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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
배달앱 '포장 중개 수수료 0원' 프로모션이 9월말까지 연장된 가운데 치킨 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10월부터 포장 중개 수수료를 납부하게 되면 사실상 치킨값 재인상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은 포장 주문 중개 수수료 0원 정책을 9월 말까지로 연장했다. 포장 주문 중개 수수료 0원은 코로나19(COVID-19)로 힘든 자영업자와의 상생을 위해 배달업계가 내놓은 방안이다. 앱에서 결제된 포장 주문의 경우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안받겠다는 것이다.
2020년 말부터 시작된 '0원 정책'은 그동안 6개월 단위로 연장돼왔다. 하지만 지난 6월 배달플랫폼이 3개월 연장을 결정하면서 조만간 이 프로모션을 더이상 연장하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오는 10월부터는 배달앱으로 주문한 포장 치킨의 가격이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배달앱 시장에선 소비자들이 배달앱 사용을 줄이면서 수익성 개선이 목표인 배달업계에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고 분석한다. 실제 지난 5월 모바일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3% 줄어든 2조18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2020년, 2021년 통계청 조사에서 각각 78%, 68.9%씩 성장했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치킨업계는 포장 중개 수수료 0원 혜택이 종료되면 사실상 가격 인상이라는 입장이다. 이미 포장 수수료를 받았던 요기요는 수수료가 약 12.5%에 달한다. 전체 배달앱이 포장 수수료를 받게 되면 배달비처럼 점주와 소비자가 분담할 가능성이 커진다.
게다가 저렴한 가격의 마트 치킨의 부활로 프랜차이즈 치킨의 가격 경쟁력은 점차 낮아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0월부터 포장료까지 따로 받게 된다면 소비자의 냉소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치킨업계 관계자는 "포장할 때 용깃값을 따로 받지 않고 있는데 포장 중개 수수료까지 내야 한다면 점주 부담이 커진다"며 "안 그래도 치킨값이 비싸다는 비판이 많은데 소비자는 '치킨값이 또 올랐다'고 느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방법은 '탈(脫) 배달앱'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배달 치킨 전문점을 운영하는 점주 A씨는 "옛날에나 전화로 직접 주문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지금은 전화 주문을 아예 모르거나 통화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A씨 가게의 하루 주문 80% 이상은 배달앱을 통해 결제된다.
치킨 업계는 자사 홈페이지나 앱을 사용하면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유도하고 있지만 전략이 성공한 브랜드를 찾아보기 어렵다. 먹고 싶은 브랜드마다 새로 앱을 다운로드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여러 혜택을 주는 배달앱을 버리고 전화나 자사 앱으로 옮겨탈지 의문"이라며 "대형마트의 저가공세와 배달앱의 수수료 압박 속에서 고심이 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