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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제국의 대척점, 네이버 풀필먼트 연합군 [1/3]

2021.10.05. 오전 11:09
by 엄지용

글. 엄지용

커넥터스 운영자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헬개미마켓 주인장. 배민커넥트, 쿠팡이츠 부업 라이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전하는 일을 주로 하지만, 다른 일도 곧잘 합니다.

CHAPTER1

쿠팡도 연합군 아니냐고요?

새삼 모두 다 아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쿠팡은 ‘물류 제국’을 만들고자 한다.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한 이후 모든 물류를 직접 운영하는 방식으로 내재화하고 있다. 물류 운영은 물론 관련 가치사슬의 ‘시스템’까지 통합 운영한다. 아마존의 방식이다. 사실 조금 더 갔다. 아마존조차 처음부터 ‘배송 조직’을 내재화하지는 않았으니.

아마존은 2018년 연례보고서(2018 Annual Report FORM 10-K)를 통해 처음으로 배송 서비스를 ‘치열한 경쟁에 직면한 산업’으로 규정했다. 이후 그간 UPS, USPS, 페덱스 등 물류업체와 협력을 통해 처리했던 라스트마일 물류 영역까지 빠르게 직접 배송 비중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데이터 분석업체 쉽매트릭스(ShipMatrix)에 따르면 2019년 7월 기준 아마존의 직접 배송 비중은 54%, 2020년 7월에는 66%에 육박했다.

쉽매트릭스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기준 아마존은 북미에서 일평균 1472만2000개의 주문을 처리하고 있으며, 이를 배송 시장 점유율로 환산하면 17.3%다. 순수한 물류기업 페덱스의 배송 점유율(18.5%)을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SJ컨설팅에 따르면 아마존은 2021년 1분기 기준 70% 수준인 직접 배송 비중을 향후 80~85%까지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 ShipMatrix data provides insight into delivery on-time performance(Logistics Management, 210629)

미국 배송시장 점유율(자료: ShipMatrix, 2021년 1분기 기준)

쿠팡은 오히려 그 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하면서부터 배송 조직을 직고용하여 내재화했다. 그러나 로켓배송 물량이 지속적으로 빠르게 늘어나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쿠팡이 갖춘 자체 인프라만으로는 늘어나는 수요의 증가 속도를 감당할 수 없었다. 쿠팡이 부족한 공급을 감당하기 위해 외부 물류 파트너를 로켓배송 네트워크에 유입시키기 시작한 배경이다.

몇 가지 예로 택배업체 한진이 쿠팡 로켓배송 파트너로 등장한 지 오래다. 일반 택배와 배송 인프라가 호환하지 않는 ‘가구 설치 물류’는 전문 물류업체 하우저와 협력을 하여 처리했다. 쿠팡 물류센터까지 간선 입고 물류는 ‘동방’과 같은 물류업체와 협력했다. 이걸 보고 누군가는 쿠팡도 ‘연합군’을 만들지 않았느냐 물을 수 있겠다. 부정하지 않는다.

가구 전문 물류업체 하우저의 협력으로 제공되는 쿠팡의 가구 로켓배송 로켓설치의 모습. 하우저는 2021년 4월 네이버로부터 14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다.

하지만 쿠팡의 연합이 언제고 지속될 것으로 보진 않는다. 불안한 신호들이 있다. 쿠팡은 어느 정도 단계가 오면, 그러니까 쿠팡이 직접 하더라도 충분한 효율을 볼 수 있는 단계가 온다면 과감히 물류 내재화를 결정하는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일례로 쿠팡은 2020년 제주 로켓배송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보도 자료를 배포했지만, 사실 그 이전부터 쿠팡은 제주 로켓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쿠팡의 제주 물류 현지 파트너가 대신 처리했을 뿐이다. 이 업체는 쿠팡이 제주 로켓배송을 공식화한 이후 자연스럽게 로켓배송 연합 전선에서 사라졌다.

이런 사례가 쿠팡의 택배에서, 쿠팡의 간선운송에서 나타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쿠팡은 연합군에 속한 파트너들과 직접 경쟁하는 비즈니스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은 2021년자로 택배사업자 면허를 재취득했다. 물동량 기준으로는 택배만으로 CJ대한통운에 이어서 국내 2위 규모로 추정된다.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수준을 넘었다. 쿠팡 물류센터까지 입고 과정은 공급자들에게 상품화하여 ‘밀크런’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했다. 쿠팡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공급자에게 입고 우선순위를 두는 방식으로 판매 촉진을 하고 있다.

지입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 쿠팡 전담 간선차량의 모습

CHAPTER2

본 투 얼라이언스, 네이버

그런 쿠팡의 대척점에 있는 이커머스 플랫폼이 있으니 네이버다. 쿠팡이 직접 물류 가치사슬을 내재화하는 제국으로 시작하고 성장하고 있다면, 네이버의 물류는 태생이 ‘연합군’이다. 네이버가 직접 물류를 하지 않는다. 대신 운영 역량이 있는 다수의 물류업체와 연합을 하여 전선을 구축한다. 연결점, 통제력을 가지고 가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자본’을 섞는다. 투자와 지분 교환이 이뤄진다. 여러 물류 파트너의 운영을 통합하는 ‘시스템’은 네이버의 영향력 아래 둔다. 요컨대 2021년 7월 공식 출범한 풀필먼트 플랫폼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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