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민(우), 홍주영(좌) 대표
최희민(우), 홍주영(좌) 대표
“3년 안에 4050 여성들 중 절반이 우리 앱을 사용하게 만들 겁니다.“

최희민·홍주영 라포랩스 공동대표(사진)는 8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800만 중년 여심을 사로잡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라포랩스는 40~50대 여성을 겨냥한 패션 플랫폼 앱 '퀸잇'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퀸잇에는 BCBG나 마리끌레르, 지센, 막스까르띠지오와 같은 중장년 여성들이 선호하는 브랜드가 들어와 있다. 백화점에 주로 입점할 만한 브랜드를 e커머스(전자 상거래) 시장으로 들여왔다. 온라인의 장점을 살려 35~40%에 달하는 입점 수수료율을 15~20% 수준으로 낮췄다. 오프라인 판로에서 밀려나던 중년 브랜드들에게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퀸잇은 출시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누적 200만 건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 중이다. 이 기간 월 거래액(GMV)은 매달 평균 200%씩 성장했다.

이 같은 성장의 비결은 4050 세대에 최적화한 판매 전략 덕분이다. 먼저 앱 내의 글씨를 큼직하게 키웠다. 또 한 화면에 여러 상품을 보여주는 다른 e커머스 앱과는 달리 1~2개의 상품만 눈에 띄게 담았다. 화면에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방해 요소도 최대한 줄이고 꼭 필요한 버튼들만 배치했다. 홍 대표는 "중년 여성들의 특성을 하나부터 열까지 고려해 앱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두 대표는 이렇게 특화된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4050 여성들을 분주히 찾아다녔다. 아르바이트 플랫폼에 공고를 올려 시장조사를 하기도 하고, 커피숍에서 무작정 중장년 여성들에게 말을 걸기도 했다. 그렇게 인터뷰한 사람들만 300여 명이다. 이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앱을 사용할 수 있는지, 모바일 결제를 할 수 있는지 등을 꼼꼼히 검증했다. 최 대표는 "인터뷰한 사람들 중 절반이 넘는 인원이 원활하게 주어진 과제를 해내는 것을 보고 이 사업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구매력이 충분한데 2030 세대에 비해 '전용 앱'이 없다는 점도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줬다"고 말했다.

최 대표와 홍 대표는 창업 '4수생'이다. '연쇄 창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서울대 경영학과 08학번 동기인 두 사람은 대학 시절부터 세 번이나 스타트업을 차렸다. 경제뉴스를 큐레이팅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인 게 첫 창업이었다. 10만 명 넘는 회원수를 모으며 꽤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수익모델을 찾지 못했다. 또 '흙 없는 화분'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사업도 하고, 인도 시장을 겨냥한 데이팅 앱을 만들기도 했다. 최 대표는 "이를테면 화분 판매 사업을 하면서 '분갈이'에 노동력이 과도하게 투입되는 것을 지켜봤다"며 "이런 부분이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좋은 스타트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직장 생활에서도 계속됐다. 두 사람은 한때 비바리퍼블리카(토스), 하이퍼커넥트(아자르)와 같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기업에 몸담았다.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는 스타트업의 특징이 무엇인지 몸소 체험했다. 두 사람은 "결국 스타트업에게는 '성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당장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시장에서 지위를 쌓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철학을 담아 내놓은 퀸잇은 대박을 쳤다. 라포랩스는 벌써 직원 70명에 달하는 스타트업이 됐다. 연내 수십 명의 대규모 채용도 예정돼 있다. 벤처캐피털(VC)의 러브콜도 잇따랐다. 지난달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소프트뱅크벤처스 등 국내 유수 기관에서 1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금은 165억원에 달한다. 늦어도 내년 초쯤 100억원 이상의 추가 투자 유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최 대표와 홍 대표가 가진 '창업 DNA'는 라포랩스의 자양분이다. 이들은 창업에 대한 열망을 마라토너의 '러너스 하이'에 비유했다. 달리기를 통해 행복감을 느끼는 것처럼 스타트업을 꾸리고 운영해나가는 게 이들에게는 행복 그 자체라는 설명이다. 지하철에서 우연히 퀸잇을 쓰는 사람들을 볼 때, 고객들이 앱을 쓴 뒤 좋은 리뷰를 남겨줄 때 등이 이들에게는 스타트업에서의 '러너스 하이'다. 두 사람에게 라포랩스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창업에 대한 열망이 라포랩스로 이어졌고, 이제 이것 말고는 삶의 의미가 없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키워나가는 것 자체가 '희열'을 가져다줍니다."

≪이 기사는 08월08일(10:0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