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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로봇 배달이 마주할 숙제, ‘시나리오’로 검증하기

2022.04.05. 오후 12:47
by 하진우

😐︎ 이 글을 읽으면 알 수 있어요!

1. 우아한형제들이 세계 최초로 배달 로봇의 문전 픽업과 문전 배달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지난 번 콘텐츠에서는 그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통제된 환경’과 ‘한정된 범위’를 넘어선 야생의 현장에 로봇이 나온다면 생각보다 많은 어려움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어려움이 무엇인지 이 글을 읽으면 알 수 있습니다.

2. 바퀴와 적재함이 달린 배달 로봇은 시스템 연동을 통해 자동 개폐되는 공동현관문을 열고,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자동문보다는 수동으로 개폐하는 문이 달린 건물이 더 많고, 그 중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건물도 있습니다. 건물 앞까지 밖에 로봇이 배달을 못하는 상황에서 음식점주와 소비자는 과연 로봇을 마중 나오려고 할까요? 현장 인터뷰 결과를 공유 드립니다.

3. 궁금증을 담아 실험합니다. 새로운 배달 서비스의 성지인 강남구, 선릉역 인근 500m 범위의 음식점과 주문지를 표본 추출하여 시나리오를 설계했습니다. 과연 배달 로봇은 전체 배달 주문의 몇 %나 맡아서 처리할 수 있을지 총 세 가지 시나리오에 따른 검증 방법과 그 결과를 공유합니다.

4. 결과만 살짝 말씀드리자면 문전 픽업과 문전 배달을 모두 수행할 경우 로봇이 활동할 수 있는 시장 규모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이거 배달 로봇 하는 게 맞는거야?’ 싶은 숫자가 도출됐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달 로봇을 빠르게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어떤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공유합니다.

글. 하진우

커넥터스 객원 에디터 겸 현직 배달의민족 오토바이 라이더. 라이더 활동 전에는 마켓컬리 장지동 물류센터 출고 관리자로 일하며 풀필먼트 실무를 경험했다. 지금은 숭실대학교 IT유통물류학 석사과정을 밟으며, 커넥터스에 물류 현장을 담은 콘텐츠를 정기 기고하고 있다. 오피스와 물류 현장 사이 인식 차이를 좁히고, 상호 이해와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한다.

제보/문의 realfriend@beyondx.ai

CHAPTER 1

‘야생’에서도 배달 로봇 가능해요?

지난 콘텐츠에서는 우아한형제들이 수원시 광교 앨리웨이 아파트 단지에서 진행하고 있는 ‘문전(Door to Door; D2D) 로봇 배달’ 현장에 방문하여 진행한 실험 결과를 공유 드렸습니다. 비록 현행 규제의 제약으로 국내에서 배달 로봇이 상용화되기엔 아직 어려움이 있지만, 기술적으로는 우리 눈앞에 다가온 로봇 배달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가능성’은 야생의 현장으로 나가는 순간 상당 부분 희석됩니다. 우아한형제들처럼 ‘통제된 환경’에서 ‘한정된 범위’의 배달 테스트를 진행했다면 만나지 않았을 많은 어려움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 주변에 있는 많은 상가와 주거지에는 광교 앨리웨이 아파트 단지처럼 자동으로 개폐되는 공동 현관문이나 엘리베이터가 설치돼있지 않습니다. 이 경우 로봇은 문전 픽업 및 배달을 위해서 수동으로 개폐하는 문을 지나야 하며, 계단을 오르내려야 합니다. 우아한형제들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배달 로봇 개발사들이 테스트하고 있는 바퀴와 적재함이 달린 로봇으로는 이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습니다.

카카오벤처스가 투자한 배달 로봇 개발사 ‘뉴빌리티’의 배달로봇 뉴비. 바퀴와 적재함이 달린 형태의 로봇으로 수동으로 개폐하는 문을 열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뉴빌리티

그렇다고 음식점 직원이나 고객이 건물 1층까지 내려와서 음식 전달을 하거나, 음식 픽업을 하는 상황은 영 불편함이 남습니다. 기존 사람 라이더가 제공하는 픽업 및 배달과 비교하여 ‘하위 호환’하는 서비스를 로봇이 제공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혹여 자동문과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상가나 아파트에 로봇이 출입한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자동문과 엘리베이터를 운영하는 업체와 로봇을 ‘연동’해야 하는 숙제를 마주합니다. 이건 배달 로봇 개발사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건물 운영측과 ‘협의’가 필요한 문제입니다.

예컨대 당장 우아한형제들의 배달 로봇이 상가 고층에 위치한 음식점 픽업과 아파트 문전 배달이 가능한 이유는 엘리베이터 개발사 현대엘리베이터와의 API 연동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공동 현관문을 열 수 있었던 이유도 홈IoT 개발사 HDC랩스와 협업이 있었기 때문이죠.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과연 한정된 범위와 사업체간 시스템 연동으로 통제되지 않는 ‘야생의 현장’에 배달 로봇이 투입된다면 얼마나 활약할 수 있을까요? 전체 배달 주문 중에서 얼마나 많은 비중을 로봇이 처리할 수 있을까요? 이를 알 수 있다면 배달 로봇이 진입 가능한 ‘시장 규모’도 추산할 수 있을 텐데요.

이런 의문을 해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직접 해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많은 부담이 있습니다. 현행법상 로봇의 도로 주행을 위해서는 규제 샌드박스 신청이 필요하고, 이를 승인받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규제 샌드박스 승인 이후 필드 테스트를 진행함에 있어서도 로봇 개발과 운영에 ‘비용’이 투하됩니다.

여기 비교적 적은 시간과 돈을 들여 로봇 배달 사업의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가상’의 시나리오를 설계하는 것이죠. 이번 콘텐츠에서는 선릉역 500m 인근 음식점과 소비자 사이 로봇 배달의 시장 규모를 추정하는 가상 시나리오를 설계합니다. 그 방법과 함께 야생의 현장에 로봇이 투입돼 처리할 수 있는 ‘배달 주문’의 규모를 추산한 결과를 공유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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