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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일레븐이 인수한 미니스톱 점주는 왜 CU, GS25 간판을 달게 됐을까

2022.07.27. 오전 10:48
by 신승윤

🏪 이 글을 읽으면 알 수 있어요!

1. 롯데가 미니스톱을 인수하고 그룹 산하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통합 작업에 들어간 지 어언 반년이 지났습니다. 2010년 바이더웨이를 인수하며 전환 완료까지 총 10년이 걸린 롯데와 세븐일레븐이었기에, 미니스톱의 세븐일레븐 전환만큼은 속도를 내고 싶었을 텐데요. 어찌 된 일인지 우리 집 주변 미니스톱 매장이 하나둘 간판을 내리더니, 거기다 CU와 GS25 간판을 달고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미니스톱 인수에 3000억원의 거금을 들인 세븐일레븐은 이를 바라만 볼뿐일까요?

2. 편의점은 대표적인 ‘규모의 경제’가 동작하는 산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생필품, 식사대용품, 담배, 음료·주류 등 일상소비재를 주력으로 하기에 언제 어디서나 매장이 소비자 눈에 띄어야 하고요. 이렇게 점포 수를 늘려 놓으면 자연스럽게 매출이 오르고, 반대로 고정비는 점차 줄어듭니다. 그래서 서로 간의 점주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다 못해, 마치 영화처럼 감동·분노·반전이 뒤엉켜 있는데요. 뺏고 빼앗기는 전쟁 속 미니스톱 점주가 처한 상황, 그리고 가능한 선택지는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3. 편의점 업계에 정해진 계약서란 없습니다. 모든 가맹 점주가 개인사업자이고,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편의점 브랜드 기업과의 계약 조건이 다른데요. 그러다 보니 저매출 점포는 비교적 홀대당하는 반면, 고매출 점포는 각종 지원금과 수익 보존 혜택이 상당합니다. 그럼에도 만민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규칙이 있으니 ‘동일 브랜드 근거리 입점 금지’ 제도입니다. 이번 미니스톱 전환 이슈 역시 근본에는 이 제도가 자리하고 있죠. 실제 편의점 점주들의 가맹 계약 사례를 하나씩 살펴보며 현 ‘미니스톱 전쟁’의 전황을 알아봅니다.

4. 롯데의 미니스톱 인수로 곤란해진 것은 기존 세븐일레븐 점주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장 근처에 있던 미니스톱이 세븐일레븐으로 전환되면 판매 상품과 할인 혜택, 각종 이벤트가 겹칠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에 매출 감소는 필연적이란 주장이 나오는데요. 이렇게 세븐일레븐 본사와 기존 점주가 씨름하는 사이 CU와 GS25는 그 틈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과연 편의점 전쟁의 끝은 무엇일까요? 세븐일레븐과 편의점 점주들은 그들이 원하는 ‘3강 체제’를 끝내 구축할 수 있을까요?

글. 신승윤

커넥터스 콘텐츠 크리에이터. 예능 PD를 꿈꾸다 물류·유통·커머스 기자로 잘못(?) 빠져들었으나, 직업 만족도는 훌륭합니다. 스스로 연결고리가 되겠습니다.

제보/문의 yoon@beyondx.ai

CHAPTER 1

‘편의점 3강 체제’가 온다?

지난 1월 롯데그룹은 편의점 체인 ‘미니스톱’ 인수에 성공했습니다. 롯데지주가 한국미니스톱을 보유한 일본 이온(AEON)그룹으로부터 지분 100%를 약 3133억6700만원을 들여 구매했는데요. 일찍이 롯데는 2018년 미니스톱 인수를 추진했으나 가격 등의 문제로 무산된 바 있었죠. 이번에는 주요 경쟁자인 이마트24를 물리치고 미니스톱을 손에 넣는 데 성공합니다.

한국미니스톱은 1997년 이온그룹의 국내 진출을 위해 설립됐습니다. 편의점 핫도그, 닭다리 다들 한 번쯤 보신 적 있죠? 이 매장 조리 패스트푸드를 2000년대 편의점 업계 최초로 도입한 게 바로 미니스톱입니다. 그러나 2017년 이마트24에 점포 수를 역전당하더니, 2019년엔 일본 상품 불매운동으로 수익성 악화를 겪고요. 2020년에는 143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죠.

그 결과 2022년 2600여개 점포를 보유한 미니스톱이 다시 매물로 나왔을 때, 시장은 예상 인수 가격을 2000억원대로 추정했습니다. 3년여 시간이 흐르며 가격이 절반 가까이 하락한 것인데요. 롯데는 이 예상가보다 1000억원 정도 더 투자해 신세계 등 경쟁자를 물리칩니다. 단순 계산으로 점포 하나당 약 1억2000만원을 들여 확실히 승기를 굳히는 모습이었죠.

관련해 복수 언론은 롯데가 CU, GS25에 이어 세븐일레븐을 3강으로 올려놓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진행했다고 해석합니다. 현재 국내 편의점 점포 수는 GS25와 CU가 1, 2위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양사 모두 1만5000개 이상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죠. 3위인 세븐일레븐은 1만1000여개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미니스톱 점포 2600개를 더해 3위를 굳히고, 나아가 양강체제를 3강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입니다.

CHAPTER 2

편의점은 왜 점포 수에 목맬까?

점포 수를 늘리기 위한 투자는 비단 3위인 세븐일레븐만 진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GS25와 CU는 서로 끊임없이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번 콘텐츠와 관련해 인터뷰에 응해 주신 편의점 점주들 역시 GS25와 CU 영업사원들의 구애(?)를 받아본 적 있고요. 통상 가맹 계약 기간이 5년이라 재계약 시기가 되면 여러 편의점 브랜드를 경쟁 붙여 보다 좋은 조건으로 계약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편의점 업계의 점포 수 경쟁은 편의점 사업에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생필품, 식사대용품, 간식, 담배, 음료·주류 등 일상소비재를 주력으로 하기에 언제 어디서나 매장이 소비자 눈에 띄게 해야 하고요. 이렇게 점포 수를 늘려 놓으면 자연스럽게 매출이 오르고, 반대로 고정비는 점차 줄어듭니다.

롯데가 운영하는 세븐일레븐을 예로 들어봅시다. 세븐일레븐 점포 하나와 협력할 수 있는 롯데 계열사는 다양한데요. 편의점 전산에 롯데정보통신, 물류에 롯데글로벌로지스, 각종 상품에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주류 등이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세븐일레븐 점주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 중 하나가 ‘11월 11일에 몰려드는 빼빼로’라고 하니 말 다 했죠.

알바 사이에서 사용하기 어렵기로 소문난 세븐일레븐 포스. 그래서 별도의 사용법이나 팁을 설명하기 위한 콘텐츠가 많다. ⓒblog.naver.com/klipk2

위와 같은 효과는 점포 수가 늘어날수록 강력해집니다. 그리고 이 규모의 경제는 GS25와 함께 마트 ‘GS더프레시’ 등을 운영하는 GS리테일에게도 적용되고요. 그 라이벌인 CU 운영사 BGF리테일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단, 편의점간 출점 거리 제한으로 인해 마구잡이로 매장 수를 늘릴 수 없습니다. 우선 같은 브랜드 편의점이 250m 이내 주변 상권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존 점주의 동의가 필요하고요. 타 브랜드의 경우 담배소매업소 간 일정 거리(최소 50m)를 유지해야 합니다. 담배는 편의점 전체 매출의 30~5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 담배를 판매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브랜드 편의점과의 거리를 유지하게 되는 것이죠.

이처럼 출점 제약이 존재하다 보니 업계에서는 “롯데가 만년 3위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 거금을 들여서라도 미니스톱을 인수한 것”이라는 평이 나옵니다. 또 자칫 이마트24 운영사인, 롯데의 앙숙(?) 신세계에게 미니스톱을 뺏긴다면 3위마저 위험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줄 수도 있는 노릇이니 이건 막아야죠.

CHAPTER 3

미니스톱을 떠나는 이들의 이야기

미니스톱은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편의점 점주들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미니스톱의 법인명은 ‘롯데씨브이에스711’로 변경됐고요. 미니스톱 점주들을 대상으로 세븐일레븐으로의 전환을 권유·추진 중입니다. 미니스톱 전산도 세븐일레븐 전산으로 변경되며 양쪽 점주들이 한창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은 시기가 있었다고 하고요. 7월 초에는 미니스톱 직원들의 연봉을 세븐일레븐 수준으로 맞추고 직급 체계를 하나로 통일한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하나둘 미니스톱을 떠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던 중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됩니다. “미니스톱 간판을 떼고 CU·GS25 간판을 다는 점주들이 많다”라는 내용인데요. 제 집주변 미니스톱 두 곳도 어느새 각각 CU와 GS25 간판을 달고 영업 중이었기에, 이들의 사정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네이버 지도에서 미니스톱을 검색한 후 서울·경기 내 표시된 점포가 현재 어떤 간판을 달고 있는지 직접 찾아다녀 봤어요.

아래 사례들은 현재 편의점을 운영 중인 점주들의 이야기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한 가지 알아두셔야 할 점은 이 사례들이 업계 전체를 대변할 수 없다는 점이에요. 왜냐면 편의점 브랜드와 점주 간의 계약은 말 그대로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수백 수천가지 사례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점주와 브랜드 간 수익 배분율은 통상 70:30이나 80:20 인데요. 여기서 0.00자리까지 조정한 사례가 많더군요. 그래서 구체적인 사례 몇 가지를 직접 소개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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