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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해 보이지만 의외로 복잡한 물류 로봇팔, 왜?

이상규 기자
입력 : 
2021-12-08 09:30:03
수정 : 
2021-12-08 10: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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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혁명 혁신기술백과 ② 로봇팔]
상품·상자 사람은 쉽게 집어 들지만 로봇은 고도의 딥러닝과 데이터, 센서 필요
CJ대한통운·DHL 등 혁신기술 도입 속도 … 분류·적재 이어 `피스피킹 로봇`도 개발
로봇과 인공지능(AI),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물류가 유통산업은 물론 개인의 생활 방식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혁신 물류기술의 현주소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전세계 물류센터에 이송로봇 35만대를 투입한 아마존도 상품과 상자를 들어올리고, 옮기는 작업은 여전히 사람에게 맡기고 있다. 매우 단순해 보이는 업무지만 의외로 최첨단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로봇팔을 개발하면 사람보다 수십 배의 효율성을 낼 수 있지만 전면적인 도입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는 돈이나 윤리적 문제가 아닌 첨단기술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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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피킹은 로봇이 낱개상품을 파지하여 컨베이어 또는 박스에 자동 투입하는 시스템이다.

AI, 머신러닝 발달로 로봇팔 도입 가속화

최근 몇 년 사이 급속도로 발전한 인공지능(AI)과 딥러닝 기술이 로봇공학과 접목되면서 로봇팔이 물류혁신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한층 정교하면서도 지치지 않은 로봇팔이 작업자의 피로와 인력난 해소에 도움을 줄 것이란 전망이다. DHL은 지난 7월 미국과 싱가포르에 이어 한국에 소화물을 분류하는 'DHL봇' 을 도입했다. AI기반 로봇 솔루션 기업 도라봇(DORABOT)과 개발한 이 로봇은 긴 팔로 컨베이어벨트 위의 소포를 들어서 배송지별로 구분된 바구니에 넣는다. 정확도 99%에 시간당 1000개 이상 분류할 수 있어 직원들의 단순 반복 업무가 크게 줄었다.

국내에서는 지난 4월 CJ대한통운이 팔레트에 쌓인 상자들을 컨베이어벨트로 옮기는 'AI 로봇 디팔레타이저'를 처음으로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3D 이미지 감지 및 AI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상자의 모양과 높이가 달라도 한 번에 2개까지 옮길 수 있다.

CJ대한통운의 디팔레타이저는 설비의 상단에 설치된 비전 카메라(Vision Camera)로 상자의 면적, 높이, 모서리 위치를 실시간으로 촬영해 데이터로 인식한 다음 로봇팔 끝에 달린 특수패드와 진공흡착기로 최대 20kg까지 들어올릴 수 있다. 현재 풀필먼트 현장에 투입돼 무인운반로봇(AGV)이 가져온 상자를 시간당 평균 700개씩 처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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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로봇 디팔레타이저는 3D 이미지 감지 및 AI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다양한 패턴의 박스를 소터에 자동 투입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장시간 단순 반복 업무는 로봇팔로 대체 기대

CJ대한통운은 상품을 팔레트에 쌓는 팔레타이징 로봇도 개발 중이다. 상자를 안정적으로 들어올리는 것은 물론이요 배송지역이 같은 서로 다른 상자들과 함께 팔레트에 쌓아야 하기 때문에 자동화가 어렵다고 판단됐던 영역이다. 어떤 상자가 주어질 지 모른 채 앞서 처리한 상자의 위치와 규격을 기억하며 제한된 공간과 시간 안에서 최적의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는 점이 바둑이나 테트리스 게임을 하며 점수를 높여가는 AI 알고리즘과 비슷하다. 이커머스의 발달로 다품종 소량 주문이 급증함에 따라 상자가 아닌 '낱개 상품'을 집어 올리고, 상자에 담는 피스 피킹(piece picking) 로봇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물체의 특성을 정밀하게 인식하고 적정 압력으로 상품을 다루는 기술이 관건이다. 현재는 로봇기업을 중심으로 시제품이 선을 보이고 있는 단계다.

최근 미국 로봇기업 '라이트핸드 로보틱스(RightHand Robotics)'는 최대 2kg의 상품을 시간당 1,200개까지 들어올릴 수 있는 모델(RightPick 3)을 출시한 바 있고, '오사로(OSARO)'는 여러 상품이 뒤섞인 통에서 시간당 350개의 개별상품만 집어 올리는 솔루션을 공개하기도 했다. 영국 이커머스기업 오카도(Ocado)는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사람 손처럼 상품을 잡을 수 있는 그리퍼(Gripper)를 선보였다.

CJ대한통운 TES물류기술연구소 박범 수석연구원은 "물류현장의 단순 반복 업무를 대체해 로봇이 사람처럼 일하는 환경을 만들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며 "CJ대한통운도 글로벌 기업들의 요구에 맞게 혁신 물류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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