독점화되면서 각종 불공정거래가 발생한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입점 업체들은 각종 수수료 부담에, 최저가 경쟁까지 하면서 오히려 살림이 팍팍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실시한 '온라인 플랫폼 입점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7.1%가 “플랫폼 업체로부터 불공정 피해를 입었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온플법은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배달의 민족, 구글플레이 등 18개 거대 플랫폼의 갑질과 독점을 막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매출 1000억원 이상’ 또는 ‘거래금액 1조원 이상’의 플랫폼 기업이 입점업체에 공정한 거래를 유도하는 내용을 담았다. 거대 플랫폼은 해당 법에 따라 입점업체에 갑질을 하지 못하도록 필수 기재 사항이 명시된 표준계약을 맺도록 규정했다.

21대 전반기 국회의 핵심 입법 과제 중 하나였던 온플법은 그러나 정부 교체를 계기로 입법 동력이 약해졌다. 새 정부가 자율규제로 입장을 선회해서다. 지난해 말만 해도 정부안 제정을 강하게 주장했던 공정위 역시 별도 법안을 만들지 않는 것으로 입장을 180도 바꿨다.

기획재정부, 공정위 등 7개 정부 부처로 구성된 ‘범부처 플랫폼 정책협의체’도 이달 초 출범했다.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소비자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민간 협의기구를 통해 분쟁을 조정하고 민간 주도의 자율규약·모범계약서 등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민주 "영세업자 보호 등 필요"...국회서 재논의 될 듯

정부가 민간 주도 자율규제로 돌아선 것은 부처 간 중복규제 우려, 디지털 생태계 산업 발전 저해, 해외 빅테크와 역차별 문제 등 온플법에 대한 업계의 우려를 받아들인 결과다. 정부 입장은 정리된 분위기지만 야당과 영세 온라인업체 등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자율규제의 실효성 문제, 글로벌 스탠다드와의 차이 등을 둘러싼 이견이 적지 않아서다.

주요 선진국도 독점 행위 규제에 방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은 플랫폼 기업의 독점 행위를 직접 규제하는 법안 4건(플랫폼 독점 종식법·플랫폼 경쟁 및 기회법·선택 및 혁신 온라인법·서비스 전환 허용에 따른 호환성 및 경쟁 증진법)이 하원을 통과했다. 이중 선택 및 혁신 온라인법은 올해 1월 상원 법사위까지 통과했다. EU에서는 ’플랫폼 시장의 공정성 및 투명성 강화를 위한 2019년 EU 이사회 규칙‘(P2B 규칙)을 시행 중이다. 디지털 시장법'(DMA), 디지털 서비스법(DSA) 도입에도 합의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의 서치원 변호사는 “국내 플랫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오히려 EU와 같은 정도의 기준은 수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자율규제론운 플랫폼 시장 참여자들이 상호의존적 관계를 바탕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를 체결할 수 있을 때나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169석의 거대 야당인 민주당과 정의당 등에서도 법안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21대 국회 하반기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이 완료되는 대로 법안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에는 정의당 배진교 의원을 포함해 민주당 송갑석, 김병욱, 민형배(무소속), 민병덕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이 계류돼 있다. 민주당 정책위 차원에서도 법안 추진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논의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에서도 내용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던 법안”이라며 “갑을 관계 개선이 시급한 만큼 민주당에서 추진해야 할 주요 법안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